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워낸 기적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꽃으로 피워낸 기적

0 개 611 템플스테이

영주 성혈사 나한전 · 예천 용문사 윤장대 ·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 꽃살문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664_979.png
 

꽃송이 하나하나가

부처님이고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공경하는

마음이다.

꽃살문의 창호를 통해

새어 나오는

화엄의 빛이

온 세상을 비추니,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709_5297.png


처음 꽃을 본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꽃은 우주의 기적이다. 식물 세계에서 꽃의 탄생은 인류의 진화처럼 혁명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꽃으로 상징되곤 한다. 아름다움은 진선미 중에서 가장 상위의 가치를 지녔다고도 한다. 세상에서 아름다움은 꽃으로 표현되고, 꽃은 빛의 결정체이다.

문살에 꽃을 조각한 마음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시각화한 것이기도 하고,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공양의 의미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자비와 헌신, 지혜와 환희를 꽃으로 묘사하는 것은 우주의 연대기에서 태초부터 인류의 세포 속에 유전되어 흐르는 감성의 자연스러운 발화가 아닐까.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831_2595.png
 
다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

왜 작고, 여리고, 가볍고, 부족하고, 부러지기 쉽고, 상처받은 혹은 상처받기 쉬운 것들에 눈길이 자꾸 가는 것일까? 이 감수성이 참 딱하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 보이거나, 그렇다고 비슷한 이들끼리 연대하기도 어려운 습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고 곧 체념하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심정으로 다시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고 쓴다.

언제나 아름다운 곳으로 이끌어주는 사진가를 따라서 영주 성혈사로 갔다. 성혈사는 소백산 자락에 있는 소담한 사찰이었는데,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바쁜 걸음의 노스님이 대웅전 뒤쪽의 소나무들을 보라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다. 이리저리 꼬부라진 소나무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 아래 흔치 않게 툇마루가 있는 성혈사 대웅전은 무척이나 친근한 모습이다. 눈길을 거두고 곧장 위쪽의 나한전을 찾았다.

이렇게나 작고 아담한 나한전이라니! 거기에 여섯 개의 문에는 꽃살문이 장식되어 있고, 그 앞으로 두 개의 석등이 놓여 있어 그 자체로 완벽에 가까운 균형미를 갖추고 있다. 웃는 얼굴의 거북이 등에 두 마리 용이 감아 올라가 상부를 받치고 있고, 맨 위에는 여의주와 연꽃으로 보이는 좌우가 섬세하게 다른 모습의 석등만 촘촘히 감상하는 데에도 반나절은 걸릴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나한전을 호위하고 있는 듯 위엄 있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묘하게 희극적이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857_1249.png
 
영주 성혈사 나한전 꽃살문

꽃살문은 두 개씩 짝을 이뤄서 장식되어 있는데 특히 가운데 두 개의 문에는 물고기, 게, 동자승, 연꽃, 새, 개구리 등이 소박하게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오른쪽 끝의 솟을꽃살문에는 통판으로 모란이 장식되어 있다. 화려하지 않고 검박하면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움에 이르는 불교 예술의 한 장르를 압도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884_0266.png
 
나한전 안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이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기능만을 남겨둔 성혈사 나한전은 오백나한은 생략하고, 부처님을 주불로 아라한에 이른 열여섯 분의 제자만을 모셔두고 있다. 꽃살문의 창호지에 스며들어 오는 빛이 은은하게 형태를 실루엣으로 비쳐 보여주었고, 나방 한 마리가 파닥거리며 앉았다 날았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문틈으로 길게 들어와 바닥에 빛의 선을 드리우고 있는 곳에서 한없이 낮게 몸을 접어 절을 올렸다.

나한전 밖으로 나왔을 때도 사진가는 꽃살문 촬영 삼매경에 빠져있다. 한동안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인적이 없는 더 위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며칠 전에 내린 큰비로 계곡물은 요동치듯 내뿜고 있었고 숲은 습기와 이끼로 온통 녹색 빛을 띠고 있었는데, 풀 속에 숨은 듯이 있는 작은 부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온몸에 이끼를 두르고 담쟁이 넝쿨이 붙어 자라고 있다. 그 뒤의 굵은 소나무 한 그루와 어울려 은밀한 아름다움을 선물해준다.

