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없는 재산은 어떻게 될까? (Bona Vacan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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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없는 재산은 어떻게 될까? (Bona Vacantia)

0 개 1,937 이동온

많은 영어 단어들이 라틴어에서 파생 되었듯이 법률 용어 역시 라틴어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해드릴 ‘bona vacantia’라는 개념 역시 라틴어인데, 직역을 하면 ‘비어있는 물건’ 또는 ‘주인이 없는’이란 뜻이다.  주인이 없는 재산은 어떻게 될까?

영미 불문법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royal prerogative 즉 국왕의 대권(大權) 이란 것이 존재한다.  대권이란 한 국가의 원수가 국토 안에서 국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을 말하는데, 존 로크의 통치론을 인용하면, 대권이란 ‘군주가 의회의 승인 없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뜻한다.  이 대권에 의하면 주인이 없는 모든 재산은 국왕에게 귀속되는데, 이는 11세기 노르만 정복 때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입헌 군주 국가인 영국과 영연방국가에서는 국왕의 대권은 내각과 총리를 통해서 실행되는데, 이에 따라, 주인이 없는 재산은 국왕의 대권을 집행하는 행정부에 의하여 국가에게 귀속되게 된다.

현대에 와선 주인이 없는 물건의 처분은 대부분 상속인 없이 사망한 사람의 유산에 관련되거나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회사의 재산과 관련되어 있는 듯 하다.  두 경우 모두 공통적으로 주인이 없는 물건이기에 국가에 귀속되는 것은 동일하다.  그 중에서 존재하지 않는 회사와 관련하여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회사, 즉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다.  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최소 출자 자본금의 제한도 없고, 회사 설립 목적에 관한 제한도 규제가 대부분 풀린 상태이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주주나 이사가 신분을 증명할 필요 역시 없다.  기타 국가와 비교해봐도 사업을 하기 쉽도록 규제가 많이 완화 되어 있는 편인데, 교민들 역시 사업을 하면서 회사를 설립하여 회사를 주체로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등록에 관한 유지를 까마득히 잊고 있거나 사업을 매각하거나 폐업하면서 회사의 청산에 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회사의 등록을 유지하려면 기본적으로 매년 annual return이라는 연차보고를 해야 하는데, 이 연차보고를 제 때 접수하지 않으면 회사가 회사등기부에서 소멸되게 된다.

회사가 회사등기부에서 말소(抹消)되면 해당 회사의 자산은 말소 시점부터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 실수로 소멸된 회사를 다시 등기부로 재등록 하려면 등기소장 (registrar)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가 계속 사업을 지속하고 있고 등록의 말소가 단순 실수였다면, 회사를 재 등록하고 회사의 자산을 다시 국가로부터 환수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회사를 재등록 하면서 특별한 절차 없이 자동적으로 회사의 자산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폐업하거나 매각하면서 누락된 회사의 자산을 다시 국가로부터 환수 하는 것은 절차상 상당히 복잡해진다.  경우에 따라선 고등법원의 판결을 받아야만 국가로 귀속된 자산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반대의 예로, 국가에 귀속된 자산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가 있다, 즉 국가에 귀속된 자산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보자. 개인이나 비금융기관인 회사로부터 융자를 받고 그 담보로 부동산에 모기지를 등기했는데, 돈을 빌려준 사람/회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융자금을 다 상환 하였지만 모기지를 해제하지 않았고, 모기지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이미 등기부에서 말소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는, 담보로 잡힌 부동산의 타이틀에서 모기지를 해제해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모기지권이 국가에 귀속되었다고 간주되고, 해당 절차를 밟아 국가가 대신 모기지권을 해제 해 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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