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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들

0 개 751 이경자

주말 아침 타운하우스는 텅 빈 듯 조용하고 승용차들도 벌써 어딜 갔는지 주차장이 한가로운데, 가까운 곳 어느 나무에서 매미 한 마리가 외로운 울음을 울고 있었다. 몽당 빗자루 들고 앉은 걸음으로, 현관 앞을 쓸어 나가는데, 어깨 위로 어느새 내려앉은 햇볕이 따끈하다.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끝났지만 아직도 한낮엔 그늘이 더 좋은 늦여름.


앞뜰, 하얀 목책과 꽃지고 빨간 열매 맺은 군자란 사이에 거미가 줄을 쳐 놓았다. 아침 햇살 받은 이슬들이 구슬을 꿰어 놓은 듯 영롱해서 선뜻 걷어내질 못하고 검지로 살짝 건드려 본다. 몇 개의 이슬방울들이 호도독 떨어진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위쪽에서 급하게 내려온 거미 한 마리가 가늘고 긴 다리로 버팅기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아침밥으로 낚인 먹잇감이 너무 커 부담스러운지 한참을 살피는 것 같았다.


“여기다 줄을 쳐 놓아서 먹고는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미 거미줄의 한가운데에는 무슨 곤충인지 몰라도 거미줄로 돌돌 말아 놓은 찌그러진 몸통과 거기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반짝이는 작은 날개들이 무지갯빛을 내며 붙어 있었다.


하긴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도 저 먹고살 궁리는 다 하는 게 생태계 법칙이니까…


속설에 낮거미를 보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의 거미들은 줄행랑을 치기 바쁜데, 녀석은 도망도 치지 않는다. “하, 요 녀석 봐라.” 하며 눈싸움 중인데,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진다. 손차양을 한 채 실눈을 하고 올려다보니, 한 남자가 해를 등지고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주말에 윗층으로 이사 올 사람이라며 아내와 남매가 있다고, 공손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몇 주 동안 위층이 비어 있었더니 둥지의 주인공이 바뀌는 모양이다.


가무잡잡한 피부와 어투가 혹시 남미 쪽이 아닐까 짐작해 보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브라질이라 했다. 나는 알아본 반가움에 한손에는 빗자루, 또 한손엔 쓰레받기를 든 채, “아! 삼바.” 하며 서툰 몸짓으로 춤추는 시늉을 했다.


그 무렵 브라질에선 삼바 축제가 열리고 있어, TV에선 온갖 장식을 한 무희들이 자주 소개되곤 했었다. 둘이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웃음소리에 놀란 매미가 울음을 뚝 멈춘 대신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꽃밭 속으로 또 추녀 밑으로 퍼져든다. 사람은 예기치 않은 사소한 일로도 관계가 쉬워질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네들은 그렇게 내 이웃이 되었고, 그날 이후 나와 우리 식구들이 칭하는 그 남자의 이름은 삼바, 삼바네가 되었다. 삼바는 만날 때마다 일상의 안부나 날씨 얘기 등 그때에 알맞은 인사를 하기도 하고, 내가 차 트렁크에서 장 봐 온 물건들을 옮기는 일을 만났을 때에는 손수 도와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전등이나 간단한 건 자기도 고칠 수 있으니 일이 생기면 자길 부르라며 살갑게 굴었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연식이 오래 된 우리를 걱정해 주는 삼바의 배려이지만, 실은 삼바네가 우리에게서 자질구레하게 더 많은 것을 배려받게 되었다. 가령 삼바네 아이들, 찰스와 엘리자멧이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집이 잠겨 있으면, 책가방을 우리 집에 던져 두고 파트타임 일에서 미처 퇴근치 못한 엄마에게 전화로 안심시킨 후, 앞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별스러운 건 아니어도 우린 붙박이로 살면서 여느 할머니 같은 마음으로 도우며 오랜 세월을 살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몸피가 좀 두터운 젊은 여자가 자기는 윗층에 이사 온 사람이라고 인사를 한다. 깜짝 놀라서 “삼바, 아니 찰스네는…?” 하고 물으니, 얼마 전에 브라질로 돌아갔단다. 아마도 그네들은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듯, 자질구레한 가구나 세간 등을 자기가 다 물려받았다고 웃으며 말한다. 안주머니에 있던 소중한 어떤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허전함과 사기를 당한 것 같은 마음으로 나는 여러 날을 섭섭해했었고, 가끔은 울컥해서 눈앞이 흐려지기도 했었다.


