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앓이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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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앓이를 하다

0 개 112 조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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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프팅으로 잘 알려진 동강, 강물이 휘감은 우리나라 한반도를 닮은 지형, 비운의 천재 시인 김삿갓이 묻힌 곳, 갠지스 강변의 모래알 항하사(恒河沙)보다도 많은 별을 보는 별마로 천문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장릉과 그 비운의 주인공 단종이 유배당했던 청령포 피안, 두문동재와 만항재, 길이 험해서 편안히 넘어가고자 기원했던 영월(寧越)이 껴안은 모습이다.


온통 산골이라 산나물은 넉넉한데, 곤드레나물보다 맛있고 좋다는 어수리 나물로 단종 임금께 진수했다고 해서 명품이 된 어수리 나물밥은 온통 어수리다. 어수리전, 어수리 인절미, 어수리 누룽지로 밥상이 어수룩하다. 어수리 막걸리는 취해도 상큼한 어수리 향이 묻어난다.


영월은 서두르면 안 되는 곳이다. 지그들(자기들)이 ‘달달 보름달’처럼 ‘달달 영월’이라고 부르는 것은 견강부회다. 어쩌겠는가? 달은 없지만 애교로 보아줄 일이다. 인구 3만 7천여 명의 영월은 한적한 시골이다.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정선군 고한읍, 태백시 삼수동이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이 두문동재(해발 1,268m)다. 지금은 두문동재 터널이 뚫려 있어 차로 쉽게 오갈 수 있지만, 옛길인 고갯마루는 험난했다. 정선으로, 태백으로 오갈 수 있는 길은 험해서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될 때 고려에 충성을 다하던 선비들이 끝까지 조선에 출사하지 않고 이 깊은 산골로 들어와 살았다는 곳이다. 들어와 나가지 않았으니 ‘두문불출(杜門不出)’한 것이다. 두문동재에는 이들의 충절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머지않은 곳에 있는 만항재(晩項嶺)도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정선군 고한읍, 태백시 혈동이 마주한 경계지점인데, 국내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포장도로 고개(해발 1,330m)다. 고갯마루에서 잠시 쉬면서 야생화 공원을 둘러보는 여유가 좋다. 그 능선을 따라 함백산(咸白山)에는 세상 바쁠 것 없다는 풍차가 느릿느릿 돌아간다. 만항재에서 두문동재까지는 걷기 좋은 등산길이다.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지만 겨울에는 상고대가 끝없이 이어져 있고, 태백의 검룡소까지도 가볼 만한 곳이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다.


비운의 방랑 시인 김삿갓이 묻힌 곳은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다. 거기에 문학관이 있다. 김삿갓의 무덤에서 계곡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거나 능선을 넘으면 바로 이웃한 도(道)로 연결된다. 영월군 김삿갓면,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또는 봉화군)이 닿는다.


파격적이고 풍자와 해학을 담은 김삿갓의 시를 보면 통쾌하지만 슬프고 또 찔린다. 김삿갓이 한 서당을 찾아갔는데 무시를 당했던 모양이다. 겉으로는 칭찬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서당과 훈장을 통렬히 비판한 풍자시를 함께 보고자 한다.


『서당내조지(書堂乃早知) 방중개존물(房中皆尊物) 생도제미십(生徒諸未十) 선생래불알(先生來不謁)』


이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 욕 같아 보인다. 아니, 욕을 한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서당은 일찍부터 이름이 났고 방 안에는 귀한 물건이 가득하구나. 학생은 다 해도 열 명이 안 되는데 선생은 오지도 않는구나.” 서당의 선생을 훈장(訓長)이라 불렀다. 식자(識者)의 상징이었고, 천자문이라도 한 권을 다 배우면 책거리를 했다. 귀한 쌀을 한 말씩 바쳤다. 그런데 이 시의 각 행 첫 글자만 이어 보면 書(서)房(방)生(생)先(선)이 된다. 서방생선은 “훈장이 받는 교육비는 썩은 생선 값 정도도 아깝다”는 비꼼이 들어 있다.  


연산군과 광대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왕의 남자’는 역사와 조선 왕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었다. 최근에는 청령포에 유배 온 단종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영월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단종이 죽임을 당하자 영월의 엄흥도가 목숨을 걸고 의로운 일, 시신을 거두어 묻는다. 그곳이 좁고 가파른 산등성이의 장릉이다. 강물에 버린 시신을 감히 나서지 못하는 때에 “임금은 폐위되어도 임금”이라며 의로운 일을 하다가 당할지도 모를 일에 목숨을 걸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


영월 사람들은 장릉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고, 단종이 유배당한 청령포의 관풍헌(觀風軒)을 십시일반으로 추렴하여 새로 지었다. 옛터는 19걸음에 14걸음의 오두막 같은 크기였다. 한반도 지형이 있는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바꾸었다.


1990년대에 홍수 조절과 수자원 확보를 이유로 추진하던 동강댐 건설 계획을 막고 동강을 지켜냈다. 지금은 그 강에서 래프팅과 다슬기, 한반도 지형의 나룻배가 일품이다.


다시 찾으면 별마로 천문대에서 가신 님, 그 별을 찾고 김삿갓 계곡에서 야영을 하며 어수리 막걸리에 취해야겠다. 다슬기국으로 해장을 할 수 있으니…


* 출처 : FRANCE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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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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