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 대화(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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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대화(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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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여러 감정 중에 가장 사람을 괴롭히는 감정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배신감 일겁니다.
  배신감은 실망, 분노, 복수심을 복합적으로 동반하며 치를 떨며 잠 못 이루고 자신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천하에 배포 큰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자신의 은덕으로 권력의 핵심에 앉아 있는 인간들이 자신을 백담사로 귀양 보냈다고 "손 봐줄 놈들" 로 분류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삭이는데 아침 저녁으로 백 팔 배를 하며 일 년이 걸렸다던 가요?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약 10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한 쌍의 60대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신문 지상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대강은 이렇습니다.

  한국 동란이 거의 끝날 무렵, 어느 지방 부대에 배속 된 한 소위님과 그 동네 여고 졸업반 학생이 사랑을 했답니다. 당시는 처녀가 연애를 하면 온 집안이 난리가 나고, 당사자는 머리를 빡빡 깎이거나, 아버지가 다리 몽댕이 부러뜨린다고 야단하던 시절이니 연애하면 결혼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두 남녀도 여학생이 졸업하는 데로 부모님 허락을 받아 결혼하는 것으로 굳게 약속 했지요. 그런데 처녀의 친한 친구가 시기심 반, 농담 반으로 이간질을 했답니다. 그 소위님이 딴 여자와 선을 봤고 곧 결혼 한다 하더라고. 이 소식을 들은 처녀는 너무나 큰 배신감에 바로 마음의 문을 닫고 일체 외부와 접촉을 끓어 버렸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소위님은 연락할 길이 없었습니다. 당시는 인터넷은 물론이고 전화도 없던 시절이라 연락 하려면 편지나 인편으로 부모 몰래 통보를 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처녀 쪽에서 문을 닫아 버렸으니 만날 길이 없었던 겁니다.

  몇 달 후 소위님은 부대를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그 길로 자신의 인생을 살고, 사랑의 배신이라는 큰 상처를 입은 처녀는 그 이후에 세상의 모든 남자를 증오하며 처녀로 평생을 늙었답니다.

  세월이 무심히 흘러 40여 년이 지난 후, 우연히 그 소위님의 소식을 알게 된 그 처녀가 용기를 내어 연락을 했답니다. 그리고 모든 오해가 풀리고, 때 마침 소위님이 여러 해 전에 아내를 잃고 홀 몸이라 두 분은 60대 중반에 늦은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는 이야깁니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드입니까? 해피엔드라고 하기엔 너무 허망합니다. 사랑의 배신감이라는 그 혹독한 가슴앓이로 홀로 보낸 40여 년 세월은 어디에서 보상 받습니까?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소위님이 딴 여자와 선을 보고 곧 결혼한다더라 하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처녀가 마음의 문을 닫지 않고 대화를 나누어 봤더라면, 아니 달려가서 "너 죽고 나 죽자." 하고 멱살잡 이라도 해 봤더라면 오해는 바로 풀리고 해피엔드로 끝났겠지요.

  대화의 단절 보다는 멱살잡이라도 좋으니 대화를 해야 합니다. 대화가 없는 곳에 오해가 생깁니다. 배신당 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오해로 인해서 생깁니다.

  섹스피어의 4대 비극에 만약에 '대화의 장'이라는 장면을 넣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모든 스토리는 해피엔드로 끝났을 겁니다.

  오해? 대화의 단절? 오해의 증폭? 배신감? 복수? 비극적인 종말. 이것이 모든 섹스피어 비극의 패턴 입니다.

  대화가 없는 부부는 싸움이 잦습니다. 그리고 싸움의 후유증이 오래 갑니다.

  멱살잡이라도 좋으니 대화합시다. 그런데 기왕이면 악을 쓰는 대화보다는 상대의 눈을 응시하며 깊은 심호흡과 낮은 목소리, 최대한 부드러운 언어를 골라 쓰면 더 좋겠지요.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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