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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뉴스가 떠뜰썩 했었지요. 그것과 관련해서, 혹은 집 구매와 관련하여 사기를 당한 뉴스에서도, ‘한국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국가가 보증하지 않아서 공신력이 없다’ 혹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말이 항상 덧붙여져있곤 했습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나라에서 관리하며 소유권, 근저당 등 권리관계를 보여주는 공시(공개)력이 있는 서류인데, 그 내용의 사실성은 보증하지 않아서 공신력이 없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장난인지 싶습니다. 이걸 풀어서 설명하자면, 등기에 기록된 소유자와 진짜 소유자가 다를 수가 있고, 내가 등기에 나와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집을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진짜 소유자가 나타나서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하면 나는 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물론 나는 등기상 소유자인 판매자를 상대로 대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 수는 있지만 항상 소송이라는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 사이에 현금은 유동적이라 다 써버리거나 빼돌리기라도 하면 받아내지 못하는 리스크를 고스란히 앉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다른 사례로는, A씨가 빌라를 구매하여 3년간 주택담보대출을 전부 상환해서 이제야 전부 내집이라고 생각한 그 때에 빌라가 경매로 넘어간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이전 소유주인 B씨가 빌라를 팔기 3개월 전 빌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다 갚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치 대출상환을 마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여 등기소에 제출해 근저당 기록을 말소시켰다는 것입니다. 그 경우에도 A씨는 효과적으로 보상 받을 길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없는 구조이고, 매년 수차례씩 뉴스 기사로 나오고 있고 법 개정안도 꾸준히 발의되고 있으나 정당간 이해충돌로 인해 실제 개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부동산을 구입할 때 꼭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이 문제점을 가중시키는 요인중에 하나인 것 같구요.
그렇다면 뉴질랜드 certificate of title는 어떨까요? 일단 옆나라 호주에서는 1850년대부터 Torrens system 이란걸 도입했는데요, 모든 부동산 등록정보는 국가가 다루도록 하고, 국가에서는 그 공신력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그걸 발의한 사람의 이름을 따랐다고 하네요. 뉴질랜드에서도 1870년대부터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여 현재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사기를 친 경우만 아니면’ 거의 대부분 해당되는 indefeasibility, 즉 한번 등기에 등록이 되면 취소 불가능한 확정적 권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과 가장 큰 특징은, 부동산 구매자던 판매자던 반드시 변호사 (혹은 conveyancer)를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질적인 부동산 판매 절차를 보면 보통은 가장 먼저 real estate agent 즉 부동산중개업자부터 선임을 하여 마케팅 등을 먼저 한 후에 구매의향자들로부터 구입 오퍼를 받는 것까지 도움을 받겠지만, (조건부라도) 매매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는 보통 변호사를 선임을 합니다. 구매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오퍼를 넣는 부분까지는 판매자의 real estate agent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는 있겠지만, (조건부라도) 매매계약이 성립된 이후에는 변호사 선임을 할 겁니다.
양측의 변호사분들은 현재 등기에 등록된 모든 instrument (근저당, easement, caveat 등 포함) 을 체크할 것이고, 해결 가능한 문제가 있다면 조기에 해결을 할 것이고,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다면 계약취소를 할 것입니다. 문제가 없거나 해결되었다면 세틀먼트 당일, 양측의 변호사분들은 Land Information New Zealand (LINZ) 정부기관에 명의변경, 그리고 판매자의 근저당 (모기지) 제거 및 구매자의 근저당 등록 등의 요청함으로서 부동산 매매가 완료될 것입니다.
부동산 매매를 할 때마다 변호사 수수료가 드는 것이 그나마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그로 인해 당할 수 있는 피해 예방을 위한 보험 정도로 생각하면, 그리고 보통 변호사비용이 부동산 비용의 0.2-0.4% 내외일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부담되는 비용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이 제도라고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위에서처럼 사기를 당한 경우에는 확정적 권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또한 그나마 제가 생각해볼 수 있는게 변호사가 (부정한 의도를 가지고) 고객의 허락 없이 고객의 부동산 명의를 자신이나 지인 명의로 변경한 후 매매하여 매매금을 가지고 해외 등으로 도주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일어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또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 (특히 LINZ 최종결재는 로펌의 대표들만 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대표변호사가 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앞으로 계속 대표변호사로 일할 수 없다는 기회비용을 생각해볼 때 앞으로도 그런 행동을 할만한 변호사가 있을것 같지도 않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의 제도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신뢰가 가는 제도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이 제도로 인해서 피해를 본 사람은 정부에 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Burmeister 케이스인데요, 2001년경 Burmeister씨 노부부가 집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서 집을 family trust에 넣는 방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속게 됩니다. 그래서 명의를 다른 세사람에게 넘기게 되었고, 그 사람들은 ASB에 근저당을 얻어서 자기들 이익을 위해 다 써버리게 됩니다. Burmeister 부부는 부동산 명의를 다시 가져오려면 먼저 ASB를 상대로 근저당부터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그걸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는데, 위에 말한 확정적 권리때문에 (그리고 ASB가 세 사람의 사기를 알았다는 증거가 없어서) 기각되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사기꾼 세 사람들을 상대로도 소송을 하긴 했는데, 그들이 이미 돈을 다 써버린 빈털털이였기 때문에 결국 중단했습니다. 결국 ASB 근저당 금액만큼을 정부에 보상금으로 신청했는데, 위 판결에서는 100% 근저당 금액까지 보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확정적인 것은 아니었고 별도 서면을 제출하라는 내용까지만 있었는데 그 다음 판결은 없었습니다. 당사자들끼리 합의가 된 것 같아서 어떻게 된지 확실히는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정부에서 대부분 ASB 근저당 금액을 보상하고 Burmeister씨 부부도 어느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부동산 매매를 하시는 독자분께서도 등기 내용에 신뢰를 가지고 (또한 변호사의 조언을 받으셔서) 좀 더 안전하고 확신 있게 부동산 거래를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