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벽을 넘는 대화의 기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심혜원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감정의 벽을 넘는 대화의 기술

0 개 203 천미란

41d2ff632afa24b87b58d67819f0ffc1_1762807778_6889.png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다. 특히 상대가 쉽게 화를 내거나 감정이 폭발해 대화가 곧 싸움으로 번질 때 우리는 깊은 무력감에 빠진다. “왜 저 사람은 그렇게 금방 화를 낼까?”, “왜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입을 닫고,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관계라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화를 잘 낸다’는 것은 단순히 성격이 급하거나 성질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많은 경우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의 문제다. 어떤 사람은 불안을 걱정으로 표현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것을 분노로 바꾼다. 두려움이 공격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대체로 감정을 조절하거나 표현할 언어가 부족하다. 분노는 그들의 유일한 소통 방식이자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기제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면, 상대의 분노를 단순히 ‘나를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대화의 판을 새롭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전염은 쉽게 일어난다. 상대가 화를 내면 나도 덩달아 격앙되고, 결국 서로 폭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감정의 경계’를 세우는 일이다. “그건 그 사람의 감정이고, 나는 그 감정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고 마음속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 작은 인식의 차이가 큰 여유를 만든다. 감정의 소유권을 구분하는 사람은 상대의 분노에 휩쓸리지 않는다. 한 박자의 여유가 생기면, 대화는 비로소 멈추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


대화가 막힐 때 우리가 흔히 빠지는 함정은 ‘내용의 싸움’이다. “누가 잘못했느냐”, “누가 먼저 그랬느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대화는 곧 감정전이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메타 대화’, 즉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 대화의 방식에 대한 대화다. “지금 우리 이야기 방식이 너무 감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어. 잠시 멈추자.” 이런 한마디는 싸움을 끊는 동시에, 관계의 틀을 점검하자는 신호가 된다. 말의 내용보다 ‘말이 오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진짜 대화의 기술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대화가 되지 않는 이유가 듣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정서적 안전감’의 결핍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마음을 연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대개 감정이 안전하게 받아들여진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작은 말에도 “공격받고 있다”는 불안을 느끼며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감정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당신의 감정은 틀리지 않아”, “지금은 서로 이해하려고 얘기하는 거야” 같은 말은 상대의 방어를 조금씩 누그러뜨린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끝까지 견뎌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가 계속 나를 소모시키고 지치게 한다면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도망이 아니라 돌봄이다. 내가 안전하지 않은 관계, 감정이 반복적으로 상처받는 관계라면 잠시 떨어져야 한다. 거리 두기는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조정이다. 감정의 온도를 식히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 과정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과 함께할 때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는 ‘반응하지 않기’다. 이는 무시가 아니라 의식적인 자제다. 상대의 분노는 나의 반응을 먹고 자란다. 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분노의 회로는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의 감정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지금 나도 화가 나고 있구나.” 이렇게 스스로를 자각하는 순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다루게 된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관계를 바꾸는 것은 결국 상대가 아니라 ‘패턴’이다. 상대가 화를 낼 때 내가 늘 방어적으로 대응했다면, 그 패턴을 바꾸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상대가 큰 소리로 화를 낼 때 같이 대응하지 않고 “지금은 대화가 어렵다.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단정히 말하는 것만으로도 관계의 흐름이 달라진다. 반복되는 반응을 바꾸면, 상대의 행동도 조금씩 변화한다.


결국,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불완전함을 견디는 일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 대화가 서툰 사람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불완전함 속에서 나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를 바꿀 수 없지만, 관계를 대하는 나의 태도와 언어는 바꿀 수 있다. 그 작은 변화가 관계의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상대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화가 많은 사람은 어쩌면 감정을 표현할 언어가 부족한 사람일지 모른다. 그리고 대화가 잘 안 된다는 것은 서로의 언어를 아직 배우는 중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상대를 두려워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결국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서툰 감정을 배우고 다듬어가는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된다.


■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원하시는 분들은 https://www.asianfamilyservices.nz/546204439750612.html  
(한국어 서비스) 혹은 asian.admin@asianfamilyservices.nz / 0800 862 342 “내선 2번을 누르세요”로 연락주세요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7 | 55분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24 | 56분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365 | 5일전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366 | 8일전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282 | 10일전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374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

고요

댓글 0 | 조회 92 | 10일전
시인 도 종환바람이 멈추었다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 영혼인지 알게 한다고요는 침착한 눈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게 하고내 육신야말로 얼마나 가난하지… 더보기

사찰음식의 잠재력, 전 세계로 확산될 것

댓글 0 | 조회 123 | 10일전
- ‘르 꼬르동 블루’ 런던 학과장 에밀 미네프 셰프의 템플스테이르 꼬르동 블루 런던 에밀 미네프(Emil Minev) 학과장 셰프가 한국 사찰에 머물며 불교전통… 더보기

훼방꾼은 비켜가고 . . . “안녕 하세요?”

