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맞은 라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환갑을 맞은 라면

0 개 594 조기조

우리나라의 라면 역사가 오래된 줄은 알았지만 알아보니 정확히 올해로 환갑이란다. 그러니까 1963년 9월 15일에 삼양식품에서 라면을 출시했다. 북한에서는 라면(拉麵)을 꼬부랑 국수라고 하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이름이다. 삼양식품 창립자 전중윤 회장이 일본의 ‘묘조식품’으로부터 제조기술을 전수받아 처음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의 라면 가격은 10원이었다. 지금의 물가와 라면 가격을 비교해보아도 싸다는 느낌이다. 지금의 농심 신라면 5개들이 한 봉지 가격은 3,400원에서 4,000원 정도다. 개당 700~800원 하는 것이다. 60년 만에 단순비교로 70배, 80배 올랐다.


3103433069fae183bde61a488749312d_1702327451_9826.png
 

70년대에, 내가 군에 있을 때는 일요일 아침에 라면이 나왔다. 2개를 쪄서 정량을 먹게 하라는데 우리 부대에서는 머얼건 국물에 퉁퉁 불어 우동가락보다 더 큰 라면가락조차도 가득하지 않았다. 병사들이 먹을 라면이 어딘가로 새어 나간 것이었다. 한창 먹을 때에 허기져서 힘들었던 기억이라 잊혀지지 않는다.


면을 꼬들꼬들하게 먹는 사람, 푹 익혀 먹는 사람, 계란을 넣어 먹는 사람, 야채를 전혀 넣지 않고 먹는 사람, 면만 먹고 국물은 안 마시는 사람, 면은 두고 국물만 다 마시는 사람도 있다. 사람 만큼이나 제각각이다. 라면을 끓일 때 먼저 스프를 물에 넣고 끓이느냐, 아니면 물이 끓으면 넣느냐로 왈가왈부한 적이 있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 하여간 물이 끓어야 면을 넣는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나는 맛없게 (?) 라면을 끓인다. 호박, 양파, 고추 등 야채를 듬뿍 넣고 끓이는데 면은 ¾만 넣는다. 어떤 때는 손 닿는 대로 배추나 콩나물, 버섯을 넣기도 한다. 물론 스프도 ¾만 넣고. 다 익으면 불을 끄고 계란 하나를 넣고는 남은 열에 휘저어 익힌다. 너른 그릇에 조금씩 떠서 뜨거우면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일품이다. 뜨거운 라면을 냄비뚜껑에 식혀가며 먹는 맛이란 그리 해 본 사람만 아는 즐거움이다.


배가 많이 고플 때는 남은 국물에 밥을 조금 말아 먹는 것도 좋다. 영양을 걱정한다면 참치나 어묵, 치즈를 넣으면 된다. 쇠고기를 넣지 말란 법도 없다. 무어라 해도 만들기 쉽고 언제 먹어도 좋으며 술 마신 뒤에 해장으로 먹는 맛을 누가 싫다 하겠는가? 컵에 담겨있어서 뜨거운 물만 부어 곧 먹을 수 있는 컵라면도 인기다. 주전부리가 없을 때 마른 라면을 과자처럼 먹어도 맛있다. 라면을 살큼 튀겨 보시라! 전자레인지에 조금 돌려도 좋다. 남는 스프를 챙겨두면 요긴하게 쓸데가 많다. 요리연구가 김영복은 냉면 반죽을 할 때 닭가슴살 가루를 섞어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단백질을 공급하는 면을 개발하였다. 라면이 아니고 냉면이지만 남아도는 닭가슴살을 가루로 만들어 라면 반죽에 넣거나 스프처럼 넣어주면 좋겠다.



10년쯤 전, 네팔에 갔을 때 안 불편한 것이 없었지만 특히 먹는 것이 불편하였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남부의 도시 포카라에 갔는데 산악인이 아닌 관광객이 올라갈 수 있는 해발 3,000미터 급의 알프스 산장에 묵었던 적이 있다. 운 좋게도 8,000 미터가 넘는 안나푸르나가 있는 산맥의 마차푸차레봉이 귀태를 드러내 주어서 사진에 담았다. 금세 운무에 사라져 축복을 받았다는 느낌이었다. 저녁이 되자 엄습하는 추위에 장작을 사서 캠프 파이어를 즐기는데 우리의 막걸리보다는 독하고 소주에 가까운 토속 곡주를 마시면서 열을 올렸다. 춥고 배가 고파 시킨 최고의 음식이 신라면이었다. 느끼함과 섭섭함을 한 방에 날려준 그 얼큰하고 개운함이란….. 그들은 이것이 제일 귀하고 비싼 것인데 중국 식품이라고 하기에 한국제품이라고 바로잡아 주었다.


처음 삼양라면을 출시할 때는 보릿고개가 있었다. 6·25가 끝나고 10년인 때이니, 식량난이 심했고 ‘배고파서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고 외친 야당후보도 있었다. 전쟁후에 미국이 주는 밀가루와 분유는 축복이었다. 이어서 강냉이 가루도 들어왔다. 지금은 듣도 보지도 못한 사람이 많을 ‘꿀꿀이죽’이 5원이라서 라면값을 10원으로 정했단다. 서민이 마시기 힘든 다방의 커피가 35원이고 막노동 일당이 100원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런데 맛으로, 또 편리해서 먹는 라면을 엥겔지수를 낮추기 위해,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서 찾는 사람이 늘었단다. ‘세계라면협회(WINA)’는 작년에 전 세계 100 여 개국에서 팔렸고 그중 50개국에서 1,122억 인분이 팔렸단다. 우리나라는 올해 10월까지의 수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이는 전년 동기보다 15%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해외에서 생산해 현지에 판매하는 것을 합하면 2조원은 될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라면을 2만5천 그릇 먹었다는 라면 전문가 야마토 이치로씨는 라면은 건강식품이며 각국의 입맛에 맞는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국민 한 사람이 일주일에 평균 1.7회 라면을 먹는 정도란다. 전혀 안 먹는 사람이 절반이라고 생각하면 먹는 사람은 서너 개를 먹는 셈이다. 주로 면(국수)을 먹는 한중일 3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에서 즐기는데 카레를 먹는 인도와 남미의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도 많이 팔린단다. 태국에서는 ‘신라면 똠얌(TOMYUM)’과 ‘신라면볶음면 똠얌(TOMYUM)’이 나온단다. 똠얌을 현지화하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많이 만드는 라면이 한류 붐에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재비 떡도 싸야 먹는다 했으니 세상 사람들이 살기가 어렵기는 어려운가 보다. 그래도 많이 팔리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니 희망이 있다.


1만 원이면 해결할 수 있었던 점심값이 오르니 도시락을 싸 가는 사람들이 늘었고 편의점의 삼각김밥이나 컵라면도 잘 나간단다. 라면을 싸게 박스로 사서 야채를 넣고 계란과 어묵, 치즈를 넣으면 영양도 만점일 것이다. 이래저래 고마운 라면이다. 스프의 소금도 줄였고 좋은 기름에 익히고 영양가가 그리 낮지도 않다고 한다. 게다가 주머니도 아낄 겸, 오늘 점심은 라면으로 해야겠다. 계란은 마지막에 풀고.


3103433069fae183bde61a488749312d_1702327523_1724.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10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83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470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82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88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13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86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13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25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8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48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32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07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7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2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79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3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28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202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3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6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36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9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11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9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