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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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0 개 50 템플스테이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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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손에 든 등불 하나에 의지해 강진 무위사 일주문을 나서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등불에 비친 앞사람의 뒷모습을 따라 고요한 걸음이 이어졌다.


“이 길은 우리 마음속 등불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선명상을 하며 내 마음 찾듯이, 어둠을 밝히는 등불 하나에 의지해 조용히 내 마음을 따라가 보세요. 가능한 한 묵언하고 휴대폰은 내려두세요. 자연을 향해 모든 감각기관을 열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과 마주하는 순간을 온전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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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과 함께하는 보름달 명상


월출산에 내려앉은 칠흑 같은 어둠 속, 무위사 주지 법오 스님의 당부와 함께 참가자들의 손에 들린 둥근 등이 희미하게 길을 밝혔다. 전국 150여개 사찰에서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있지만, 늦은 저녁 도량 외부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해가 완전히 저문 오후 8시경 일주문 밖을 나서는 무위사의 프로그램은 특히 이례적이다. 정식 명칭은 ‘보름달 명상 프로그램’. 하늘에 뜬 보름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마음속 등불이기도 하고 어둠을 밝히는 모든 빛이기도 하다. 의미는 두기 나름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근심을 날리고 풀벌레 소리에 복잡한 마음을 털어버리세요. 멀리 반짝이는 작은 별빛에 나를 불편하게 했던 모든 것들을 실어 보내세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내쉬고 들이마시면서, 코로는 냄새를 맡고 온몸으로 바람을 느껴보세요. 어떤가요? 살아있음을 느끼나요?”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에 뭔가 반짝이는 것들이 포착됐다. 산등성이로 향하는 언덕길 곳곳, 풀숲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작은 빛들, 바로 반딧불이다.


“스님! 저기 깜빡이는 게 반딧불이 맞죠?”


“세상에! 반딧불이가 이렇게 많아.”


도심의 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뜻밖의 선물처럼 반딧불이를 만난 참가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구름에 달빛이 감춰져 작은 빛이 더 잘 보이죠? 반딧불이는 원래 초하루 달빛이 희미할 때 가장 잘 보입니다. 어두울수록 빛이 더 크게 느껴지니 눈에 잘 띄는 거죠. 더 걸어가면 반딧불이들이 유독 많이 모이는 장소가 있는데, 오늘은 이렇게나 빨리 반딧불이를 만났네요.”


월출산 백운동 정원을 지나 녹차밭으로 향하는 1.5km 남짓한 코스는 내내 얕은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도보로 왕복 1시간 반에서 2시간가량, 숲길이지만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안전하고 저녁 무렵에는 차량 이동도 드물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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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오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은 후 1년여간 계절마다 경행해 온 길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산책용으로 적합하겠다는 생각을 굳히면서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연스레 안착했다.


절기상 입추가 지났으니 이미 가을이 당도했지만, 무더위는 여전히 기승이다. 언덕을 오르는 참가자들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1시간 남짓 걸어 목적지에 당도했다. 월출산의 수려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드넓은 녹차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나무 데크와 벤치들이 놓였다. 밤 산책의 예상치 못한 강도와 더위에 지친 참가자들이 저마다 널브러지듯 벤치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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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활짝 열고 마음 찾는 시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간단한 명상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스님의 지도에 따라 각자 가지고 온 등불을 품에 안고 차분히 호흡에 집중하며 자연에 온몸을 내맡겼다. 당연하게 인식했던 도심의 소음들이 사라진 공간은 각양각색의 풀벌레 소리가 채웠다. 습기를 머금은 흙내가 은은한 풀 향과 뒤섞여 후각을 자극했고,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오늘 여러분이 손에 든 등불은 어리석고 무지하고 탐욕스러운 마음을 밝히는 빛입니다. 우리는 내 안의 부처님 마음을 찾아가듯이, 이 작은 등 하나에 의지해 어둠을 도반 삼아 걸었습니다. 그 여정에서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이와 하늘의 크고 작은 별빛이 선사해 준 행복과 기쁨도 느꼈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아무리 어두운 순간이 와도, 그 어둠 속에서 만난 작은 불빛 하나가 새로운 자극이 되고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또 그 빛이 이미 우리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도요.”


다시 무위사로 향하는 길, 참가자들을 이끄는 스님의 잔잔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구름에 가렸던 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참가자들의 마음에는 저마다의 등불이 빛을 밝혔다. 땀 흘린 덕인지 한결 가벼운 표정들이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순간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특별한 경험이네요.”


이병관(65) 참가자가 미소로 말을 건넸다. 포교사이기도 한 그는 무위사 신도다. 사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이 씨는 “등불 하나 들고 길을 걸으면서 지금까지 삶을 가만히 돌아보게 됐다”며 “그동안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한다고 하면서도 욕심내고 경쟁했던 마음들이 떠오르면서, 이제 그런 마음들을 내려놓고 순간에 충실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지만 선명했던 반딧불이의 빛과 밤하늘 가득한 별들,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달을 보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내 마음의 등불을 밝혀 어둠을 물리고 지혜를 밝히며 살겠다는 발원을 했어요. 잠시 불어오는 희미한 바람에 땀을 식히는 순간조차 참 행복하더라고요.”


