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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설날 福 많이 받으세요. 오늘(1월 29일 수요일)은 음력(陰曆, 太陰曆, Lunar calendar) 정월(正月) 초하루 ‘설날’이다. 4주전 수요일은 양력(陽曆, 太陽曆, Solar calendar) 2025년 1월 1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조선말까지 <음력설>을 쇠었으며, <양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1895년 구한말 을미개혁 이후부터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공식적인 설날은 양력 1월 1일이었다.
음력설을 ‘옛 정월 초하루’란 뜻으로 구정(舊正), 양력설을 ‘새 정월 초하루’란 뜻에서 신정(新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정은 양력 1월1일이지만 구정을 명절로 삼는 전통문화는 그것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1985년 음력설을 ‘민속의 날’로 정하고 하루만 공휴일로 삼았다. 제6공화국이 들어선 뒤인 1989년, 음력설은 공식적으로 ‘설날’이란 이름을 되찾고 공휴일도 3일로 늘어났다.
음력은 우리나라의 전통 명절인 설날, 추석(秋夕) 등을 정하는 데 사용되며, 달의 주기를 반영하기에 자연 현상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양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교류를 위해서 양력 사용이 필요하다. 양력과 음력의 차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면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는 지혜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을사년(乙巳年)이다. 을(乙)자는 색깔 중에 청색을 의미하므로 ‘푸른 뱀’의 해, 올해는 ‘뱀띠’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의 지지(地支)를 동물 이름으로 상징하여 이르는 말을 가리키는 민속용어다. 12지(十二支)는 쥐띠•소띠•범띠•토끼띠•용띠•뱀띠•말띠•양띠•잔나비띠•닭띠•개띠•돼지띠 등 12띠가 있다. ‘각 사람의 심장에 숨어 있는 동물’이라고도 하는데, 원시사회의 토템신앙(Totemism)에서 인간이 동물을 숭배하던 유풍에서 발생했다.
십이지의 열두 동물을 각 시간과 그 방위에 배열하게 된 설화가 여럿 있는데 동물의 발가락 수와 그때 그 시간에 나와서 활동하는 동물을 들어 표시했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십이지 동물 중 맨 처음에 오는 쥐는 앞 뒤 발가락 수가 다른데 앞발은 홀수, 뒷발은 짝수로 특이하다고 해서 맨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 뒤로 소(4), 호랑이(5), 토끼(4), 용(5), 뱀(0), 말(7), 양(4), 원숭이(5), 닭(4), 개(5), 돼지(4)의 순이다. 이 순서는 발가락의 숫자가 홀수와 짝수로 서로 교차하여 배열되었음을 알 수 있다.
뱀(snake)은 혐오와 숭배, 양극단 이미지를 한 몸에 지닌 뱀아목에 속하는 파충류(爬蟲類)의 총칭으로 다리가 퇴화된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전체 길이가 1-2m이지만 큰 것은 10m, 작은 것은 10cm인 것도 있다. 현재 456속 약 2,900종으로 남국과 아일랜드섬을 제외한 세계의 각 대륙에 널리 분포하며, 일부는 북극권 부근까지 서식하고 있다.
한 번에 많은 알이나 새끼를 낳는 뱀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며, 훼손된 생태계(生態界)를 치유하는 기능도 있다. 뱀은 천연 방제(防除) 기능도 있다. 옛날 병균을 옮기는 쥐를 구제할 목적으로 독이 없는 구렁이를 집 안에 들이고 살았다. 자연계에서 뱀은 중간 포식자로 쥐나 개구리를 잡아먹고, 멧돼지 같은 큰 짐승의 먹이가 된다. 한반도엔 11종의 뱀이 서식했으나 대부분의 뱀이 멸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2025년 뱀의 해을 맞아 제주도 ‘비바리뱀’ 구조 활동에 나선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선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가 집고 다니는 ‘치유의 지팡이’를 뱀이 칭칭 감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세계보건기구(WHO) 로고에도 지팡이를 휘감은 뱀이 보인다. 지팡이의 주인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오스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기원전 800년경에 살았던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도 이상적인 그리스의 의사로 언급되고 있다.