천천히 대웅전으로 내려와서 툇마루에 벌러덩 누웠다.

감은 눈에도 환하던 빛이 점점 작아지더니 잠깐 꺼졌다가 촬영을 마친 사진가의 돌아가자는 말에 눈을 번쩍 떴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903_3327.png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2019년에 국보로 승격되어 지정된 예천 용문사 대장전을 찾았으나 마침 공사 중이라 윤장대의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 얼마 전에 닥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예천 지역 전체가 시달린 모습이 역력했고, 어렵사리 당도한 용문사 경내에도 곳곳에 물고랑이 파헤쳐져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대장전 내부에는 두 윤장대가 널빤지로 둘러싸여 있고 그 널빤지 위에 실물 크기의 윤장대 사진을 붙여놓았다. 그 모습이 더욱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윤장대는 경전을 보관하는 책장에 축을 달아 돌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회전하는 책장인 셈이다. 글자를 몰라 경전을 읽을 수 없는 민중이 한 바퀴 돌리는 것만으로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이 쌓인다고 하는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티베트에서는 ‘마니차’라고 이름 붙여 손에 들고 돌릴 수 있도록 휴대용으로 만든 것도 있다.

용문사 윤장대는 8각형으로 구성되어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직접 보지는 못했고 보수 공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꼭 다시 와서 보고 싶었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싶기도 했다. 화려한 대장전 내부의 장식도 아름답고 특히 삼존불의 후불을 탱화가 아니라 목각으로 조각하였는데 장엄함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그 앞에 좌우 대칭으로 윤장대를 들여놓은 용문사 대장전은 희소성만으로도 그 예술적 가치가 짜릿하게 전해진다.
성혈사 대웅전의 툇마루와 윤장대를 만든 이의 마음이 참 곱고 고맙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935_4869.png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 꽃살문

정면 다섯 칸의 기림사 대적광전은 마치 꽃살문을 달기 위해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부처 하나를 모셨고 공경심을 담았다. 눈을 찡그려서 희미해지게 해서 보면 마치 부처님이 처음 빛으로 설법하셨다던 화엄의 세계를 연출한 것도 같다.

바깥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기림사 대적광전 꽃살문은 안에서 보는 것도 좋다. 예불 시간에 맞춰 참배하는 것을 추천한다. 달을 머금은 절이라는 뜻의 함월산 자락에 불국사 다음으로 규모가 큰 사찰인 기림사는 인도에서 싹튼 정토신앙이 바닷길을 따라 이어져 온 것이다. 옛 신라인의 이상향을 이 땅에 실현하려는 염원이 깃든 도량이다.

여러 사찰에서 꽃살문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다 보니 꽃살문 자체만으로도 미적 가치가 뛰어나지만 자연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이란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불교 예술은 특히나 관계와 조화 속에서 빛이 난다. 석탑과 가람의 배치가 주는 공간감, 긴장과 느슨함, 주불과 후불탱화의 조화로움, 꽃무늬 하나하나로 인드라망을 표현한 꽃살문과 빛의 아름다운 투과…. 저 홀로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산에서 내려와 세상 속으로 걸어갔다. 

688af94907c4226f817b74a74a575f52_1720563973_8997.png
 
■ 출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vol.63)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19 | 1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51 | 1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01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19 | 7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0 | 9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01 | 9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0 | 9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38 | 9일전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86 | 9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4 | 9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3 | 9일전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66 | 9일전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394 | 9일전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5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17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3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25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6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88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7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4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

어떤 전쟁

댓글 0 | 조회 239 | 2026.01.14
아침마다 의식처럼, 볕이 쏟아지는 툇마루에 꼬맹이를 돌려 앉히고, 엄마는 아이의 긴 머릴 두 갈래로 종종 땋아 내려 빨간 리본으로 갈무리했다. 반지르르한 머리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