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비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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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비결요?

0 개 931 김준

간혹 사적인 모임자리에서 ‘무엇을 하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선생같은 분위기를 풍겨야 어느 정도 감을 잡고 궁금해하지 않으실텐데 행색이 영 뺀질이 같다보니 궁금해 하실 만도 하겠습니다. 학원을 하고 있다고 대답하면 대부분 이렇게 응수하시곤 하지요. ‘아~ 공부를 가르치는 분이시군요..ㅎㅎ’ 그리고는 뒤이어 여러 질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우리 아이는 이제 막 컬리지에 올라갔는데 도무지 공부할 꺼리가 없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제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듯 한데 성적은 영 오르지를 않네요. 이유가 뭘까요?”


“지난 시험을 치르고는 잘 봤다며 좋아하더니만 성적은 영 아니더라구요.. 잘 썼는데 답은 아니라고 한다니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학원을 한다고 해서 교육 전반에 걸친 모든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데도 수 많은 궁금증을 털어내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공부의 왕도를 찾아 헤메는 것은 정작 학생들이 아니라 부모님들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의 한 명이다보니 사실 제가 듣는 질문들의 대부분은 저 스스로도 궁금해하는 질문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여러 질문들 중에 저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The Lord of the questions”가 있으니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하나요?”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학창시절을 지내며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던 질문이고 아직도 공부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둔 아빠로서 절대로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이며 현실적으론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꼭 해결해야만 하는 질문이 바로 이 ‘공부 잘하는 비결’에 관한 질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컬럼엔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고 또 가르치고 있는 공부 잘하는 비결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사실 ‘공부를 잘한다’라는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그 문자적 의미와는 사뭇 다릅니다. 실제 뜻하는 바를 말해 본다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라던가 ‘시험 성적이 잘 나온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요. 그러니 공부를 잘하는 비결 또한 시험 성적을 올리는 비결의 좀 우회적인 표현이 될 듯하고 좀 더 자세하게 적어본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향상시키는 비결’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럼 시작하기에 앞서 공부가 무엇인지 그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니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행위’라고 정확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부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주도되는 행동양식이지 머리속에 우겨 싸넣는 무지막지한 양의 Contents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됩니다.


공부는 그 정의가 천명하듯 배우고 익히는 행위입니다. 그러니까 배운다는 행동과 익힌다는 행동, 그 두가지가 함께 공조했을 때에야 우리는 ‘공부’의 제대로 된 경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대학을 다니며 머리를 싸매고 밤을 지새우는 학생이나 이제 유치원에 들어가 자신의 손가락들이 숫자를 셈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아가들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입니다.


그럼 우선 배움에 대해 생각해볼까 합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활동은 그 무언가를 아직 알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과 그것을 알고 지식적으로 습득해야 한다는 ‘당위’사이의 불균형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에 스스로 학습의 방향을 설정해 배워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책을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며 학교나 학원 선생님의 수업에 귀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모든 배움의 내용은 학생의 의지나 선택과는 관계없이 전적으로 타인에 의해 결정되고 마는데요..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NCEA Y12 학생이 물리를 공부할 때 ‘광학’을 꼭 공부해야 한다고 NZQA가 결정했고 이러한 결정에 근거해 학교는 Y12 커리큘럼의 Term2에 ‘광학’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움의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에 학생의 의견이나 취향은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다만 과목 선택의 자유가 주어질 뿐이지요. 여기까지만 본다면 공부의 반을 차지하는 배움의 과정에 학생들이 애쓰고 노력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까 오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내용 결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여지는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 배워나갈 것인가 하는 방법적인 부분이나 얼마나 열심히 배울 것인가 하는 참여 의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결정과 노력에 따라 좌지우지 될 것이니 적절한 배움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우리 아이들이 고군분투할 이유는 충분할 듯합니다.


공부의 또 다른 측면은 ‘익힘’, 다시말해 무언가가 손에 익어 편하고 익숙해지게 하는 연습의 과정입니다.


배움의 내용에 학생들의 의견이나 취향이 반영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는 것에 반해 ‘연습’이라는 과정은 학생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 계획과 실천, 창의와 혁신이 아무런 제한없이 적용되는 학생 주체적인 공부의 또 다른 측면입니다. 공부가 배움에서 끝나지 않고 연습으로 이어져야만 한다는 사실은 공부의 목적이 배운 지식의 활용에 있음을 암시합니다. 세상의 그 누구도 익숙치 않은 도구로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듯이 익숙하지 않은 지식을 활용해 소정의 목표를 이루어낼 수는 없음을 기억한다면 연습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것이 됩니다. 


가죽을 마름질하는 구두장인의 가죽칼은 손잡이에 손가락 자국이 패였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함께 했고 머리칼로 구름을 가르며 고산준령의 능선을 걷는 등산가의 발에는 여지없이 낡으스름한 등산화가 신겨져있기 마련입니다. 배운 내용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과정은 번쩍번쩍 서슬 퍼런 새 가죽칼이 점점 거뭇해지며 손에 착착 감기게 되는 최적화의 과정과도 같고 뒷꿈치 까먹기에 딱 알맞도록 뻣뻣했던 새 등산화가 녹진녹진 부드러워져 발을 싸안게되는 적응의 시간과도 같습니다. 새롭게 얻은 깨달음이 오랜시간의 연습을 거쳐 손에 익은 수단이 되었을 때에야 학생들은 조금 더 상승된 성적의 고지를 걸어갈수 있게 될것이 자명합니다. 


