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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북섬 동쪽 깊은 숲속, 울창한 나무와 안개가 깔린 고요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다른 세상과 이어진 듯한 호수가 펼쳐진다.
그곳이 바로 와이카레모아나(Lake Waikaremoana) — 마오리어로 “잔잔한 물 위를 걷는 파도”라는 뜻을 가진,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호수다.
하지만 이 호수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이 숨어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한 여인. 그녀는 잊혀졌지만, 그녀의 눈물은 지금도 이 호수 위를 흐른다고 한다.
* 길을 떠난 여인
오래전, 우레와(Urewera) 부족의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지만, 마음 깊은 곳엔 언제나 단단한 의지가 있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조용한 산기슭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은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그녀는 직접 남편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강을 건너고, 숲을 헤치고, 높은 능선을 넘으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당신이 어딨든, 난 꼭 찾아낼 거예요. 당신을 데려가지 못한다면, 나도 거기 남을 테니.”
* 안개 속의 호수
그녀는 길고 험한 여정을 거쳐, 결국 고개 너머 아무도 본 적 없는 계곡에 도달했다.
그곳엔 안개로 가득한 광활한 분지, 그리고 발아래 깊고 까마득한 웅덩이가 있었다. 그녀는 그 웅덩이 아래 어렴풋이 남편의 실루엣을 본 것 같았다.
“그가 날 부르고 있어…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아무 주저 없이,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다음날, 그 웅덩이는 말없이 거대한 호수로 변해 있었다.
* 눈물로 만들어진 호수
마오리들은 말한다.
그 호수는 단지 빗물이나 산의 용천수가 아니라, 그녀의 끝없는 눈물이 채운 물이라고.
그녀는 죽은 것이 아니라, 지금도 호수 밑바닥 어딘가에서 남편을 찾기 위해 유영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 호숫가에는 그녀의 울음소리 같은 바람이 불고, 호수 한가운데엔 잔잔함이 아닌 뒤척이는 슬픔이 일어난다.
* 지금도 살아 있는 전설
와이카레모아나는 오늘날 등산객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찾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트래킹 명소 중 하나다.
하지만 마오리 가이드와 함께 이곳을 걷다 보면, 그들은 늘 말한다.
“이 호수에선 절대 장난치지 마십시오. 여인은 아직 이곳에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깊은 밤 호숫가에 혼자 있을 때 물결 사이로 흰 옷을 입은 여인의 실루엣을 봤다고 한다.
혹은 바위 위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여인이, 사라지는 안개와 함께 흐르듯 사라졌다고도.
* 전설이 남긴 교훈
이야기는 단지 유령 이야기나 공포 전설이 아니다. 이건 사랑과 기다림, 절실한 그리움과 헌신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