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덩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심혜원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개미와 덩치

0 개 4,097 코리아포스트
6살 아이가 열심히 짓밟고 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점 재미가 붙고, 이제는 발로 짓이기는 일과 자신이 동일시되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지도 모르고 짓밟는다. 개미들을! 평생을, 5mm밖에 안 되는 자신의 몸통보다 세 배나 더 커 보이는 먹이를 열심히 성실히 지고 나르기만 했던 일개미들도, 그 세계에서는 그래도 장엄한 표정을 짓던 수 개미들도, 품격적 혈통을 지켜 오다 아비규환의 피난 행렬 개미 군상들에게 짓밟히고 있는 여왕 개미도 아이의 발길질에 무참히 죽어간다.

“엄마, 산 비탈에 저게 뭐야?”
“판자집이란다. – 아직도 판자집이 있네.”
“집을 판자로 지었어, 강아지 집처럼, 누가 살어?”
“---.”
“누가 살어?”
“사람이 산단다.”
“저기서, 사람이, 살어, 우리하고, 똑같이 생긴, 사람이?”
“그래.”
“아, 우리 식구 취미가 골프인 것처럼, 저 사람들 취미가 등산인가 보구나. 저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 이야?”
“그만봐라. 신경 쓸 것 없다. – 왜 아직도 저대로 놔두는거야, 지저분하게. 장관님은 뭐하셔, 빨리 뉴타운 개발 추진 안하고. – 김기사, 다음부터는 이 길로 오지 말어, 애들 교육에 나쁘겠어.”

6살 계집아이는 아직도 발길질에 열심이다. 파출부 엄마가 일하는 성곽 같은 집 앞 콘크리트 도로가 갈라져 드러나 보이는 땅 속 개미들을 아이는 너덜해진 조그만 운동화 앞굼치로 누르고 있다. 음식 부스러기라도 가지고 큰 대문에서 나올 엄마를 기다리며 개미와 '놀고' 있는 계집아이를 학교에서 돌아오던 골프가 취미인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발로 툭 찬다. “야, 저리 가. 지저분하게!” 땅에 쓰러진 계집아이의 무릎에선 성곽 안으로 보이는 자목련 빛처럼 고운 피가 흐르지만, 벤츠 자동차에서 내리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쌍꺼풀 수술로 푹 파여 부릅 뜬 것처럼 보이는 눈길에 계집아이는 울음소리도 말라 붙어 버린다.

인간은 작아 보이는 존재들의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고 냉혹해질 수 있을까?

All we really need to know about how to live and what to do, we learned in kindergarten.(어떻게 살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정말로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우리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The things we learned in kindergarten include “share everything,” “play fair,” and “say you're sorry when you hurt somebody.”(유치원에서 우리가 배운 것 중에는 “모든 것을 나누어라, 정당하게 겨루어라, 누군가를 아프게 했을 때는 미안 하다고 말해라.” 등이 있다.) Sadly, however, we don't apply these rules to our family life, work or government when we become adults.(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어른이 되었을 때 이러한 규칙들을 가정 생활에서나 직장에서나 정부에서 적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 한국에선 ‘동네 구멍가게’의 수입마저도 탐내는 ‘대기업’들의 이른바 기업형 슈퍼마켓이 늘어나고 있 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논리대로 행한다고 하지만, 참 좋은 유치원을 나왔음에 틀림없을 것 같은 CEO들이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밖에 없는지 유치원을 못 나온, 나는 알 수가 없다. 당연히 ‘we are sorry’라고는 하지도 않을 것이고, ‘share everything’은 못해도 ‘play fair’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참, 덩치 값도 못 한다.

미국 26대 대통령이었던 Theodore Roosebelt는 19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만큼 뛰어난 정치가였지만, 다른 여러 면에서도 특출 났다. 그는 너무도 지독한 근시였기 때문에 안경 없이는 3m 앞에 있는 가장 친한 친구들도 못 알아 볼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명사수였다. 사냥을 너무 좋아해서 아프리카까지 가서 돌진해 오는 사자를 쏘아 쓰러뜨릴 정도로 사격술이 뛰어났던 큰 사냥꾼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새를 쏘지는 않았다고 한다.

