아픈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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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0 개 2,822 NZ코리아포스트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많은 자식을 키우신 어머니는 늘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은 차지만 심장이 뜨거워서 잠을 못 주무신다고 하소연하셨다. 어려운 시절에 농사짓고 살던 어머니가 산후조리를 재대로 하셨을 리 만무고, 서울에 올라 오신 이후에도 일찍 직장을 놓아버린 아버지 대신 많은 자식을 대학까지 마치게 뒷바라지하신 어머니가 연세가 드시면서 편찮으신 데가 많아지셨다. 이 병원 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별 뾰죽한 진단은 나오지 않고, “연세가 드셔서 모든 기능이 나빠지고 있다”는 답답한 대답과 복용약을 조제해 줄 뿐이었다.

당신 마음같이 속 시원히 낫지 않자 어머니는 건강에 점점 더 집착하셔서 좋은 병원, 용하다는 한의, 양의를 찾아 ‘화’가 뭉쳐 생긴 당신의 병을 고치고자 하셨고, 자식들은 “이번 주는 바빠서 같이 못 가요” “의사가 아무 병도 아니래잖아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식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고 하시며, 자식들 키워 성공하면 모든 한이 저절로 풀리리라 믿으신 어머니께 결혼해 자신들의 가족에, 직장에 열심인 자식들에게 서운한 감정이 짙어졌고, 생전에 어머니 호강 한번 못시켜 주었다던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시기도 하고 또 그리워 하셨다. 그러던 중 “아퍼 죽겠는데 왜 치료를 않해 주냐”고 하시는 어머니께 종합 병원 의사 선생님이 “할머니는 정신과에 가 보셔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아픈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몰았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 통곡을 하셨다.

어머니 세대는 해방과 전쟁을 겪고 새마을 운동의 먼 길을 달려온 상처 투성이 세대였다면 ‘언덕위의 무지개’를 찾아 떠난 우리 이민 1세대는 문화적갈등, 사회적 지지의 상실, 언어소통의 문제등으로 자아존중감을 잃고 이국 땅에서 끝없는 달리기를 하는 세대가 아닌가 싶다. 문화적 배경 때문에 어머니 세대가 억울하고 화난 감정을 풀지 못하고 억압하여 화병이 생겼듯이 우리는 이민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해 많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에서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일을 하며 몸과 마음이 고달프고, 또 이로 인해 부부 사이가 삐걱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이곳에 잘 적응하는가 싶었던 마음도 잠깐, 변해가는 아이들 모습에 당황하기도 하고, 가끔씩 겪는 인종차별에, 살아도 살아도 늘지 않는 영어실력 덕분에 생기는 이민생활의 실망으로 바닷가에 나가 먼 하늘 보며 한 숨 쉬어 보아도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풀리지 않는다.

이민자들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안, 우울증상, 적응장애을 겪으며 자살의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침묵을 미덕으로 믿었던 우리 세대는 아픔 - 특히 정신적 고통- 을 표현하는데 인색하고 창피해 한다. 또한 신체가 이런 심리적 증상을 느끼지 못하게 가로 막는 갑옷의 역활을 오랫동안 한 결과 일반적으로 신체적 고통이 감정적 충격보다 쉽게 받아들여지게 되므로 정신과 혹은 심리치료를 권하게 될 경우 많이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 고통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해 신체에 질병이 없음을 확인한 후 약물치료로 우울한 증세, 불안감, 불면증을 감소시키며 심리치료를 병행하면 좋은 회복을 보인다. 오랜 기간 동안 습관화되어 버린 자신의 생각 구조를 바꾸거나 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심리치료 중 인지행동치료는 불안감 혹은 분노에 대하여 올바른 평가를 하고, 대처하는 적절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또한 환자의 고통을 공감,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가족의 협력과 지지가 환자의 회복에 중요한 역활을 한다.

새움터 (유 윤심 : 정신과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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