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왜 늘 과거를 기준으로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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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왜 늘 과거를 기준으로 움직이는가

0 개 146 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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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의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문명의 정점에 서 있다고 믿었다.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산업화는 엄청난 규모의 번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기술과 경제의 발전이 인류를 더욱 평화롭고 이성적인 사회로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시 유럽은 오랜 기간 대규모 전쟁 없이 안정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세기는 그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인간은 과학기술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것은 19세기 말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20세기의 역사였다.


20세기 말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다. 냉전이 끝난 이후 세계화와 글로벌 스탠다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처럼 여겨졌고, 인터넷과 자유무역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할 것처럼 보였다. 경제적 교류가 확대되면 국가 간 갈등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론도 널리 퍼져 있었다. 교육에서도 글로벌 인재라는 표현이 중요하게 사용되기 시작했고, 국제 경쟁력과 세계시민의식이 강조되었다.


그런데 21세기의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다. 세계는 연결되었지만 동시에 더 쉽게 분열되기도 했다. 기후위기와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팬데믹은 전 세계가 얼마나 불안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것이 반드시 인간 사회를 더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직업은 사라질 것이고, 새로운 시대에는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삶과 교육의 방식까지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사회가 빠르게 변할수록 교육은 오히려 가장 느리게 변하는 영역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


학교는 언제나 미래를 준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의 기준은 대개 이미 지나간 시대의 요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산업사회는 규칙적인 노동력과 표준화된 인재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학교 역시 정해진 시간표, 동일한 교육과정, 표준화된 평가, 정답 중심의 학습 구조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이러한 시스템은 한때 매우 효율적이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학생들을 교육해야 했던 시대에는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해냈던 것이다.


문제는 사회의 변화 속도이다.


과거에는 사회 변화가 비교적 느렸기 때문에 학교가 조금 늦게 움직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빨라졌다. 학교가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기 시작하면, 사회는 이미 또 다른 변화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오늘날 학생들은 이전 세대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정보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 암기나 정보 전달은 더 이상 인간만의 역할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얼마나 정확하게 정답에 도달하는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초 학습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수학적 사고력, 꾸준히 학습하는 태도는 어느 시대에서든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학교가 평가하는 능력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이 급격하게 변해야 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한 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은 언제나 사회 변화보다 조금 늦게 움직여 왔고, 그것 자체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능력 사이의 간격이 수십 년에 걸쳐서 천천히 벌어졌다면, 지금은 불과 1~2년 사이에도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시대에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몇 가지를 교육과정에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미래를 잘못 예측해 왔다. 그렇기에 교육 역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만을 기준으로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기치 못한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 배우고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기술과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겠지만, 그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적응하는 능력의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교육이 다시 고민해야 할 과제는 새로운 기술 그 자체보다,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인간에게 여전히 필요한 본질적인 힘이 무엇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전정훈 원장

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newcan1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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