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판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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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판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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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이야기는 아실 것이다. 희대의 사기꾼인지 아니면 뛰어난 사업가인지, 사람마다 평가는 다르겠지만, 한푼도 안들이고 대동강물을 팔아버린 기상천외한 사고의 소유자란 점은 동의 하실 것이다. 혹여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이야기를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 필자의 과장을 살포시 얹어서 간략히 요약해본다.

김선달이라는 평양 한량은 어느날 물을 길어다 파는 물장수를 보고 크게 한탕할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먼저 대동강에서 물을 길어다 파는 물장수들을 모아놓고 걸쭉하게 한 잔 술을 산 다음, 내일부터 대동강에서 물을 퍼갈때마다 동전을 한닢씩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 자금으로 동전 몇닢씩을 물장수들에게 나누어 준것은 물론이다. 그 다음날부터 성문 앞 길목에 앉아 물장수들이 지나갈때마다 동전 한닢씩을 받는 행세를 하게된다.

이를 호기심있게 보던 한양 장사꾼이 김선달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김선달이 대답하기를 대동강 물은 김선달 가문에서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재산인지라 물장수들이 물을 퍼갈때마다 물값으로 한 통당 동전 한닢씩을 주는거라 둘러댄다. 이에 솔깃한 한양 장사꾼은 김선달을 어르고 달래 대동강물을 사게된다. 계약대금으로 통 크게 사천냥을 일시불로 지불한 한양 장사꾼이 다음날 뿌듯한 마음으로 물세를 받으러 성문 앞으로 나갔더니 이게 웬걸, 물장수들이 본체 만체 하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지나가는 물장수를 불러 세워 놓고 물값을 받으려 하니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나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된다는 가슴 아픈 얘기다.

뉴질랜드에도 최근 김선달 같이 크게 한 건 불로소득을 노리신 분이 있다. 버나드 윔프라고, 지난 446호에 “$10 상당의 주식을 $5에 대량 매입을 시도한다면”이라는 제목의 칼럼에도 소개되었던 분이다. 지난 2월 경에 윔프는 자신이 관련된 여러 사업체를 통하여 시세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대량으로 주식 매입을 시도했다. 주식 시장과 시세에 밝지 않은 노인층과 이민자를 주 대상으로 매입을 시도했다고 하는데, 예를들어 당시 시세가 $2.36이었던 V회사의 주식을 $1.56에 다량 매입 했다고 한다. 지난 칼럼에서도 설명했지만 당시법상 합법적인 행위였기에 지탄의 대상이 되어도 처벌을 할 수가 없었다.

윔프가 3월에는 또 한 번 주식을 통해 이윤창출을 노렸는데, 이번 계획은 2월에 시도한 작전 보다 교묘하다. 어찌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무릎을 칠 정도로 대담하면서도 기발하다. 계획인즉, 특정 회사의 주식을 찍어놓고, 주주들에게 주식 매매 계약서를 보낸다. 한 예로, 당시 주식 시장에서 $7.17선에 거래되던 주식을 $9.40에 사겠다고 계약서를 보내니 주주들은 올커니 좋다 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데, 계약서 뒷 페이지에 깨알같이 적힌 조항들을 보면, 주식증서의 양도는 즉시 이루어지지만 매매대금의 지불은 일시불이 아니고 십년에 걸쳐 분할지급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주식의 양도는 즉시 이루어지기에, 주식의 매매대금의 지급이 이루어지는 십년 동안 회사에서 주주에게 지불되는 배당금은 다 윔프 (엄밀히 말하면 윔프와 관련된 사업체)에게 지불되는 셈이다. 지불되는 배당금의 액수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매년 다르지만, 경우에 따라선 윔프는 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만으로도 주식의 매매대금을 지불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즉 자기 돈을 한푼도 안들이고 (또는 최소한의 자금으로) 주식을 사는 셈이다.

윔프의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에게 더욱더 아찔한 사실은, 주식을 매입한 사업체가 매매대금을 다 지불하기 전에 전매하고, 전매대금을 다른사람에게 지불한 후 (예를 들어, 윔프에게), 사업체를 청산 해 버린다면 윔프에게 최초 주식을 매도한 사람은 매매대금도 다 못 받고 주식만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행이도, 올해 신설된 Financial Markets Authority(번역하면 금융시장 감독원 정도가 될듯 하다)가 그 첫번째 사건으로 윔프의 계획을 고발하였고, 법원은 며칠 전 윔프가 3월에 시도한 주식 매입 계획은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행위였으므로 주식 매매를 무효화 하고 이미 양도된 주식은 반환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윔프의 두번째 시도는 무산 되었지만, 2월달에 시세보다 낮게 매입한 주식거래는 아직 유효한 상황이다. 주식시장의 특성상, 자신의 자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가능한데, 윔프의 시도는 (비록 두번째 시도는 무산되었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제 논리보다 말장난으로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점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생각된다. 사기꾼이라 불러야 할지, 기지가 뛰어난 사업가라 해야할지, 어찌되었든 뉴질랜드판 김선달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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