왜? 정당한 싸움(play fair)이 아니었으니까!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31 | 2시간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32 | 2시간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365 | 5일전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366 | 8일전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282 | 10일전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374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

고요

댓글 0 | 조회 92 | 10일전
시인 도 종환바람이 멈추었다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 영혼인지 알게 한다고요는 침착한 눈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게 하고내 육신야말로 얼마나 가난하지… 더보기

사찰음식의 잠재력, 전 세계로 확산될 것

댓글 0 | 조회 123 | 10일전
- ‘르 꼬르동 블루’ 런던 학과장 에밀 미네프 셰프의 템플스테이르 꼬르동 블루 런던 에밀 미네프(Emil Minev) 학과장 셰프가 한국 사찰에 머물며 불교전통… 더보기

훼방꾼은 비켜가고 . . . “안녕 하세요?”

댓글 0 | 조회 305 | 10일전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었다. 단잠을 청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세찬 전화벨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깼다.(이런 시간에 웬 전화? . . 오늘밤 단잠은 틀… 더보기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을 묻다

댓글 0 | 조회 206 | 10일전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을 맞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동포간담회에서 한인회장은 “한국인의 저력과 품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교민이 있다”며 “주변에서 ‘한국인이어… 더보기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인류가 남긴 거대한 수수께끼

댓글 0 | 조회 173 | 10일전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칠레 해안에서 약 3,700km 떨어진 외딴 섬 — 이스터섬(Easter Island), 혹은 라파누이(Rapa Nui). 이 작고 고립된 … 더보기

때에 맞는 도구를 써라

댓글 0 | 조회 122 | 10일전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된다.“모든 상황에 하나의 클럽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바람의 방향, 거리, 잔디의 상태, 장애물의 위치 등은 매 … 더보기

궁금해서 찾아본 영주권과 영구 영주권

댓글 0 | 조회 956 | 2025.11.25
살다 보면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도 이민법의 특정한 조항에 대한 법적인 정의와 세부조항들이 궁금해… 더보기

사고도 없는데, 왜 내 보험료는 오를까?

댓글 0 | 조회 468 | 2025.11.25
– 뉴질랜드 자동차 보험의 구조와 ‘무사고자’에게도 인상이 오는 이유“나는 사고도 안 냈고, 클레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보험료가 또 올랐네?”아마 많은 교민… 더보기

게을러져서 좋다

댓글 0 | 조회 177 | 2025.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목회를 마치니늦잠을 잔다 해도눈치 볼 일 없어 좋다일찍 눈 떠지는 날은할 일이 없어도괜히 부지런한 것 같아그것도 좋다수염은 게으른 몫으로 두… 더보기

17. 루아페후 산과 타우포 호수의 사랑 이야기

댓글 0 | 조회 124 | 2025.11.25
뉴질랜드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화산과 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과 타우포 호수(Lake Taupo)는 마오리 전설…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 대법원 판결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5
예전 칼럼에서는 우버드라이버가 우버에 고용된 피고용인라는 고용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우버가 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이 고용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우버의 청구… 더보기

유학을 결정하기 전, 가족이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233 | 2025.11.25
: 아이의 미래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대화▲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유학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 더보기

열 마디만 해야지...

댓글 0 | 조회 179 | 2025.11.25
세상의 대부분은 길어야 좋다. 수명이 길어야 좋고, 키도 가방끈도 길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 길어 좋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는 5분을 끄… 더보기

‘트리플데믹’ 경고

댓글 0 | 조회 615 | 2025.11.21
요즘 이른 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독감(influenza)을 비롯해 코로나19(COVID-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어스(RSV•Respiratory Sync… 더보기

Year 8–9 전환기, 우리 아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827 | 2025.11.17
Year 8에서 Year 9로 넘어가는 시기는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아직 Year 8의 학사 일정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2월의 컬리지 입학이 가… 더보기

우리 아이 글, 무엇이 부족할까? 글쓰기 성취 기준 이해하기

댓글 0 | 조회 460 | 2025.11.14
글쓰기 평가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려운 영역이다. “열심히 쓰고 분량도 충분한데 왜 Achieved인가요?”, “Merit과 Excellence의 차이가 무… 더보기

NCEA, IB, Cambridge - 글쓰기가 보여주는 다른 학습 철학

댓글 0 | 조회 442 | 2025.11.13
뉴질랜드의 고등학교에는 하나의 교육체계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립학교 대부분이 채택한 NCEA, 일부 사립학교에서 운영하는 IB, 그리고 영국식 교육 전통을 바탕으… 더보기

Welcome to 유학월드와 최대 2M 사투비자

댓글 0 | 조회 348 | 2025.11.12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의 시각으로 보는 요즘의 뉴질랜드 정부와 이민부가 지향하는 바는 크게 2가지로 보여집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