댓글 0 | 조회 305 | 10일전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었다. 단잠을 청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세찬 전화벨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깼다.(이런 시간에 웬 전화? . . 오늘밤 단잠은 틀… 더보기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을 묻다

댓글 0 | 조회 206 | 10일전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을 맞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동포간담회에서 한인회장은 “한국인의 저력과 품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교민이 있다”며 “주변에서 ‘한국인이어… 더보기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인류가 남긴 거대한 수수께끼

댓글 0 | 조회 173 | 10일전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칠레 해안에서 약 3,700km 떨어진 외딴 섬 — 이스터섬(Easter Island), 혹은 라파누이(Rapa Nui). 이 작고 고립된 … 더보기

때에 맞는 도구를 써라

댓글 0 | 조회 122 | 10일전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된다.“모든 상황에 하나의 클럽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바람의 방향, 거리, 잔디의 상태, 장애물의 위치 등은 매 … 더보기

궁금해서 찾아본 영주권과 영구 영주권

댓글 0 | 조회 956 | 2025.11.25
살다 보면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도 이민법의 특정한 조항에 대한 법적인 정의와 세부조항들이 궁금해… 더보기

사고도 없는데, 왜 내 보험료는 오를까?

댓글 0 | 조회 468 | 2025.11.25
– 뉴질랜드 자동차 보험의 구조와 ‘무사고자’에게도 인상이 오는 이유“나는 사고도 안 냈고, 클레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보험료가 또 올랐네?”아마 많은 교민… 더보기

게을러져서 좋다

댓글 0 | 조회 177 | 2025.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목회를 마치니늦잠을 잔다 해도눈치 볼 일 없어 좋다일찍 눈 떠지는 날은할 일이 없어도괜히 부지런한 것 같아그것도 좋다수염은 게으른 몫으로 두… 더보기

17. 루아페후 산과 타우포 호수의 사랑 이야기

댓글 0 | 조회 123 | 2025.11.25
뉴질랜드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화산과 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과 타우포 호수(Lake Taupo)는 마오리 전설…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 대법원 판결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5
예전 칼럼에서는 우버드라이버가 우버에 고용된 피고용인라는 고용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우버가 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이 고용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우버의 청구… 더보기

유학을 결정하기 전, 가족이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233 | 2025.11.25
: 아이의 미래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대화▲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유학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 더보기

열 마디만 해야지...

댓글 0 | 조회 179 | 2025.11.25
세상의 대부분은 길어야 좋다. 수명이 길어야 좋고, 키도 가방끈도 길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 길어 좋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는 5분을 끄… 더보기

‘트리플데믹’ 경고

댓글 0 | 조회 615 | 2025.11.21
요즘 이른 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독감(influenza)을 비롯해 코로나19(COVID-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어스(RSV•Respiratory Sync… 더보기

Year 8–9 전환기, 우리 아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827 | 2025.11.17
Year 8에서 Year 9로 넘어가는 시기는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아직 Year 8의 학사 일정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2월의 컬리지 입학이 가… 더보기

우리 아이 글, 무엇이 부족할까? 글쓰기 성취 기준 이해하기

댓글 0 | 조회 460 | 2025.11.14
글쓰기 평가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려운 영역이다. “열심히 쓰고 분량도 충분한데 왜 Achieved인가요?”, “Merit과 Excellence의 차이가 무… 더보기

NCEA, IB, Cambridge - 글쓰기가 보여주는 다른 학습 철학

댓글 0 | 조회 442 | 2025.11.13
뉴질랜드의 고등학교에는 하나의 교육체계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립학교 대부분이 채택한 NCEA, 일부 사립학교에서 운영하는 IB, 그리고 영국식 교육 전통을 바탕으… 더보기

Welcome to 유학월드와 최대 2M 사투비자

댓글 0 | 조회 348 | 2025.11.12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의 시각으로 보는 요즘의 뉴질랜드 정부와 이민부가 지향하는 바는 크게 2가지로 보여집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