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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했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반복되는 좌절을 겪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화가 납니다. 화는 나 자신을 보호하고 상황을 바꾸려는 정서적 신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를 잘못 내게 되면, 관계에 갈등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쌓이며, 정신적•신체적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를 억누르거나 없애기보다는, 이를 건강하게 표현하고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화는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신체적인 변화로 이어집니다. 뇌는 위협을 감지하면 자율신경계를 통해 신체에 경고를 보내고, 곧장 ‘싸우거나 도망가라(fight-or-flight)’ 반응이 활성화됩니다. 이때 심장 박동과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빨라지며, 근육이 긴장합니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손에 땀이 나는 등의 반응도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반응은 단기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작용이지만, 자주 반복되면 심장병, 소화 장애, 불면증 등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라는 감정은 때로 슬픔, 두려움, 무력감 같은 다른 감정을 숨기기 위한 2차적 감정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둘째, 성장 과정에서 화를 적절히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경우, 억누르거나 폭발시키는 방식만 반복하게 됩니다.
셋째, 스트레스와 외부 환경이 지속되면 화가 쉽게 유발되고 과도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또한,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주의력결핍장애(ADHD)와 같은 심리적 요인도 화를 조절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결국 행동으로 표출되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를 어떻게 건강하게 다룰 수 있을까요?
첫 단계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화가 났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신체 반응을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화가 날 때는 호흡이 빨라지는데, 복식호흡을 통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명상이나 가벼운 스트레칭,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음으로 화를 키우는 잘못된 생각의 흐름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 사람은 날 일부러 무시했어” 같은 극단적인 해석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과장되었거나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화난 감정을 잘 표현하는것도 중요합니다. 화난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지 않으면서 표현하는것이 중요한데 다음과 같은 예들이 있습니다. “네 말에 상처 받았어. 나에겐 그게 무시당하는 느낌이었거든,” “이 상황이 불공평하게 느껴져. 다시 이야기 해 보고 싶어.” “나 지금 화가 나니까,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이런 표현들은 내 감정을 이해하고 전달하려는 것으로, 그 감정이 어떤 메세지를 주는 지를 아는것이 핵심입니다. 아울러 감정을 표현할 때는, 상대를 탓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말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 때문에 화가 나” 보다는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나는 존중받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화가 나”처럼 표현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혼자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심리상담, 분노 조절 훈련 프로그램 등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더 나은 대처 방식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화가 나고, 그것이 관계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화는 사라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고 조절해야 할 중요한 감정입니다. 화는 때때로 우리에게 경고를 주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공격적으로 표현하면,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화를 관리하는 기술은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이자, 자기 자신을 돌보는 태도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의 감정을 조금 더 주의 깊게 바라보고, 건강하게 다루는 연습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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