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사람의 유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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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사람의 유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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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시대의 흐름과 필요, 그리고 당시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국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된 법도, 몇년이 채 지나지 않아 폐지될 수도 있고, 유능한 변호사들이 법의 허점을 공략하여 국회의 의도와는 반대로 이용한다면 국회는 개정을 통하여 법을 재정비한다. 특히나 세법은 개정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예인데, 세법이라는 전장에서 변호사가 창이라면 국세청은 방패의 역할을 하여 계속 진화하는 셈이다.

불문법 (Common Law)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뉴질랜드에서는 제정법 외에도 법원의 판례가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국회에서 제정된 법이라도 법원이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상기할 때, 판례도 법의 큰 일부분이라 생각된다.

모든 전문직이 그렇겠지만, 변호사도 자신이 전문화하는 분야에 대한 끊임 없는 공부가 필요한데, 제/개정되는 법안과, 그것을 해석하는 판례에 대한 지속적인 주시는 필수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번호에서는 최근 필자가 접하게 된 판례를 소개하려 한다. 유언장에 대한 판례인데, 본 칼럼을 꾸준히 읽어 오신 독자는 결혼 전에 작성된 유언장은 결혼과 동시에 무효화 된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유언장이 결혼으로 무효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유언장이 특정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염두에 두고) 작성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즉 유언장에 결혼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유언장은 결혼 후에도 효력이 있다.

올해 7월에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난 재판에 따르면 S는 암으로 투병 중이던 2007년 Public Trust을 통하여 유언장을 작성하였는데, 당시 암이 절망적인 것을 통보 받은 상태 였고, 그럼에도 약혼녀와의 결혼을 결정하여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S가 유언장 작성을 의뢰한 Public Trust라는 기관은 정부 산하 기관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 즉 경우에 따라 무료로 유언장을 작성해 주지만, 유언장 작성인의 사후에 유산에서 수수료를 제한다. 정부 산화 기관인 만큼, 세심한 부분 보다는 규모와 볼륨에 치중하는지라 유언장 작성에도 정형화 된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유언장을 작성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일률적인 질문을 한 후, 그 답변을 기반으로 유언장을 작성해 주는 형식이다.

S를 인터뷰한 담당자(변호사가 아닌 직원)는 인터뷰 답변을 Public Trust에 소속된 변호사에게 보냈고, 그 변호사는 인터뷰 답변을 기반으로 하여 S의 유언장을 작성 하였으며, S가 특별한 문제없이 유언장에 서명을 한다.

유언장을 작성한 뒤 4개월 후 S는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한지 한 달 후 세상을 떠나게 된다. S가 결혼 전 작성한 유언장의 전문은 공개 되지 않았으나, 골자는 자신의 사후 모든 재산을 부모님과 (결혼 할) 배우자에게 균등하게 분배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이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S를 인터뷰한 Public Trust의 담당자는 위에서 언급한 일률적인 질문을 하였는데, 그 중 하나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이유가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냐' 였고, 이 질문에 S는 '아니오'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문제는 S의 유언장에 결혼에 관한 언급이 없었고, 이에따라 S의 유언장은 S가 결혼한 시점부터 무효화 된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S가 결혼 전 작성한 유언장이 무효화 된다면 S의 유산은 S의 배우자가 전액 상속 하게 되고, 이에 반발한 S의 부모가 법원의 판결을 요청 하였다.

법원은 S가 아마도 암으로 투병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대비하여 유언장을 작성하였고, 또한 결혼을 염두에 두고 유언장을 통해 특정 비율로 재산의 분배를 지시한 것이라 느껴지지만, 유언장에 결혼에 대한 언급이 없고, 유언장 작성에 관련된 사람(Public Trust의 직원)의 증언도 불확실하므로 유언장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을 내린다. 이 사건의 판결을 맡은 판사는 판결문 말미에, 유언장은 무효이지만, S의 배우자가 S의 바램을 따라 재산을 분배했으면 한다는 사족을 단다.

유산의 분배를 떠나, 유족들이 법원까지 가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 S가 전문지식을 가진 변호사에게 상담하고 유언장 작성을 의뢰했다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거란 아쉬움이 들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다. 결혼, 특히 재혼을 앞두신 분이라면 유언장 작성 및 수정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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