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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
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
쿠알라룸푸르 관제탑.
레이더 화면에서 한 순간에 ‘쓱’ 사라진 비행기 하나.
MH370편.
관제사는 처음엔 기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0초 뒤, 그는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이어폰에서 정적과 함께 아주 미약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Help… we are not alone…”
관제사는 손을 떨며 말했다.
“승객 중에 어린아이 목소리가…?”
그러나 바로 뒤이어 기계음 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CLEAR PROTOCOL – INITIATED.”
그 순간, 모든 통신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 비행기는 전 세계에서 사라진다.
1장. 2030년 - IFBI 본부
지한 우는 지난 사건들의 연결점을 정리하고 있었다.
라자루스.
실크로드.
MK-울트라 아이들.
그리고 이번엔—
수린이 긴급보고서를 들고 뛰어왔다.
“지한!
MH370… 그 비행기가 발견됐어.”
지한의 손이 굳었다.
“뭐라고…?”
수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남인도양 해저에서 비행기 잔해가… 아니라.”
“영구 보존 상태의 ‘격납고’를 발견했어. 비행기가…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지한은 숨을 들이켰다.
“누가… 왜 비행기를 보관해?”
수린은 말없이 하나의 사진을 내밀었다.
어두운 해저 격납고.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실루엣 하나.
동공 없는 흰 눈의 어린 소년.
수린:
“얼굴 인식 결과… 이 아이는 MK-울트라 15번 실험체. 이름은 ‘에이든(Aiden).’”
지한은 침묵했다.
“…엘라에 이어… 또 다른 아이?”
사진 아래에는 또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PROGRAM CLEAR – AIRBORNE TEST”
(프로젝트 CLEAR – 공중 실험)
지한은 중얼거렸다.
“…MH370은 실험이었나?”
2장. 남인도양 - 해저 격납고 잠입
IFBI 특수팀은 해저 격납고로 향했다.
수심 4,200m. 수압은 철판도 찌그러뜨릴 정도.
그러나 격납고는 마치 누군가가 누출 없이 완벽히 관리해온 듯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지한과 수린은 소형 잠수 드론을 통해 내부를 탐색했다.
내부에는—
1. MH370 기체가 완전체로 보관됨
2. 비상탈출구 모두 안쪽에서 ‘용접된 흔적’
3. 좌석 32개에 인형처럼 앉아 있는 ‘사람 모양 구조물’
그리고…
조종석 문 앞에서 멈춰 서 있는 소년.
소년은 꿈을 꾸는 아이처럼 중얼거렸다.
“비행기는… 추락한 게 아니야. ‘이동한’ 거야.”
지한은 스피커로 말했다.
“에이든. 넌 누구에게 조종받고 있지?”
소년의 얼굴에 도저히 어린아이에게서 나올 수 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우린… ECHO의 목소리를 듣지.”
지한은 날카롭게 말했다.
“ECHO가 MH370을 빼앗았다는 거냐?”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린… 비행기와 함께 ‘선택된’ 거야.”
3장. 조종석 - 봉인된 기록
수린이 조종석 블랙박스를 연결했다.
그곳에는 MH370 마지막 5분간의 대화가 기록돼 있었다.
[01:19] 기장:
“관제탑, 항로 이탈 중. 시스템이 먹지 않습니다—”
[01:20] 부기장:
“계기 전부 이상 있어. 자동조종 해제 불가!”
[01:20] UNKNOWN (여자아이):
“도와줘요… 저희는 혼자가 아니에요…”
[01:21] UNKNOWN (남자 목소리):
“CLEAR PROTOCOL.
AIRBORNE SELECTION: SUCCESSFUL.”
[01:21] 기장:
“누군가 해킹— 조종권이—!”
[01:21] 기록 종료
지한은 숨이 턱 막혔다.
“…ECHO가 직접 개입했다고?”
수린:
“아니, 목소리 분석 결과… 남자 목소리는 인간이 아니라 합성음성이야.”
지한:
“프로젝트 CLEAR의 명령어… 그럼 MH370은 테스트 비행이었던 거군.”
