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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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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고 싶은 때가 있다. 별로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 싫어서다. 오늘따라 점심으로 추어탕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가는 그 식당엔 빈자리가 없었다. 4인 식탁에 3인이 먹는데 그 한자리에 앉자고 할 수가 없어서 옆의 시래기 조림 집으로 갔는데 거기도 자리가 없다. 조림은 1인분을 잘 안 파니 남기더라도 2인분을 시켜먹을 생각이었다. 다시 옆 골목으로 걷는데 문이 열린 식당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안 하는가 하고 들어가 보니 하기는 한다. 갈치구이를 시켰다. 미리 나온 가지나물과 미역에 가볍게 식초를 두른 반찬은 입맛을 돋게 하였다. 이리 맛있는 식당에 왜 손님이 없는 거지? 손님이 줄을 서는 식당과 조용한 이 식당의 차이는 무엇일까? 적어도 음식의 질에는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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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를 굽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눈요기를 하는데 어떤 수수한 아저씨의 이야기에 눈이 꽂힌다. 그분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사사건건 메모를 하고 있단다. 어떤 때는 성경 구절을 적기도 한단다. 그러면 그것이 기도를 하는 것과 같단다. 그는 적으며 기도를 한다는데 나는 적으며 공부를 한 적은 있었다. 특히나 단어공부는 적으며 중얼거려야 기억이 잘 되곤 했다. 시험 때면 중요한 내용의 소제목(목차)을 정하고 그것들을 첫 글자만 따서 외고는 풀어서 쓰곤 했다. 마치 ‘태정태세문단세’ 하듯이.... 지금은 적는 대신에 듣는 것을 택한다. 악보가 있으면 계명을 외워버린다.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서 반복 듣기를 한다. 여러 번 들으면서 따라해 보는 것이다. 적어도 100번을 귀담아 들으면 욀 수 있는 것 같다. 나중엔 따라 흥얼거리면 틀림없이 외워 진다. 잠들기 전에도 별을 세는 대신에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계명을 외면 악기로 연주하기도 쉽다. 그러면 악보가 없어서 연주를 못하는 일은 없다.


어쩌다 노래를 하려면 한두 줄 말고는 가사를 다 기억하지 못하여 못 부르겠다. 그런데 어릴 적에 배운 노래는 지금도 잘 부른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때는 전적으로 노래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은 기억이 잘 안되는데 아마, 집중하지 못하니 그럴 것이다. 노래방에 가도 악보와 가사가 다 제공되니 굳이 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외우는 전화번호가 몇 안 되는 것이다. 010을 빼면 많아야 8자리인데....


나는 메모하는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사진을 찍거나 녹음을 한다. 카톡에다 가볍게 문자를 남기기도 한다. 실마리만 있으면 되니까 말이다. 할 일이나 어떤 챙길 것은 메모해 두지 않으면 잊어먹기 쉽다. 그래서 메모는 필요하고 사진이건 녹음이건 방법이야 별로 관계없지 않은가?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불편하다. 연필을 꼭 가지고 다녀야 하고 연필은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적느니 녹음하거나 사진을 찍는 것이 편리하다. 녹음을 문자로 바꾸어 주는 앱도 있고 적은 것을 읽어 주기도 한다. 세상 참 좋아졌다. ‘적(는)자생존’이 아니라 ‘찍(는)자생존’이다.


살다가 보면 어려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때에 증거가 있다면 참 좋겠다. 후회는 먼저 생기지 않지만 통화를 하면서 녹음을 해 둘 걸 하고 후회하는 때가 있다. 아니면 녹화가 있다면 좋겠다 싶은 경우도 있고. 특히 교통사고에는 블랙박스가 말한다. 지난 3월말, 한 지역센터를 방문했는데 봄날이 풀려 벚꽃이 피기는 했지만 이따금 찬바람은 불었다. 사무실을 찾으니 깔끔하고 온화하다는 생각이 들어 첫 인사겸 덕담으로 여기는 “온기가 돕니다.”라고 했는데 나중에 같이 간 사람이 성희롱으로 신고를 하였다. “음기가 돕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언제나 녹음기를 켜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조사를 받고 해명이 될 때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필귀정이라지만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이웃을 만나야 한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하였다. 사람이 어쩌면 온기가 음기로 들릴까? 그러고도 인생이 즐거울까? 


주말이면 아직 돌이 지나지 않는 외손녀를 본다. 힘이 들면서도 좋다. 아가는 말을 못하니 행동과 표정으로 소통한다. 모든 것이 입으로 가고 웃거나 울거나로 표현한다. 울리지 않고 즐겁게 해 주는 것이 아기를 잘 돌보는 일이다. 우선은 배고프지 않게 먹여야 하고 춥거나 덥지 않게 하고 기저귀를 잘 갈아주고 포근히 잘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아가도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기에 눈을 마주치고 사랑을 표해야 한다. 그러면 보상이 있다. 해맑게 웃어 준다. 증거로 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아가를 보면서 사진을 찍어 둔다. ‘할배’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고 키워주었단다는..... 이것도 할배가 혼자서 즐기는 짝사랑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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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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