공부의 두가지 과정인 배움과 연습은 수동과 능동, 소극과 적극, 수용과 활용의 상반된 의미를 지니는 듯하지만 사실 이 두 과정의 적절한 배합이야 말로 학생이 추구할 현실적인 학습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배합의 비율은 학생 각각의 개성과 학습 특성,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되지요. 어떤 학생들은 새로운 개념의 습득에 전념하며 배움의 과정에 매진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학생들은 새로 배운 개념을 되집어도 보고 외워도 보고 문제를 풀기도 하며 연습을 통한 최적화에 주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간혹 이런 두 가지 과정에 대한 시간, 노력 배분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중되어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요. 


그럼 어느쪽에 더 무게를 실어야 더욱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할까요? 


개인적인 편차가 있기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개념을 ‘배우는’ 과정보다는 배운 개념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성적의 향상이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치 차려놓은 밥상위의 음식을 잘 먹고 소화시켜야 힘도 나고 쑥쑥 자라기도 하는 것처럼 매일 매일 학습과정을 통해 얻게되는 지식을 되짚어 연습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때에야 성적의 향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약 그저 이해의 차원으로 방치한다면 이는 한 상 떡벌어진 잔치음식들을 먹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에 진배없습니다. 당연히 성장과 변화는 일어나지 않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비록 소박한 밥상일망정 쌀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완벽히 소화시킨다면 생산되는 에너지의 양은 ‘그림의 잔칫상’에 비할 수가 없이 풍성할 것임이 당연합니다. 


가끔 오클랜드에서 이름을 좀 알렸다 하시는 선생님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습니다. 제가 학교 선생님들을 뵐 기회는 별로 없으니 당연히 사교육을 하시는 분들이겠죠. 


그 분들의 공통적인 말씀이 이렇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은 꼭 목표를 이루더라..란 말씀이지요.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너무나도 많이 들어본 상식중의 상식입니다만 그 말씀이 왜 공식처럼 딱딱 들어맞아 왔는지를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한 마디 더 하시는 말씀들은.. 좋은 내용으로 잘 가르칠수록 공부를 게을리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많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 일이지요. 그런 학생들은 그저 머리속을 채우는 새로운 이야기와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을 밝히 알게 되는 즐거움에만 치중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좀이 쑤시는 연습의 과정이 그리 달가울리 없고 상대적으로 연습량이 적은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맙니다. 운동선수가 코치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배움의 자세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배운대로 꾸준히,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지겹도록 연습에 연습을 더하는 노력이 결국 스코어 향상의 기반이 되는 것처럼 배운 무언가를 되풀이하고 되짚어보면서 지겨운 연습의 시간을 참아내는 인고의 과정은 성적을 올리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한동안 매주 꼭꼭 챙겨보던 한국 방송 프로그램중에 ‘정글의 법칙’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방송을 보다보면 외지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불을 피워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곤 했는데요.. 불이라는 인간 문명의 시발점이 야생의 엄격함과 인간의 도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것 같아 골똘히 바라곤 했지요. 불을 피우는 과정이 대략이 이렇습니다. 먼저 불을 피워낼 불쏘시개와 피어난 불을 살려 낼 작은 나무토막들, 그리고 굵직한 장작들까지 모두 차곡차곡 준비를 해 놓습니다. 그리고는 출연자들이 번갈아가며 fire steel을 벅벅 긁어대는 겁니다. 언제까지요? 불 붙을때 까지요!


날은 어두워가고 춥기는 하고.. 빨리 불을 피워야 할텐데 야속한 fire steel은 그저 번쩍번쩍하는 불꽃만 보여줄 뿐 몇시간이 되도록 불은 커녕 연기도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긁고 또 긁던 어느 순간 그동안 스파크에 의해 조금씩 말라온 불쏘시개가 드디어 작고 노란 불을 피워 올리고 몇시간을 땀흘려온 노력이 드디어 보상을 받게 되지요. 


어찌보면 배움이란 불 피울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과도 같습 니다.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자동으로 불이 붙지는 않지요. 결국 불을 일으켜 추위에 떠는 모든 이들을 살려 내는 것은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fire steel을 긁어대는 노력과 땀 흘린 시간입니다. 그러니 한번.. 두번.. 될 때까지 긁고 또 긁는 그 끈기야 말로 우리 아이들이 지녀야 할 연습의 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부 잘하는 비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고 서두에서 말했습니다만 결론은 아주 일반적이고 익숙한 한 단어뿐일 듯합니다. 


‘연습’ 


배운 것이 익숙해져 편안해질 때까지, 생소했던 것이 자연스러워져 공부의 도구가 될 때까지, 긁고 또 긁어야 하는 지겨운 시간을 따듯하게 피어오를 노란 불꽃을 꿈꾸며 인내해 나가는 우리의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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