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가락이 뉴질랜드 하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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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가락이 뉴질랜드 하늘 아래서

0 개 664 한일수

뉴질랜드에 합창이 도입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 이고 초창기에는 백인 위주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20세기가 되어서야 합창단이 태동하기 시작했으나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적 관념 때문에 남녀혼성 합창단이 형성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2002년에는 부산에서 합창 올림픽이 열리기도 했는데 한국은 금메달 7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현재는 각 지역 단체를 중심으로 여러 합창단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합창은 서로 다른 음색과 음정, 리듬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예술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입장, 성격과 문화가 다르듯이 여성 파트의 소프라노(Soprano), 메조소프라노(Mezzo Soprano), 알토(Alto)와 남성 파트의 테너(Tenor), 바리톤(Baritone), 베이스(Bass)의 서로 다른 음역과 역할이 조화와 배려, 경청과 양보를 통해 전체가 하나의 화음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거쳐 작품이 완성된다. 따라서 여러 사람이 함께 노래를 맞춰야 하므로 협동심과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게 되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을 체득하는 계기도 된다. 공연을 하는 동안 공연단과 청중들은 이러한 정신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감동을 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정서적 안정과 인간 사회의 선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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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6일에는 오클랜드 타운 홀에서 VoCo Concert 2025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별한 주제로 ‘뉴질랜드 아리랑(Aotearoa Arirang)’을 선정하여 대회의 본 프로그램이 끝난 후 전체 공연단원들이 함께 모여 ‘Aotearoa Arirang’을 합창하게 된 것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1200 여명의 청중을 상대로 14개 민족 그룹이 참여한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400여명의 단원이 우리 한민족 고유의 아리랑 가락을 선보였다. 뉴질랜드로의 본격적인 한인의 이주 물결이 시작된 지 35여년 흘렀다. 그러나 지구의 남쪽 끝인 남십자성 하늘 아래에서 우리 배달겨레의 반만년 얼이 담긴 아리랑 가락이 영어 가사로 불리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모든 위대한 일도 처음에는 조그마한 씨앗으로부터 출발하는 법이다. 아오테아로아의 땅에 아리랑이라는 씨앗을 뿌리내린 한인은 이건환 작가였다. 이 작가는 31년 전에 뉴질랜드에 이주한 이후 웰링턴, 크라이스처치에서 정착하며 음악활동을 하다가 2022년에 오클랜드로 올라와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바로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을 결성하면서 순수한 아마추어들을 모집해 헌신적으로 싱어들을 길러내었다. 그동안 뉴질랜드인 들의 정서에 이민자들의 처지를 실어 여러 곡들을 작곡하고 소규모지만 콘서트를 열어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24년에는 매년 열리는 VoCo Concert에 오클랜드 한인합창단이 출연하여 새로이 작곡한 ‘뉴질랜드 아리랑’을 공연한 것이다. 반응은 뜨거웠고 특히 콘서트의 기획자인 브라이언 리(Brian Lee)의 마음을 흔들어 좋은 징조가 나타났다. 좋은 징조엔 항상 천사 같은 은인이 나타나는 법으로 브라이언은 음악활동에 신들린 듯 열성인 같은 한민족 교민이었다.      

   

이번 브라이언 지휘로 연주된 ‘아오테아로아 아리랑’은 이건환 작가가 작곡한 ‘뉴질랜드 아리랑’을 브라이언 리 님이 남녀 혼성 4부 합창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브라이언은 아오테아로아 아리랑의 성공적인 연주를 위해 어린이 단원 섭외부터 타 민족 그룹 단원들과의 통합 연주를 이끌어 내고 그들에게는 생소하기만한 아리랑의 선율을 익히도록 지도했다. 또한 종합적인 무대 연출을 기획해 연주의 감동을 증폭시켰다. 아침의 여명을 알리는 풀벌레, 새 소리 등의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효과음으로 들리더니 마오리의 고동 소리를 신호로 마오리 하카가 연출되면서 아리랑이 시작되었다. 어린이들의 He wa ka 합창을 시작으로 Timothy Wayne–Wright 싱어가 한국어로 아리랑 1절을 솔로로 부르면서 합창이 시작 되었다. 합창이 마무리 될 무렵 God Defend New Zealand 대한민국 가사가 나오는데 무대 정면 천정에서 내려오는 태극기와 뉴질랜드 국기가 펼쳐질 때 타운 홀을 가득 메운 청중들과 합창단, 제작진 모두는 가슴이 뭉클 하는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훔쳤다.


뉴질랜드인 들은 누구나 다 이민자의 후손이다. 최초에 마오리 선조들이 약 1천 년 전에 들어와 생활 터전을 개척했고 19세기에 유럽인들이 들어와 근대화 작업을 시작했다. 아세안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이주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의 정서는 뉴질랜드인 들의 원형질 속에 침잠되어 있는 것이다. 산천이 모두 황무지인 벌판에 와서 삶의 터전을 개척하느라 고생했을 이민 선조들을 생각하면 현재의 우리들은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이주 시에 기선도 없을 당시 돛단배에 의지해 수만리 바다를 수개월에 걸쳐 목숨을 걸고 항해하면서 겪었을 고초를 현대에 사는 우리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유전자를 잉태하고 있는 뉴질랜드 인들은 아리랑이 품고 있는 한(恨)과 그리움의 정서를 쉽게 공유하고 아리랑의 가락에 빠져드는 지도 모른다.     


2024년에 싹을 틔운 ‘뉴질랜드 아리랑’은 2025년에 모종으로 재배되어 이제부터는 이 모종을 전국에 확산시켜나갈 차례이다. 언제 어디서나 동네 어린이 놀이터에서부터 성인들의 파티 장소에 이르기 까지 ‘아오테아로아 아리랑’이 울려 퍼질 때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체험하며 새로운 도약을 도모할 것이다. 먼 훗날 우리의 이민 후손들이 “우리의 이민 선조들은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이민 올 때 이민 보따리와 몸만 가져온 게 아니고 배달겨레의 혼을 아리랑에 실어 왔으며 ‘Aotearoa Arirang’의 싹을 틔워 모종을 전국에 배포해 아오테아로아 전 국토를 아리랑 동산으로 가꾸었노라고……, 아리랑의 숲으로 우거진 뉴질랜드는 사랑과 평화로 가득한 꿈의 신천지가 되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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