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지 말고 빛이 되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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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지 말고 빛이 되어 살자

icn외 1명
0 개 1,885 김지향

오클랜드에 온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빛과 같은 속도로 지나갔지만, 무지개를 타고 논 기분이다. 첫 한 주는 둘째네 집에서 지냈고, 그 다음 주부터는 동생 집에서 지내고 있다. 동생 혼자 지내는 집이니 두 자매가 오순도순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복 많은 동생을 둔 덕분에 나 또한 복을 함께 누리고 있는 중이다. 내 동생은 원래 타고난 복이 많아서 순조로운 항해를 지속하면서 지냈지만, 나는 늘 늦복을 기다리면서 지냈었다. 그 덕분인지 지금은 둘 다 복이 넘쳐나는 자매로 불린다.


아직 물질적인 면으로 나는 동생의 복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하지만 항상 동생한테 큰소리를 친다. “나중에 내가 큰 부자가 될 거야. 돈을 아주 많이 벌면서 돈도 아주 많이 쓰면서 살 거거든. 그때 너는 무조건 0순위이다.”


믿거나 말거나 헛소리로 듣거나 말거나 나의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내 자신의 늦복을 믿고 있었고, 그 믿음 그대로 늦복이 시작이 되었으니, 허황된 생각만은 아니라고 본다.


내 늦복 중 하나는 친구들이다. 파미에서 사귄 친구들이다. 유학생 엄마들로서 기러기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나처럼 아무것도 없이 맨 땅에 헤딩을 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큰 부자들도 없었다.


오직 자식들 잘 키워 보겠다고, 자신들보다는 좀 더 행복한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이념으로 찾아왔으니, 근면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치와 향유를 즐길만한 곳이라고는 1도 없는 파미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곤 골프장에 가는 일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친구들은 대부분 골프 친구들이다. 나는 골프에 취미도 없었거니와 골프를 즐길만한 처지도 못되었었지만, 동생 덕분에 그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지냈다. 10년 전 그들이 파미를 떠나기 전까지는 가끔 그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 다들 오클랜드로 한국으로 각자 떠나게 되었다. 내 동생 또한 남편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나는 거의 친구 없이 혼자 생활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것이다. 


혼자서도 괜찮았다, 혼자라도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 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10년 동안 혼자 지내면서 산들을 넘으면서 지냈다. 아니 아예 큰 산 속에 묻혀 지냈었을 지도 모른다. 


넘고 넘어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산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았었던 산들. 남섬의 오지를 드라이브하는 것 같은 느낌. 가도 가도 산들만 보이는 길을 달랑거리는 기름으로 속도도 못 내면서 아슬아슬 달렸던 순간.


지난 10여년이 딱 그러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작은 행복에 웃음지어가면서 숨 쉬고 있음에 즐거워하면서 지냈었다. 내 머리를 가슴을 속이면서 지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다 지나갔다. 산들의 행렬을 다 지나고 나서 처음 만난 주유소 앞에서 차가 멈출 듯 덜컹거렸던 그 순간이 생각이 난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만땅으로 기름을 채워 넣고, 새로운 도시를 달렸다.


지금 난 늦복이란 기름을 채운 차를 타고 새로운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곳에는 그 옛날의 친구들이 나를 반기며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다들 예전 모습 그대로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반가웠다. 너무나도 반가웠다. 내가 반가워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반겼다. 안 본 사이에 각자 나름대로 일도 탈도 많았겠지만, 거의 다 툭툭 털고 일어서서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었다. 다들 활기차고 아름다웠다.


오클랜드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너무 기뻤었는데, 오랜 인연까지 만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모두들 서로 아껴가며 나누고 사는 게 가슴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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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간은 파미 친구들과 만나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딸을 보기 위해 방문한 친구 덕분에 모두들 들떠 있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인다. 오클랜드의 명소인 원트리힐도 다녀오고, 시내 구경도 했다. 그 덕분에 고속버스도 타봤다. 날씨 좋은 날 페리를 타고 와이헤케 섬 구경도 다 함께 하기로 했다. 


내일은 세 명의 친구가 파미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8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가는 시간 내내 즐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향과도 같은 파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얼마나 들떠 있을까?


그들의 우정과 의리는 나를 충분히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그런데 그들의 우정 너머에는 물질적인 풍요도 속해 있다.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나눌 수 있을 정도의 물질적인 여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물질이 없으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돈도 사랑이라고 하셨듯이, 가진 게 없으면 나눌 수도 없는 것이다. 


내일 파미로 떠나는 친구들은 남에게 주는 것을 즐겨한다.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유가 있는 것은 항상 나눠 갖는다. 그래서들 복이 많은 것 같다. 나누면 나눌수록 더 많이 들어온다는 것을 그들을 통해 알게 된다.


오늘도 그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언니가 나한테 아주 따스한 기모 레깅스를 두 벌이나 주고 가셨다. 어제 딸이 집에 들고 와서 입어보라고 했단다. 언니한테 조금 작아서 내가 생각이 났었나 보다. 


이번 겨울은 아주 따스하게 보낼 것 같다. 한국에서나 살 수 있는 기모바지 한 벌에 기모레깅스 두 벌까지 생겼으니, 추위에 떨 일은 전혀 없다. 


내 동생한테 항상 큰 부자가 되겠다고 큰소리를 땅땅 쳤었던 나. 그 큰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여기저기 마구마구 베풀면서 살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왠지 요즘 돈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에게 들어오는 물질들이 다 돈으로 산 것들이 아니던가? 누구 돈이든 돈으로 산 물건들이 나에게 오고 있는 것은 돈이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들의 따스한 마음은 빛과도 같다. 그들이 나에게 주는 모든 물질은 빚이 아니라 빛인 것이다. 주는 이의 빛을 그대로 잘 받아서 빛나는 존재가 되어 남에게도 빛이 되어 살기를 소망한다. 못할 것도 없다. 그래! 못할 것도 없지!


빚지지 말고 빛이 되어 살자. 빛처럼 반짝반짝 빛나면서 살자. 아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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