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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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0 개 847 박명윤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진다. 소한 지나 대한이 일년 가운데 가장 춥다고 하지만 “춥지 않는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속담처럼 대한이 소한보다 오히려 덜 춥다. 그리고 2월 4일은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다.


그러나 올해 날씨는 다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대한)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3도, 체감온도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져 전날보다 10도가량 낮아진다. 중국 북부 지방에서 확장하는 시베리아 고기압과 절리저기압(切離低氣壓•북극에서 떨어져 나온 찬 공기 덩어리)의 영향으로 한파(寒波)는 일주일간 지속될 전망이다.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高脂血症)이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성인 고지혈증 환자 비율은 23.6%에 달했다. 즉, 성인 4명 중 1명이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만성질환인 고지혈증은 대부분 별 증상 없이 진행되는데, 계속 방치하면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주요 만성 질환 가운데 고혈압(高血壓) 환자 비율이 가장 많았는데, 2023년부터 고지혈증(20.9%)이 고혈압(20.0%)을 앞질렀다. 2024년에는 고지혈증(23.6%)과 고혈압(22.2%) 간 성인 환자 비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고지혈증 환자는 2024년 기준 322만1286명으로 4년 전 보다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고지혈증(hyperlipidemia)이란 혈중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진 상태가 지속되는 만성질환을 말한다. 비슷한 용어로 비정상적인 혈액 내 지질상태를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으로 칭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피에 기름이 많이 낀 것으로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늘어난 지방 대사물이 세포 염증을 유도하며, 이로 인해 당뇨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혈관 내 지방 축적 과정은 1단계: 건강한 혈관(healthy vessel), 2단계: 초기 지방 축적(early fat buildup), 3단계: 혈관 좁아짐(vessel narrowing), 4단계: 혈류 감소 및 염증(reduced flow & inflammation) 등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지방(脂肪)을 먹는다고 그게 전부 지방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있다면 가능성이 높지만, 반드시 살이 찌고 고기, 튀김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이상지질혈증이 오는 것은 아니며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한편 고지방 다이어트(LCHF)를 하면 혈액 내 지방 농도가 올라가므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고지방 다이어트는 살이 빠지더라도 독약일 뿐이다.


고지혈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혈액 내의 특정 지질이 증가하여 고지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비만이나 술, 당뇨병 등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선천적인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차성 고지혈증이 있고, 당뇨병이나 특정 약물(베타 차단제, 에스트로겐 등) 사용, 과음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고지혈증이 있다.


일차성 고지혈증은 5개 유형(1-5형)으로 분류되며 그중 1형이 제일 심각하다. 1형 일차성 고지혈증은 뷔르거-그뤼츠병(Burger-Gruts disease)이라고도 불린다. 라이페이스(lipase, 리파아제) 효소의 활성화와 생산을 관장하는 유전자 서열(8번 염색체에 있는 LPL유전자)에서 생기는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한다. 이로 인해 효소 자체의 활성도가 감소하여 극초밀도 지단백이 증가한다. 주로 급성췌장염, 황색종(黃色腫)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차성 고지혈증의 경우에는, 대사증후군이나 비만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식이요법과 운동, 특히 비타민 B3(나이아신)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호전될 수 있다. 만약, 다른 병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스타틴(statin)과 나이나신(niacin)을 투여한다.


고지혈증은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일부에서 합병증이 발생하면 그와 연관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혈액 내에 중성지방이 크게 증가하면 췌장염(膵臟炎)이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은 복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일부는 아킬레스건에 황색종(xanthoma)이 생길 수 있으며, 눈꺼풀에 황색판증(xanthelasma)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여 죽상경화증(粥狀硬化症)을 일으키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


진단은 금식 후 채혈하여 혈액검사를 실시하여 총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 LDL 콜레스테롤 130mg/dL 이상, 중성지방(Triglyceride) 150mg/dL 이상인 경우 고지혈증으로 진단한다.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총콜레스테롤(mg/dL)> 높음(240 이상), 경계(200-239), 적정(200 미만). <LDL(저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mg/dL)> 매우 높음(190 이상), 높음(160-189), 경계(130-159). 정상(100-129), 적정(100 미만). <HDL(고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mg/dL)> 낮음(60 이하), 적정(60 이상). <중성지방(mg.dL)> 매우 높음(500 이상), 높음(200-499), 경계(150-199), 적정(150 미만).


치료는 식사 조절과 운동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 및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과 함께 약물치료가 고지혈증 치료의 중심이다. 약물치료는 스타틴(statin) 계열의 약물이 널리 처방되는 데, 이 계열의 약은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로 작용하여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으며, 혈중 LDL-콜레스테롤을 집중적으로 떨어뜨리고 중성지방도 일부 떨어뜨린다. 에제티미브(ezetimibe)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혈중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린다.


콜레스티라민(cholestyramine)은 담즙산(膽汁酸)이 소장 내에서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린다. 담즙산(bile acid)은 콜레스테롤을 이용하여 합성되므로 콜레스티라민에 의해 혈중 콜레스테롤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콜레스티라민은 중성지방을 올리기 때문에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는 처방하지 않는다.


나이아신(niacin)은 혈중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반면 HDL-콜레스테롤을 올려준다. 피브레이트(fibrate)제제는 PPAR 알파의 촉진제로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가 탁월하며, HDL-콜레스테롤을 올려주기도 한다. 생선기름에 많이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EPA와 DHA를 주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 3-4g을 복용하면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예방법은 유전적인 고지혈증을 제외하면, 식사 조절과 적절한 운동이 중요하다. 섭취하는 지방량을 총 섭취 칼로리의 25-35%로 제한하며, 특히 동물성 기름과 포화지방산은 전체 칼로리의 10%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오메가-3계 지방산(등푸른 생선 등)과 오메가-6계 지방산(옥수수기름, 면실유 등)으로 구성된 다가불포화지방산은 총 칼로리의 10%이하로, 그리고 올리브유, 땅콩기름 등 단가불화지방산은 총 칼로리의 20%이하로 제한한다.


질병청 조사에 따르면, 고지혈증은 약만 먹으면 치료율이 86.2%에 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고지혈증이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정도로 조용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특히 고지혈증이 악화되면서 생길 수 있는 동맥경화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각한 상태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으로 병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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