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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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열풍

0 개 43 박명윤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2024년 64억원에서 2025년 99억원으로 35억원(55%) 증가했다. 이에 지난 2월에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을 시작했다. 하루 7000보를 걸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500포인트가 지역사랑상품권 카드에 쌓인다.


주민 건강을 위해 시작한 걷기(步行, walking) 사업은 시작 후 두 달 새 지역 주민 5392명이 참가하고 있다.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은 선심성으로 현금을 쥐어주는 것과 달리 스스로 건강을 챙기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주민이 건강해지면 의료비(醫療費) 등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고, 지역 상권(商圈)에도 더 많은 돈이 돌게 된다.


‘올레길’은 제주도에 조성된 트레일(trail, 탐방로)이다. 올레는 제주 방언(放言, 사투리)으로, 큰길에서 집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 시사저널 편집장을 역임한 언론인 서명숙(69) 제주올레 이사장이 4월 7일 ‘하늘 속 순례길’로 떠났다. 고인은 제주도에 올레길을 만들어 ‘걷기’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서명숙 씨는 지난 2006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Comino de Santiago)로 떠났다. 한 달간 800km를 걸으면서 ‘살아서 갈 수 있는 천국이 바로 여기구나’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고향 제주로 내려가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세우고 서귀포 시흥리에 첫 코스를 냈다.


꾸준히 길을 발굴해 15년 만인 2022년 제주도 한 바퀴를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27개 코스, 437km를 완성했다. 그해 올레길을 걸은 ‘올레꾼’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제주올레는 2010년 도보여행 바람을 일으켰다. 전국 곳곳에 제주올레를 본뜬 도보 여행 길이 생겼다. 2012년에는 일본 규슈에 올레를 수출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존(Zone)2 운동이란 심박수 기준으로 운동 강도를 5단계로 나눴을 때 2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걷기 운동이다.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60-70%(50세인 경우 분당 심박수(bpm•beats per minute) 102-119회)이며, 숨이 차고 땀은 나지만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한 강도의 운동을 말한다. 이 운동 강도에서 몸은 탄수화물이 아니라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젖산은 쌓이지 않으며, 근육 속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활발히 움직인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몸이 지방을 태우지 못하고, 혈당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지방 연소 능력을 회복하고, 인슐린(insulin) 감수성을 개선하고, 혈관 탄력 기능을 좋게 하는 존2 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만성질환 뿌리인 대사 시스템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중보건(Public Health) 분야에서는 ‘덜 앉고, 더 움직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최근 연구에서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여 ‘얼마나 많이 움직이느냐 뿐 아니라, 얼마나 강하게 움직이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지난 3월에 발표한 연구는 운동량과 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총 운동량이 비슷하더라도 ‘숨이 찰 정도’의 고강도 운동 비율이 높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63%), 당뇨병(60%), 간질환(48%), 신장질환(41%), 심방세동(29%) 등 주요 만성질환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강도 운동은 저강도 운동으로는 완전히 재현되지 않는 생리적 반응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메디슨(Communications Medicine)에 게재된 연구는 보다 넓은 개념인 ‘중등도-고강도 신체활동(MVPA•Mid to Vigorus Physical Activity)’을 분석했다. MVPA는 빠르게 걷기처럼 약간 숨이 차는 중등도 활동부터 달리기처럼 심박수를 크게 올리는 고강도 활동까지를 포함한다. 이번 연구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에 집중했다.


분석 결과, 신체 활동량이 가장 적은 그룹(주 65분 이하의 하위 10%)과 비교해 주 150분의 MVPA를 수행한 그룹은 총 사망 위험이 48% 낮았고, 300분까지 늘린 그룹은 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단 오르기, 빠르게 걷기 같은 짧은 중등도-고강도 신체활동을 하루 중 여러 번 나눠서 누적해도 사망 위험이 의미 있게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됐다.


두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커뮤니케이션 메디슨’ 발표 연구는 ‘더 많이 움직이면, 그것이 짧고 간헐적인 MVPA도 사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유럽심장저널’ 게재 연구는 숨차게 하는 고강도 운동이 중강도 활동으로는 충분히 얻을 수 없는 질병 예방 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에 두 연구를 종합하면 운동은 ‘양’과 ‘강도’를 조합하는 게 수명 연장과 질병 예방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심장 전문의이자 AI 의학 권위자인 에릭 토폴(Eric Topol) 박사는 스크립스 병진과학연구소(Scripps Trsnslational Science Institute) 소장이다. 토폴 박사는 최근 출간한 저서 ‘슈퍼 에이저: 장수에 대한 증거 기반 접근법’에서 “운동은 신체 전반의 노화(老化) 시계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유일한 비결”이라며 “식단(식생활)이나 사회적 상호작용과 같은 다른 생활 습관 요인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건강한 노화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바로 운동”이라고 말했다.


토폴 박사는 심각한 만성질환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슈퍼 에이저(Super Ager)들의 비결을 찾고자 17년간 동료들과 연구를 진행했다. 슈퍼 에이저는 80세 이상 고령자임에도 불구하고 40-50대의 신체적•인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토폴 박사 연구팀은 2007년부터 슈퍼 에이저로 분류되는 80세 이상 노인 1400명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대규모 연구를 실시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들이 공유하는 유전적 유사성은 거의 없었다.


토폴 박사가 찾아낸 ‘웰더리(wellderly•늙었어도 건강한 사람)’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의 핵심적인 건강 비법은 바로 운동이었다. 식단(식생활), 사회적 연결성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운동에는 미치지 못 했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조기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인 심장질환 위험을 줄였다. 특히 ‘근력 운동’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운동은 뇌 활동을 유지하며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노화로 인한 낙상(落傷) 가능성도 줄였다. 토폴 박사는 “암, 심장병, 치매 등 세 가지 연령 관련 질병에 근력운동이 주는 효과는 놀라울 정도”라며 “나이가 들면서 근육과 뼈가 손실되는 것을 막고 균형 감각과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반드시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폴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한 후부터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 균형 감각과 자세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목표는 주요 연령 관련 질병, 특히 암, 심혈관 질환, 신경 퇴행 없이 더 오래 사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7년에서 10년 더 건강하게 늙을 수 있다. 운동 시간은 하루 30-50분, 주당 5일이 적당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 또는 두 가지 강도의 신체활동을 적절히 병행하면서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함께 실천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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