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산

0 개 925 명사칼럼

99f39cbec5b5a5671a6df790543151f9_1741748332_092.pn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1천킬로미터 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선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양쪽 군인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푸틴과 트럼프 사이의 통화 등 미국-러시아 사이 일련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으로 봐서는, 이 전쟁 역시 이제 그 종언을 향해 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속단은 금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미-러 협상의 내용은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영토 약 20%의 강탈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석탄 매장량의 60% 이상이 위치하는 동부 지역을 힘으로 빼앗았다. 이를 추인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치인 누구에게나 정치적 자살이므로, 우크라이나가 미-러 사이의 협의 사항을 따르지 않고 당분간 ‘속전’을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이 없는 속전 역시 가망이 없는 만큼, 올해 내로 모종의 휴전이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이 전쟁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미리 분석해봐도 좋을 것이다.


첫째, 침공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의 입장이다. 러시아의 무장간섭이 시작된 2014년 이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 단층선에 서서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다변적 균형 외교를 펼쳐왔다. 한편으로는 이미 2002년부터 우크라이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장기적 목표로 설정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동참하는 등 친서방적 자세를 취해왔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러시아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남아 있었고, 친러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직에 포진되어 있었다. 2013년 10월에는 징병제를 폐지했을 정도로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친서방 지향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공존이 가능했다. 2014년 이전까지의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과 친서방 지향을 겸비하는 대만·싱가포르와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2013~2014년의 유로마이단 사태와 그 직후에 등장한 강경 친서방 정부는 이 균형을 엎어버렸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영토를 강탈하고 돈바스에서 친러 민병대들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군사공업의 중심지를 사실상 떼갔다. 그 뒤에 또 다른 모습의 균형을 전제로 맺어진 민스크 협정 역시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24일부터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을 맞아 그때까지 강탈당한 영토뿐만 아니라 서방으로 떠나 난민이 되어버린 600만명이 넘는 인구까지 잃었다. 사실 전문 인력의 상당 부분을 잃은 것인데, 종전이 되어도 이들은 초토화된 고향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사상자들의 수는, 미 정보기관들의 추측에 따르면 50만명 정도다. 사람과 땅, 공업과 자원의 상당 부분을 잃은 우크라이나에 이 모든 일은 망국에 버금가는 역대급 대재앙이다.


러시아의 침공은 푸틴 정권의 국가적 범죄 행각 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가 여기에서 배울 점이 하나 있다. 대국은 이런 중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되는 일이 결코 없다. 반대로 인접 대국의 이해관계에 저촉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일방향·불균형 외교 노선을 취한 중소 국가는, 결국 대국 본위의 약육강식 국제질서에서 대재앙을 맞을 수 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이제 정글이 되어버린 이 세계의 법칙 아닌 법칙이다.


둘째, 이 전쟁에 사실상 간접적으로 참전해온 서방이다. 3800억달러라는 구미권의 천문학적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완패만큼은 막아주었다. 하지만 불경기 속에서 지속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비 지출은 궁극적으로 구미권에서 트럼프와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들에게 더 많은 표를 안겨주었다. 2022년 이후부터 구미권 전체에서 극우들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동시에 전쟁은 서방의 군사적 약점도 드러냈다. 러시아는 1년에 300만개의 포탄을 생산하고 있지만, 구미권의 전체 포탄 생산량은 올해만 보아도 200만개가 채 안 된다. 이 상황에서 구미권 각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전례가 없었던 군비 확장을 지금 실행한다. 세계적으로 작년만 해도 군비는 7.2%나 껑충 뛰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위기 상황에서 구미권 국가들은 이제 우향우를 거듭하여 경찰·안보 본위의, 보호무역을 선호하는 다소 퇴행적인 정책을 곳곳에서 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관세 전쟁을 선포하고 영토 확장의 야욕을 드러내는 트럼프 2기의 미국만큼 퇴행하는 사회도 없을 것이다.


이미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에서 여태까지 지원한 무기에 대한 대가로 희토류 광산을 가져가겠다는 극단적 중상주의 정객 트럼프에게는,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유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세계 패권은 무역 질서 유지 등을 함의하는 것인데, 트럼프의 정책은 오히려 기존의 교역 질서를 파괴한다. 결국 트럼프 치하 미국의 정책에 피해를 보는 중소국들은 하나둘씩 개방 무역을 여전히 고집하는 대국들, 그중에서도 일차적으로 중국을 찾게 될 것이다. 구미권의 극우화와 무장 강화, 신보호주의와 중상주의 주류화, 그리고 중국의 국제 역할 강화와 미국 등 구미권의 국제적 위치 약화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하나의 결과다.


셋째, 러시아의 영토 확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 이 전쟁은 러시아의 초강경 권위주의 정권을 더욱더 강화시켰다. 게다가 전쟁 특수가 사실상 경제 부양책의 역할을 했다는 점 역시 크게 작용했다. 미국은 이제서야 보호 관세를 도입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경우는 서방의 제재가 수입 가격을 올림으로써 사실상 거의 3년간 보호 관세와 같은 효과를 발휘해왔다. 결국 전쟁이라는 위기 속에서 침략국 러시아도 그 영향력이 쇠퇴해가는 미국도, 서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이 보호주의와 신권위주의를 향해 오른쪽으로 더 오른쪽으로 가면서 퇴행적으로 바뀌어간다.


이 퇴행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국경을 초월하는 시민사회와 진보운동 이외에는 없다. 전쟁이 끝나가는 국면을 이용하여 ‘반전’과 ‘반권위주의’, ‘반민족주의’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서방인,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 등은 같이 손잡고 전세계적 퇴행에 국제적인 연대로 맞서야 한다. 한국의 진보적 시민사회 역시 이 운동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한겨레신문


99f39cbec5b5a5671a6df790543151f9_1741748227_2423.png
 

■ 박 노자

오슬로대학교수, 한국학자, 칼럼니스트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 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당신들의 대한민국』 으로 주목받았으며,『주식회사 대한민국』『비굴의 시대』『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전환의 시대』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거꾸로 보는 고대사』『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우승열패의 신화』『러시아 혁명사 강의』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33 | 2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30 | 15시간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72 | 3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84 | 7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07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18 | 9일전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25 | 9일전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53 | 10일전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64 | 10일전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196 | 10일전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199 | 10일전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35 | 10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3 | 10일전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87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498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1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44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6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4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29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2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69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0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88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