우리나라 옛 문화 속의 뱀은 신비로운 동물이다. 뱀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가장 지혜로우며 기민한 동물로 여겨진다. 겨울잠을 자고 봄에 다시 나타나는 습성과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모습을 보고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 왕족의 무덤에선 영생불사를 뱀으로 형상화했다. 또한 뱀은 땅속에 사는 동물이기에 모든 생명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십이지에 대한 개념은 동북아시아 국가인 한국, 일본, 중국뿐 아니라, 중앙아시아나 이집트 등에도 오래전부터 퍼져 있었다. 십이지를 대표하는 동물들이 지역의 민속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도교, 불교, 힌두교 혹은 민간신앙 풍습과 혼합되어 다르게 나타나는 정도다.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십이지상(像)을 무인의 옷을 입고 무기를 든 용맹스러운 수호신(守護神)으로 여기고 왕의 묘 주위에 둘러 세웠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는 2022년 기준 55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개나 고양이 외에도 뱀 같은 이색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뱀을 포함해 야생 파충류를 잡아 키우는 건 불법이다. 단, 정식 수입으로 들여온 뱀을 기르는 경우는 괜찮다. 정부는 올해부터 시행하기 위해 ‘파충류 화이트리스트’를 구축하고 있다. 화이트리스에 포함된 종 외 다른 종은 수입과 반입이 제한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뱀은 다른 동물에 비해 키우기 쉽다고 한다. 뱀은 바닥재, 물그릇, 은신처만 있으면 서랍장에서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뱀은 스스로 온도 조절을 못하기 때문에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일주일에 한번만 먹이를 배불리 주면 된다. 흔히 뱀은 생쥐만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벌레나 알만 먹는 작은 뱀도 있다. 뱀은 주인을 알아보진 못하지만, 적어도 먼저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진 않는다.
일본 나고야(名古屋)대학 가와이 모부유키 교수(인지심리과학)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영장류(靈長類)가 뱀의 비늘을 볼 때 무서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아냈다. 뱀의 형태는 가늘고 길며, 몸의 표피는 각질화된 비늘로 덮여 있고 대부분의 종은 머리 부분에서 대형의 비늘로 분화한다. 비늘은 매끄럽거나 거칠하다.
뱀의 비늘 피부는 두 겹으로 되어 있다. 안쪽은 계속 분열하여 자라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안쪽의 세포가 죽으면 새로운 세포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 바깥 세포층을 이룬다. 바깥 세포층이 모두 죽으면 탈피를 한다. 뱀이 허물벗기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는 뱀의 나이와 그 뱀이 얼마나 활동적인지에 달려 있다. 성장하는 뱀은 늙은 뱀보다 허물벗기를 자주 한다.
과학자들은 뱀 비늘의 독특한 구조와 기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뱀의 비늘은 단단하면서도 접힐 수 있어서 외부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비늘 아래엔 근육과 뼈를 유연하게 연결하는 관절이 있어서 뱀이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준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뱀의 비늘 구조를 모방해 부드럽게 휘고, 늘어나기도 하는 배터리(battery)를 만들었다. 이 배터리는 여러 개의 작고 단단한 배터리를 마치 뱀의 비늘처럼 연결해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재활의료 기기 등에 활용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탐사에도 ‘뱀 모양 로봇(robot)’이 쓰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토성(土星)의 위성인 앤켈라두스(Enceladus) 탐사에 뱀을 닮은 로봇을 보낼 예정이다. 뱀을 닮은 머리에 몸통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actuate, 구동기) 10개를 이어붙인 형태로 길이는 4m, 무게는 100kg에 달한다. 몸통에 달린 나선형 톱니를 이용해 얼음과 눈밭, 모래 등 다양한 지형을 기어갈 수 있다. 뱀처럼 몸통을 굴리거나 S자를 그리며 이동할 수도 있다. 로봇 머리에 입체 카메라를 설치해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사람들이 뱀을 무서워하는 것은 독(毒)이다. 뱀독의 인하여 매년 6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 독사(毒蛇)는 적을 물어 독니로 독을 주입한다. 사람에게 치명적이거나 해를 입히는 독사는 약 270종이다. 독사에는 아시아에 사는 킹코브라, 아프리카에 사는 검은밤바와 가시북무사, 호주에 사는 타이판 등이 유명하다.
뱀독은 효소와 단백질, 펩타이드(아미노산 사슬) 등이 합쳐져 신체의 어려 시스템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현대 의학은 뱀독을 사람 목숨을 살리는 약으로 바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약이 고혈압 및 일부 유형의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캡토프릴(Captopril)이다. 브라질 살무사에 물리면 혈관이 이완되고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본 약리학자들은 뱀독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이는 ‘안지오텐신(angiotensin) 전환 효소’의 작용을 막는 고혈압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캡토프릴’을 개발했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 27일 임시공휴일부터 30일까지 4일이며, 25-26일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하면 6일을 쉴 수 있다. 연휴 동안 가족과 친척들과 만나 맛있는 명절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명절 음식 중 살찌기 쉬운 음식 10가지의 칼로리 함량 순서는 약과(100g당 420kcal), 떡갈비, 소갈비찜, 꼬치전, 잡채, 동그랑땡, 불고기, 돼지갈비찜, 떡만둣국, 3색 나물(100g당 300kcal) 등이다.
명절 음식들은 대부분 고칼로리이며, 특히 전과 갈비찜은 기름과 당분이 많아 칼로리가 높다. 이에 전류는 기름에 튀기기보다 에어 프라이어(air fryer)를 활용하고, 갈비찜은 설탕 사용을 줄인다. 또한 식사 시에는 나물 같은 채소를 먼저 먹어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음식은 개인 접시에 덜어 천천히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벼운 운동을 통해 쌓인 칼로리를 소모하도록 한다. 즐겁고 행복한 설 연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