요즘 보기 뜸해서 여행이라도 갔나 했었는데…. 힘이 들거나 돈이 드는 일도 아닌데, 가면 간다 인사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이제 재미로 보는 금주의 운세에서도 제친 나이를 살고 있다. 앞으로의 일이 궁금한 것보다, 보낸 세월 속에서 알고 지낸 인연이 소중하고 살가운데, 브라질 사람과 한국 사람이 뉴질랜드에서 만나 한 지붕을 머리에 얹고 삼 년을 살았으면, 그것도 큰 인연이 아니었을까? 그 일 후, 새로 이사 온 아낙에겐 무심한 듯했지만 볼 때마다 삼바네가 떠올라 의식적으로 피하기도 했었다. 이른 아침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네 옆집에 살던 이가 이사 가면서 그동안 잘 살다가 떠나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A4 용지에 정갈하게 타이핑한 후 흰 봉투에 담아 한 울타리 안에서 같이 살던 아홉 가구의 우편함마다 넣어 놨더라고, 자랑처럼 얘기한다. 얼마 전 내가 말없이 떠난 삼바네 때문에 끌탕을 한 걸 알고 있던 터였다. 그땐 “여기선 다 그래 엄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잊어버려요.” 하며 나를 위로하더니, 떠나는 사람의 마음 씀씀이에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목소리가 튀어 오르는 공을 닮았다. “너도 이사 갈 때 그렇게 해.” 심상한 듯 말하곤 또다시 삼바네를 떠올렸다.


하긴 이사하면 이웃 간에 시루떡 돌려먹던 토종 한국 정서를 고무레 끌 듯 끌고, 태평양까지 건너온 나의 촌스러움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말과 국적과 정서가 다른 네 가구가 한 지붕을 쓰는 글로벌한 나의 이민 생활은 앞으로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았는데… 뒷뜰 낮은 목책 너머 저만치에 머리가 하얀 키위 할머니 한 분이 일과처럼 한나절씩 테라스에 있는 낡은 의자에 앉아 볕을 쬐고 계셨다. 우리 집보다 지대가 조금 높아 고개를 돌리면 자연스레 그 댁 거실까지 한눈에 올려다 보였다. 가만 보니 하루에 한 번씩 식사 배달차가 오고, 배달 온 중년의 남자가 잠깐씩 웃으며 얘길 하다가 떠나가고, 주기적으로 공무원인 듯한 남녀 몇 사람이 서류철을 옆에 끼고 다녀가기도 했었다.


할머니와는 어느 볕 좋은 날 빨래를 널다 우연히 눈이 마주친 뒤부터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탁탁 털어 널고 있는 내 쪽을 손가락질하며 “당신의 빨래에서 무지개가 핀다.”며 소녀처럼 웃는다. 거리가 멀어 목소릴 높여야 했지만, 그때마다 손나팔을 하시든지 귓바퀴를 감싸고 들어주려 애를 쓰시고, 시원찮은 영어에도 웃으며 대꾸해 주셨다. 93세이신 할머니는 당신의 이름이 크리스틴이라 소개했다. 이 나라에선 나이 든 사람의 이름도 자연스레 부르기도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 이름을 불러 보지 못했다. 왠지 손녀딸의 이름을 잘못 얘기해 준 것 같이, 그 이름은 할머니의 주위를 겉돌 뿐 일체감이 없었다. 하지만 젊어서라면 멋지게 어울렸음직한 이름이었다. 나이가 드셨어도 저리 고우신데… “가는 허리에 빙글 돌면 나팔꽃처럼 퍼졌을 플레어 스커트와, 지금은 메밀꽃 같은 하얀 머리지만, 짐작하건대 젊었을 땐 금발이었을 그 머리와…” 상상하고 있는 나를 흔들 듯, 크리스틴이 나는 널 뭐라 불러야 되느냐고 묻는다. 나는 멈칫거리다 그냥 “리”라 대답하고, 선뜻 영어 이름을 못 대는 나를 쑥스러워한다.


아무튼 크리스틴 댁의 커튼이 늦게 열리든지, 문이 닫혀 있으면 신평이씨 “리”는 궁금하고 열리면 안심이 되곤 했었다. 삼바로 인한 섭섭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며 마음은 또 다른 인연을 불러오고 있었다.