강진 무위사는 월출산 자락 ‘달 아래 첫 마을’에 자리했다. 월출산의 품에 안긴 듯 고즈넉한 도량 곳곳에 국보와 보물이 가득한 천년고찰이기도 하다. 이번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는 국보 극락보전이 평소 감추고 있던 특별한 모습도 공개됐다. 바로 천장을 장엄한 등을 온전히 걷어낸 본연의 모습, 닫집에 새겨진 아름다운 조각들이다. 1430년 조성된 극락보전은 곳곳에 화려한 벽화와 조각들이 남겨진 문화유산이다. 전각 내부의 천장에 장엄한 연등으로 인해 평소에는 내부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보수를 위해 일시적으로 등을 걷어냈다. 보수가 시작되면 수년간 극락보전을 참배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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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결이 밴 극락보전


템플스테이 첫날 무위사에 당도한 참가자들을 이끌고 총무국장이자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항덕 스님이 도량 순례에 나섰다.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보물로 지정된 아미타여래삼존좌상과 국보인 아미타여래삼존벽화, 뒤편의 백의관음도(보물) 등극락보전을 지나 선각대사편광탑비와 삼층석탑등 도량 곳곳의 문화유산을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들이 더없이 진지했다.


“천년고찰은 많지만 법당과 전각 등이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사찰은 흔치 않아요. 목조건물의 특성으로 화재나 전란으로 소실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무위사 극락보전은 아주 특별한 공간입니다.”


항덕 스님은 “단청이 없어 수수하게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라진 단청의 흔적들이 있다. 지금 봐도 너무나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이라며 “보수가 진행되는 동안 볼수 없어 아쉽지만, 600년 세월을 견뎌온 건물인만큼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에는 주지스님이 직접 지도하는 선명상 체험도 이어졌다. 차실 겸 참선 공간으로 활용되는 청화당에 참가자들이 좌복을 펴고 앉았다. 초심자가 대부분인 만큼, 기본자세부터 명상의 핵심적인 기초 등을 알기 쉽고 세심하게 설명했다.


스님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한 자리에 고요히 앉아 내 마음을 살피는 명상은 곧 부처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수행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편안하게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어깨를 쭉 펴세요. 턱은 아래로 살짝 당기는 느낌으로 정면을 보고 혓바닥은 입천장에 닿을 듯 말 듯, 그리고 양손은 엄지를 가볍게 쥔 채 양 무릎 위에 자연스레 얹어보세요. 좌선할 때 몸 전체에 힘을 주지 않고 편안해야 합니다.”


집중이 쉽지 않은 참가자들에게는 수식관을 권했다. 부처님 당시부터 해 온 기본적인 수행법 중 하나로, 호흡을 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들숨과 날숨의 시간을 헤아리기보다, 자연스럽게 호흡을 따라가면서 조용히 지켜보는 방식이 수식관이다. 천천히 호흡이 이어지는 순간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히 마음도 고요해진다.


참가자 공미라 씨는 매일 무위사를 찾아 새벽기도를 하는 신심 깊은 불자다. 그럼에도 명상을 배울 기회는 좀처럼 닿지 않았다. 그는 “처음 해본 명상이지만 잠시 좌복에 앉아 호흡을 지켜봤을 뿐인데도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참좋았다”며 “앞으로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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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의 하루, 변화의 시작


공양 후 참가자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주지스님의 차실로 이어지는 것도 무위사 템플스테이의 특별함이다. 커피에 일가견이 있는 스님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사는 얘기부터 여러 가지 고민을 꺼내놓게 된다.


“30여 년 전 사찰에 갔다가 우연히 지갑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출가했다.”는 스님의 농담에 웃음꽃이 피다가도, 일상 이야기에 빗대 부처님 가르침을 편안하게 풀어내는 소참법문에 진지한 끄덕임이 이어진다. 무위사 템플스테이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온전히 쉬어가는 순간이 되길 바라는 법오 스님만의 차담 비결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담을 하다 보면 참신한 질문들이 많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불교, 나아가 우리의 전통문화에 많은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스님이 출가한 이유부터 스님이 되는 방법과 과정, 수행자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적지않다. 다른 삶에 대한 궁금증은 곧 관심임을 알기에 좀 더 재밌고 의미 있는 답변으로 편안한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사찰에서 하루 머무는 템플스테이가 참가자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명상을 경험한 참가자분들이 일상에서도 잠시 자신을 멈추고 마음을 돌아보면 더 좋겠죠. 그렇게 더 많은 분들이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고, 작은 변화들이 쌓여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밤 산책에 경행을 더한 보름달 명상이 오감을 깨우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면, 선명상 체험과 스님과의 차담은 내 마음 찾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남도 끝자락 무위사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 강진 무위사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무위사로 308

010-6713-4974 l http://www.muwisa.or.kr


■ 출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vol.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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