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 볼쉘터 산장 트랙(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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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볼쉘터 산장 트랙(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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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주위의 모습은 갈수록 더 황량하다. 아주 오랜 기간동안 끊임없이 떨어진 낙석이 쌓이고 또 쌓여 수만 평은 될 듯한 넓이에 퍼져 있는 엄청난 돌무더기가 이채롭다. 낙석 구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돌들에는 이끼가 끼어 있을 만큼 움직임이 적지만, 낙석 지역 바로 밑의 돌들은 서로 부딪치며 쪼개져 속이 하얗게 된 것들도 많다.

바위가 여러 층으로 깊게 쌓여, 그 밑에서는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위로는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의 얼굴이 벌써 발갛게 익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주위에는 강풍으로 인해 땅에 붙다시피 자라는, 어딘가 불행해 보이는 관목들 몇 포기 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짐에 따라 타스만 빙하와 마운트 쿡, 그리고 마운트 타스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빙하 끝에서 많이 위쪽으로 올라왔기에 여기저기 얼음이 희끗희끗 보인다. 빙하 사이에 고인 아름다운 옥빛 연못들이 대비되어 멋지다. 빙하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눈을 긁어모아 녹일 준비를 한다. 저 앞에있는 엄청난 크기의 눈더미를 보며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눈 위를 걷는 것이다.

몇 개의 커다란 눈더미를 건넜다. 산 정상부의 눈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땅까지 떨어져 부채꼴로 퍼져 있다. 그 떨어지는 힘이 얼마나 굉장한지 알 수 있다. 겉은 어느 정도 녹고 얼기를 반복해 얼음이 되어 있지만, 얼음으로 갈증을 풀기 위해 발로 파 보니 그 속의 깨끗한 눈의 색이 그대로 살아 있다.

나침반과 지도를 보니 이제 도착지까지 15분 남짓 남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커다란 장애물을 만났다. 바로 전방의 거대한 눈더미다. 수백m 높이에서 떨어져 덮친 눈사태가 빙하지역의 약한 지반을 때려 트랙의 일부분을 송두리째 날려 버린 것이다.

트랙이 있었던 곳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경고판이 선 채로 완전히 길이 끊겼다. 조금 더 가보고 싶어 눈사태가 난 위를 걸어가는데 우측은 수십m 낭떠러지로 바로 빙하와 연결되어 있다. 진퇴양난이 되어 버린 우리는 일단 안전한 곳을 찾기로 했다. 위에서 쏟아졌던 눈의 양이 워낙 엄청나서 수십m 아래의 빙하까지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이런 큰 눈사태가 나는 모습을 직접 봤던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인 현장을 보니 위력이 눈으로 본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겨우 갈만한 루트를 찾아 눈사태 지역을 건너갔는데, 설상가상(정말 이보다 더 맞는 말이 없다)으로 멀쩡했던 트랙이 산사태에 의해 끊겨 수십m가 유실돼 있다. 발 앞의 길이 낭떠러지로 끊어졌고, 저기 100여m 앞에 다시 길이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인 산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볼쉘터 산장으로 가닿는 루트의 끝 부분은 계곡이 아니라 능선으로 나 있으며 길의 우측은 빙하에 의해 깎인 면이 낭떠러지여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눈사태로 인해 많은 부분이 유실되고 붕괴 위험이 있는 데다가 산사태로 길 자체가 무너져 내리기도 했으니 더 이상의 진행이 불가능했다. 발길을 돌리는 수 밖에….

볼쉘터 산장까지 가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인데도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가족들이 모두 무사하고, 우리의 배낭 속에는 최고의 산행 음식인 라면과 계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안전사고에 맘을 졸이던 일행은 산행을 포기하자 오히려 더 즐거워한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모두 눈 표면의 더러운 것을 긁어내고 눈을 파 담기 시작했다. 고된 산행으로 배고픔을 느낀 뒤 먹는 음식만큼 소중한 경험은 없다. 아이들은 라면 한 줄, 국물 한 방울 남지 않고 알뜰히 먹는다. 산행이 아이들에게 주는 산 교육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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