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0 개 659 명사칼럼

20b3afac8c653bc3732c1a8a1b8fd41b_1727238402_4937.png
▲ 첫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작가가 2021년 7월13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 반수연의 단편소설 ‘조각들’(‘문학인’ 2024년 여름호)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작품은 밴쿠버에 가까스로 뿌리를 내린 이민자 주인공이 이민 생활과 정착 과정에서 겪는 애환과 스산한 마음, 미묘한 인종차별 체험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주인공과 딸 지니를 둘러싼 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세대 차와 문화적 감각의 차이도 이 작품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다. 소설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살수록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단 하나 안다고 믿었던 건 내 아이였다”는 환상이 산산이 깨지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작품 끝에 등장하는 “다만 알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 공간을 한 뼘쯤 벌려두고 싶었다”는 주인공의 독백은 딸이라는 자신과 가까운 존재는 물론이려니와, 나아가 노숙자나 성소수자 등의 타자에 대한 편견에서 탈피하겠다는 다짐을 상징한다. ‘조각들’ 곳곳에서 한국어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마음의 결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에서 고단한 이민 생활을 꾸려가면서도 한국문학 책을 꾸준히 읽고, 한국어 문장을 끊임없이 가다듬었기에 가능한 결실이다.


2022년 출간된 반수연 작가의 산문집 ‘나는 바다를 닮아서’에서도 한인 이민자의 애환과 슬픔, 고향 통영의 기억과 정취가 너무나 인상적으로 펼쳐져 있다. 이 책은 그 소중한 문학적 가치가 인정돼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됐으며,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이미 보급된 상태였다. 하지만 2023년 8월 반수연 작가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정이 철회됐다. 이 결정의 여파에 따라 역시 이미 도서관에 배포돼 있던 반 작가의 첫 창작집 ‘통영’도 동시에 문학나눔 선정이 취소됐다. 누구보다 조국과 고향 통영,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작가였기에, 이 결정은 반수연 작가에게 커다란 상처가 됐던 것 같다.


최근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해외 한인들의 역이민(귀국)을 유도하는 정책이 회자되곤 한다. 늘 조국을 그리며 이국에서 한국어(문학)의 아름다움을 위해 헌신했던 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문학나눔 철회 같은 상처를 겪은 작가에게 과연 조국에 기꺼이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존재할까?


도종환 시인은 이즈음 출간된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에서 “여전히 푸르게 다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복수다”라고 읊었다. 반수연 작가는 한국 문화계의 편협한 기준에 의해 자신의 작품이 배제되는 과정을 통과하면서도 ‘조각들’이라는 여전히 아름답고 뜻깊은 작품을 펼쳐 보였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의미 깊은 문학적인 복수가 아닌가.


이제 한국 사회는 세계 곳곳의 해외 한인들을 비롯해, 외국 국적의 다양한 이주민과 유학생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 태어날 때부터 모어가 한국어가 아니었던 사람들, 즉 한국으로 (역)이민을 온 사람들과 유학생이 쓴 한국어 문학작품이 대폭 늘어나지 않을까.


다행히 최근에 올려진 올해 문학나눔 공지사항을 보니, 자격 조건에 ‘한국 국적’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이제 해외 한인 작가가 한국어로 쓴 작품도 전국의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반수연이라는 작가가 지닌 문학적 역량도 제도의 뜻깊은 변화를 이끈 요인의 하나일 테다. 하지만 문학나눔 지원 대상 종수의 대폭 축소라는 개악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이런 문화정책의 퇴행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책과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리라.


* 출처: 한겨레신문

■ 권 성우 ㅣ 숙명여대 교수·문학평론가 

20b3afac8c653bc3732c1a8a1b8fd41b_1727238556_7797.png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481 | 2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67 | 3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54 | 4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65 | 4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26 | 4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471 | 4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21 | 4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18 | 4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58 | 4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45 | 5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481 | 5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290 | 5일전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139 | 5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92 | 5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09 | 5일전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31 | 5일전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99 | 5일전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295 | 7일전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70 | 8일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0 | 8일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8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31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0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23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