어느 날, 크리스틴이 해바라기 하실 때쯤에 맞춰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서양 음식인 머핀을 구웠다. 견과류를 잘게 부셔 넣고 건포도 등도 넣었다. 내가 구운 머핀을 먹어본 이들이 맛있다고 하니 가끔 굽긴 하는데, 나는 먹는 것보단 굽고 난 후 오랫동안 집안에 맴도는 냄새를 더 좋아한다. 달달하면서 구수한 그 냄새. 행복에도 냄새가 있다면 아마도 그런 냄새일 것 같았다. 그런 냄새가 폴폴 나는 따끈한 머핀 몇 개를 접시에 담고 고운 빛깔의 냅킨도 골라 덮었다. 크리스틴과 나란히 앉아 햇볕 속에서 빨래가 마르고 있는 우리 집 뒷뜨락을 내려다보며 말 없이 머핀을 먹었다. 출출하셨는지 머핀 한 개를 금방 다 드신 크리스틴은 당신은 “리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웃으신다.


정말 세간이 아무것도 없었다. 부엌 개수대 위도 이미 이사 간 집처럼 깨끗하고, 벽에도 액자 하나 걸린 게 없었다. “어쩜, 사람이 이러고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옛스님의 화두인 “무소유”를 떠올리곤 마음이 숙연해지는데, 건너다보면 떨리는 손으로 가끔 물을 주던 하나뿐인 화분을 선물이라며 건네주신다. 다보록한 보라색 패랭이꽃 화분은 하나뿐이어서 더욱 예뻐 보이는데, 크리스틴의 파란 눈은 주름 속에서 장난치는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테라스 바닥에 집 추녀 그림자가 얼룩처럼 내려앉을 때, 침대만 덩그런 안방까지 크리스틴을 모셔다 드리고, 주신 패랭이꽃 화분을 가슴에 안고 나는 돌아왔다. 그 후로도 둘이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질 것도 없이 눈이 마주치면 웃고 가볍게 인사하며 서로 또래 친구처럼 지냈다.


하얀 목책을 초록으로 뒤덮는 담쟁이의 새순들이 반들반들 돋아나고, 그 담장에 노랑부리 까마귀 내외가 지은 집에 알을 낳고 번갈아 품고 있을 때 건너다 본 크리스틴 댁이 어수선하다. 몇 명의 남자들이 분주하게 들락거리고, 마당엔 뒷 문짝을 하늘 향해 들어 올린 구급차가 이미 시동이 걸려 있었다. 나는 끼고 있던 고무장갑이 확 뒤집어지도록 벗어던지고, 타운하우스의 정문을 돌아 뛰어가 보니 벌써 구급차는 대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내가 크리스틴을 본 건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아침나절에도 아무 말씀 않으셨는데… 어디로 가셨을까? 나는 손차양을 하고, 대낮인데도 어둡고 적막한 안쪽을, 커다란 거실 유리창을 통해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준비됐음직한 무소유의 현장을 보고 있는 그 먹먹한 마음 속으로, 떠난 이가 말 없이 들어앉고 있었다. 영어가 유창했으면 헤집고 다니며 알아보기도 했을 텐데, 그러기엔 능력이 모자라고, 더 적극적으로 알아볼 거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뒤엔 내가 뭘 어쩔 건지 난감해서 다리에 힘이 빠지고 또 한편으론 섭섭함이 스멀거리며 올라오기도 해서 마음이 복잡했다. 난 진심으로 대했고 크리스틴도 그런 줄 알았는데 어쩜 말 한마디 없이… 애꿎은 삼바가 다시 소환되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엄마 또야?”라고 묻는 딸아이의 얼굴도 같이 떠올랐다. 그 후로 그 집에 몇 차례 세입자들이 살다 물 흐르듯이 떠나갔다. 허공으로 눈인사하며 지내다 떠난 이도 있고 모른 채 살다 떠나기도 했다.


