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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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열풍

0 개 1,069 박명윤

노화(老化)와 노쇠(老衰), 두 단어는 유사한 뉘앙스(nuance)를 보이지만 다른 개념이다. 노화(aging)란 늙어감이라는 의미로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물의 신체기능이 퇴화하는 현상이다. 인간의 경우, 노화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변화를 동반한다. 노쇠(frailty)는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체•생리•인지적 기능 저하로 인해 장애나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취약한 상태이다. 노쇠는 예방할 수 있으나, 노화는 피할 수 없다.


노화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각 신체 기관의 항상성 유지 능력이 감소한다. 반면 노쇠는 나이와 무관하게 신체의 생리적 항상성이 급격히 저하되어 신체 내외의 작은 스트레스에도 약해져서 쉽게 질병이 생기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심각한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허약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50% 가량이 노쇠 전 단계이고, 10% 가량이 노쇠상태다. 노쇠는 보통 70-75세 전후에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40-50대에도 발생한다. 노쇠는 노쇠 자체로 끝나지 않고 가족들에게 부양 부담을 주거나 요양시설 입소로 이어진다. 이에 사회 전체적으로도 의료 및 돌봄 지출이 늘어난다. 노쇠는 예방이 가능하며, 균형 잡힌 영양섭취와 규칙적인 근력운동 등이 핵심이다. 일본은 1978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노쇠 방지(건강 일본 21)에 나섰다.


안티에이징(anti-aging), 웰에이징(well-aging), 석세스풀 에이징(successful aging) 등의 단어가 대변하듯 그 어느 때보다 ‘나이 드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에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것이 ‘저속 노화(slow aging)’이다. 저속노화란 노화의 속도를 늦춰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천천히 진행되는 노화’는 식생활, 운동 등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일체의 방법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저속노화’는 단순히 나이를 거스르자는 안티에이징을 넘어 기왕이면 건강하고 활기차게 삶을 가꿔 질병도 예방하고 노화의 속도도 늦추자는 적극적인 의지를 담고 있다. 생활습관 개선, 적절한 운동, 마음 챙김 등 노화를 다스릴 방법은 다양하나 방점(傍點)은 식단에 찍혀 있다. 전문가들은 “항산화(抗酸化, antioxidation) 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은 세포 손상을 줄이고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식사를 개선하는 것은 삶에서 경험하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많은 문제를 개선 또는 예방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는 개인의 출생일에서 사망일까지의 연혁을 ‘연대기적 나이’로 표현한다. 이 기준에서 나이듦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장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변화는 발달로 표현하고, 장년 이후 노인이 되기까지 신체 기능의 저하와 같은 부정적 변화를 노화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노화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나, 노화가 주는 장점에 대한 연구도 있다. 예를 들면, 노화가 주는 장점으로 ▲일찍 일어남: 나이가 들면 수면 패턴이 달라져 일찍 자고 일찍 얼어난다. ▲편두통 감소: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편두통이 사라진다. ▲좋은 인간관계: 나이가 먹으면 사람을 대하는 게 수월해진다. ▲여유: 나이를 먹으면 성질이 느긋해진다. ▲스트레스: 미국심리학회 조사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9명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있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간(肝) 등의 내장 조직의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기는 34세, 60세, 74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적절한 운동은 노화를 방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活性酸素, ROS)가 많이 만들어져 노화를 촉진시킨다. 그리고 한 연구 결과는 나이를 잊고 젊은 사람처럼 사는 것도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반대로 외로움을 잘 느끼는 것은 노화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老年內科, Geriatrics) 교수직을 사임하고 2025년 7월 서울특별시 초대 건강총괄관으로 자리를 옮긴 정희원(鄭熙元•40세) 박사는 “서울시는 재정이 넉넉하고 정부 부처보다 조직이 빠르다”며 “저속 노화를 ‘고속’으로 정책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원(의학 석사)을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의사-과학자(MD-PhD)이다.


정희원 박사는 2023년부터 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저속노화’의 방법과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노화 속도를 느리게 하고 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 등을 강조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그의 생각이 널리 알려지면서 저속노화(低速老化, slow aging) 열풍을 불러왔다.


건강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젊어서 건강관리를 하지 않으면 노화가 누적되어서 노년기에 고생한다. 노년기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청년•중년•장년기에도 고생하기 마련이다. 고령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20-30년 후에는 제대로 케어를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여 중병을 얻는 건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큰 고통이다.


식생활은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를 일으키는 음식(정제 탄수화물, 단순당, 초가공식품)을 피해야 한다. 초가공식품과 정제당 및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 콩류, 베리류 등을 포함한 건강 식단이 중요하다. 젊어서는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잡곡밥을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노년기에는 충분한 고기 섭취로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게 하며, 소화 기능을 고려해 잡곡밥이 아닌 부드러운 백미 위주의 쌀밥을 먹도록 한다.


운동은 젊어서는 유산소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노년에는 근력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노년에 몸이 아파서 병상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걷지 못할 정도가 되면 운동부족으로 건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에 운동과 건강을 모두 챙겨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생의 약 1/3 정도를 수면으로 보내기 때문에 수면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수면은 7-8시간 숙면(熟眠)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피하고 카페인 섭취도 자제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한 수면을 지켜야 한다.


노년기 치매 예방을 비롯한 정신건강을 위하여 신체활동, 사회활동, 두뇌활동 등이 중요하다. 노년에 무조건 쉬는 것보다 적절한 일을 하는 것이 좋으므로 소일거리라고 있어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부족하다고 나온 것에 대해서는 영양보충제가 아닌 식품으로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통 전문 크리에이터들은 몇 년 전만 해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마라탕(중국식 탕요리), 탕후루(과일 사탕) 등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 유행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저속노화 식품을 찾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음료는 물론 주류(酒類) 업계까지 당류를 사용하지 않는 제로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저속노화 식단은 노화를 촉진하는 음식을 ‘줄이는’ 데서 시작한다. 식단에서 줄여야 할 음식은 설탕과 같은 단순당(simple sugar, 單糖類), 흰 쌀밥과 빵등으로 대표되는 정제 곡물, 붉은 고기와 동물성 단백질 등이다. 튀김류, 버터, 마가린, 치즈 등도 줄여야 할 식단이다. 대신 푸른 잎채소와 통곡물, 콩류, 견과류, 블루베리 등 베리(berry)류 등을 더 섭취할 것을 권한다.


노화는 숫자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신체 나이가 중요하다. 노화는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총합, 즉 내재 역량(intrinsic capacity)이 줄어드는 것이다. 내재 역량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에 제시한 개념으로, 나이 듦이 얼마나 건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계산하기 위한 일종의 척도이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기능을 개념적으로 점수화할 수 있다.


내재 역량을 욕조(浴槽)의 물에 비유하면, 욕조에 물이 가득하면 건강한 상태지만, 마개가 열려 있으면 물이 조금씩 빠진다. 저속노화는 물이 빠지는 속도를 늦추고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건강한 나이 듦’을 질병의 발생 여부로만 평가하기보다는 다면적인 삶의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존엄하고 자율적인 삶을 마지막까지 영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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