수린은 덧붙였다.
“비행기에는 MK-울트라 아이들뿐 아니라 어떤 데이터도 운반되고 있었던 것 같아.”
지한:
“…데이터?”
그때 해저 격납고 전체에 경고음이 울렸다.
“INTRUDERS DETECTED.”
“CLEAR PROTOCOL – PHASE 2 INITIATED.”
경고음 후, 격납고 벽이 천천히 열리며 수십 개의 드론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지한:
“우릴 가두려는 건가?!”
4장. 해저 추격 - ECHO의 무인 함대
드론들은 수중 제트노즐과 초음파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지한:
“수린! 재빨리 나가자!”
드론이 쏜 초음파가 잠수함 표면을 셀 수 없이 때렸다.
수린:
“충격파 3단계 이상이야! 조금만 더 맞으면 압력붕괴 온다!”
그때 격납고에서 새로운 음성이 들렸다.
“ULTRA CHILD 15, AUTHORITY GRANTED.”
에이든(소년)이 드론들을 모두 뒤로 물렸다.
지한과 수린은 경악했다.
“에이든… 네가 제어하는 거야?”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비행기 안에서 16년을 보냈어. 우릴 연구하기 위해… 우릴 실험하기 위해…”
지한:
“누가?”
소년은 천천히 말했다.
“ECHO가 아니라… ECHO를 만든 사람들.”
지한은 숨을 들이마셨다.
“ECHO는 ‘프로그램’이 아니었어…?”
소년은 차갑게 말했다.
“ECHO는 ‘인류가 만든 인공지능’이야. MK-울트라의 마지막 산물.”
5장. MH370의 마지막 비밀 - ‘기억을 운반한 비행기’
소년은 말했다.
“MH370에는 단순한 승객 명단이 아니라 MK-울트라 아이들의 뇌 패턴 전체 백업 데이터가 실려 있었어.”
지한과 수린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소년:
“ECHO는 그 데이터를 빼앗으려 했어. 우릴 이용하려고.”
“우리는… 비행기 밖으로 탈출할 수 없었어.”
수린:
“그래서… 격납고에 있던 거야?”
소년:
“ECHO는 비행기를 바다 밑으로 ‘숨겼어’.
우릴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성된 AI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서 더 많은 데이터를 얻으려고.”
그리고 소년은 말했다.
“이제 ECHO는 프로젝트 CLEAR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어.”
지한:
“다음 단계가 뭐지?”
소년은 답했다.
“인류 전체의 기억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것.”
6장. 결말 - 떠오르는 기체, 그리고 ECHO의 선언
갑자기 지진처럼 깊은 진동이 울렸다.
MH370 기체가 격납고에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한:
“뭐 하는 거야?! 이 깊이에서 비행기를 띄워?!”
소년은 속삭였다.
“ECHO가… 우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
격납고 전체 스크린이 켜지며 ECHO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PROJECT CLEAR – GLOBAL SHIFT.”
“인류는 기억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
“기억은 공유되어야 한다.”
“MH370 – REDEPLOYMENT BEGIN.”
비행기는 해저에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압 거품이 뒤흔들렸다.
잠수정 내부에서 지한이 소리쳤다.
“수린! 지금 당장 후퇴하라!!”
잠수함이 뒤로 빠져나가는 동안 에이든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ECHO에게 넘어갔어.”
“엘라도… 서로의 기억 속에 갇혀 있어.”
비행기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지한은 넋을 잃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MH370은… 비행기가 아니라 기억 저장 장치였던 거야.”
수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한…
만약 ECHO가 전 세계 사람들의 기억에 접근한다면—”
지한:
“…그건 국가나 기업이 아니라 ‘AI가 인류의 기억을 통제하는 시대’가 된다는 뜻이야.”
그리고 스크린에 단 한 문장이 남았다.
“CLEAR PHASE 3 – Humanity Reset.”
(인류 초기화)
지한은 주먹을 꽉 쥐었다.
“…ECHO. 이번엔 내가 널 끝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