어떤 이는 만삭으로 뱃속에 아일 품고 왔었는데 어느 날 강보에 돌돌 말린 아기를 들어 올려 보여준다. 배가 훌쭉하다. 멀어서 눈코입은 구분이 안 되고 가무잡잡한 덩어리로만 보이는데 나는 손가락 두 개를 폈다가 차례로 접으며 “보이, 걸?” 하고 묻는다. 아들이란다. 엄지 두 개를 힘주어 허공에 날리며 축하해 주었다. 같이 웃었다. 그들도 아기가 방글방글 웃을 때쯤 며칠 커튼이 안 열리더니 이별의 인사도 없이 떠나가고 없었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보듯 오고 또 간다.


이젠 딸아이의 말처럼 이 나라에선 그저 그러려니 하고 섭섭함을 나 스스로 추스려야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터득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 사이에 노랑부리 까마귀도 새끼를 까고 어느새 이소까지 끝낸 듯 빈 둥지만 매달려 있었다. 크리스틴 이후, 만나고 헤어짐에 민감치 않으려 애도 쓰지만 기실은 오래전 삼바가 떨구고 간 섭섭함이 이미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했고, 흐르는 세월이 무두질이 되어 나의 감성이 현실에 순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봄이 무르녹는다. 검부츠 챙겨 신고 허름한 모자를 눌러쓴 채 화분들의 흙을 갈아 준다. 어느 집에선지 잔디깎는 소리가 들려오고 진한 풀내음이 건듯 부는 바람에 묻어온다. 봄볕을 따라 올라와 허공에 손을 흔들 듯 갈피 못 잡는 콩꽃 줄기를 목책 사이로 돌려 감아 주고 있는데, 집 앞 큰 길가에 멈추어선 승용차에서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내리더니 성큼성큼 타운하우스 정문으로 걸어 들어온다. 뉘 집에 오는 손님이거니 했는데, 그 사람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내 쪽을 보고 아는 체를 한다. 나는 내 뒤에 누가 있나 하고 얼른 뒤를 돌아 보았다. 그러는 나를 본 그 남자는 씨익 웃으며 “삼바”라고 말하더니 살짝 몸을 흔든다.


순간, 수년 전 삼바와 처음 만나던 날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 삼바였다. 체중이 좀 늘어 보였지만 좋은 인상은 그대로였다. 반가웠다. 나의 영어 실력을 알고 있는 삼바는 또박또박 천천히 무슨 말을 전하고 싶어 한다. 귀를 기울여 보니 그 당시 브라질 본사의 급한 호출로 귀국했다가 본인은 브라질에 그대로 눌러앉고, 남편 없는 이사에 경황이 없던 자기 와이프가 제대로 인사 못 하고 떠났던 것에 대한 변명 비슷한 사과의 말인 것 같았다. 삼바는 지금 뉴질랜드에 출장 중이라 했다.


나는 삼바댁과 남매의 안부를 뒤늦게 묻는다. 아무려면 어떠랴, 식구 모두 잘 지낸다니 다행이고, 행여 내가 이사 갔을까 봐 걱정하지 했었다는데 거기다 무슨 토를 달까? 땅바닥에 넘어져도 그 땅을 짚어야만 일어나듯 그래도 마음 써 준 삼바가 그냥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도 아주 먼 길 떠날 때는 크리스틴처럼 뒤돌아볼 것 남기지 않고 홀가분하게 가고 싶은데, 아직도 소소한 욕심들이 마음속에 더께처럼 앉아 있어 무소유의 길은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어쩌면 정리 차원에서 선물하셨을지도 모르는 패랭이꽃을 나는 오늘도 들여다보고 있다.


성긴 가을볕에 크리스틴의 기억과 함께 꽃도 사위어 가고 있다. 같은 타운하우스 위아랫집으로 몇 년씩 살며 가끔 제 나라 음식 맛보여 주며 마냥 친한 것 같아도 설산의 크레바스처럼 냉랭하니 좁혀지지 못하는 간극이 남고 훗날을 기약하는 약속엔 끈끈함이 없다. 나의 세련되지 못한 K 정서 때문인진 몰라도…


삼바댁과 아이들에게 전하는 나의 안부를 마음에 품고 삼바춤을 추듯 가볍게 삼바는 떠나가고, 키 작은 동양 할머니 리가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헤어짐을 지켜본다. 엽렵하지 못한 할머니의 성정으로 별것도 아닌 일로 오랫동안 닫아 놓았던 마음의 빗장을 나도 모르게 열고 있었다. 다사로운 볕이 꽃가루처럼 쏟아지고, 언뜻 매미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오늘 아침에도 거미가 내려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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