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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235 김지향

4월 9일은 아버지의 49재 날이다. 한국에 갈 수 없는 우리 가족은 그저 향 하나만 켜 각자 정성스레 절을 하면서 하직 인사를 했다. 


우리 가족의 우산이 되어주셨던 아버지가 가시고 나니, 한국에 가도 어디 한 곳 발붙일 곳이 없음을 실감한다. 그래도 한국에 갈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9월 초에 한국에 가서 두 달 정도 있을 계획이다. 임플란트 시술을 시작해 놓았기에, 마저 시술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치과와 도서관 가까이에 방을 얻어 놓고 생활할 계획이다. 두 달 동안 한국 음식이나 실컷 먹으면서 읽고 싶은 책들을 읽으면서 지낼 계획이다. 내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는 꿈이었는데, 몇 달 후면 그 꿈이 이뤄진다. 


생각과 말이 창조하는 현실에 대해 이미 많은 체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순응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생각의 과정이며 결과이며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어떤 일이건 다 감사로 다가온다.


4월 9일 부활절 날 오후에 B&B 손 두 분이 왔다. B&B는 남편의 비즈니스이기에 나는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만, 가끔은 손님들과 함께 담소를 누릴 때가 있다. 그날의 손님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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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또래의 두 여인이 거실에 들어왔다. 소파에 누워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있었던 나는 벌떡 일어나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내 또래의 여인 두 사람이었는데, 보는 순간 친근함을 느꼈다. 그 여인들 또한 내가 편안하고 좋았나 보다. 


마침 친구가 집에서 키우는 피조아를 잔뜩 가지고 우리 집을 왔다 간 뒤였기에, 식탁 위에는 다과상이 곱게 차려져 있는 상태였다. 피조아도 큰 접시에 잔뜩 담겨 있었는데, 한 여인이 나만큼이나 피조아를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반가웠다.


졸지에 그녀들은 초대 받은 손님들이 되어 아름다운 티 포트에 내린 고급티를 예쁜 찻잔에 부어 마시는 호사를 누렸다. 나 역시 새로운 세계의 여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두 여인은 예수님이 부활하여 보낸 선물과도 같았다.


캔터베리에 살고 있다고 했다. 북섬 북쪽 끝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산악지대를 여행하는 도중에 하룻밤 묵으러 우리 집에 온 것이다. 산악자전거 여행을 하는 아름다운 영혼들의 방문에 나는 환호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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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처럼 생각도 건강하고 아름다웠다. 나의 짧은 영어도 그냥 다 알아들었다. 열린 마음으로 뭔들 못 알아듣겠는가?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합창 소리를 들으면서 달려온 여인들 아니던가!


최소한 필요한 짐만을 자전거에 싣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헬멧과 뜨거운 태양을 가릴 수 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달리는 그녀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공중으로 붕붕 뜨고 있었다.


떠나기 전에 키가 크고 마른 여인이 자신의 여행 다이어리를 보여 주었다. 매일 정성스럽게 그린, 수채화 물감으로 색을 덧칠한 펜화는 수준급 이상이었다. 그녀의 그림과 함께 간단히 그날의 여정을 쓴 다이어리는 그녀의 영혼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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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색감과 정서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스치고 지나갈 사람이지만, 나에게 얼마나 큰 꿈과 희망을 전해주었는지 모른다.


몇 년 전에 왼쪽 무릎 바로 위를 양이 들이받아서 다리 관절 바로 윗부분 뼈가 부러지는 큰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1년 동안 왼쪽 다리의 굵기가 오른쪽 다리 굵기의 반밖에 안됐었다고 한다.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재활을 하고 열심히 운동을 하여 지금은 두 다리의 굵기가 똑같아졌으며 생활하고 걷는데 전혀 지장 없을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한다. 인간 승리가 따로 없었다.  


허리가 유난히 약한 우리 자매들이 생각이 났다. 둘째 언니는 젊어서 허리 디스크로 다리를 잘름잘름 절기도 했었다. 그때부터 운동을 열심히 한 언니는 지금 건강을 잘 유지하면서 지낸다. 


젊었을 때, B형 간염에 감염이 되어 항체가 생기지 않아 평생 간염 보균자로 살다 보니, 간경화증을 거쳐 간암 초기까지 진행이 되었지만, 평소 열심히 운동한 보람이 있어 간단한 시술과 더불어 지금 정상인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팔 굽혀 펴기를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잘하니, 화가로서의 자질이 충분하고도 남았다. 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그 어떤 병마가 찾아와도 이겨낼 힘이 있다는 걸 언니와 그녀가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운동이 살 길이라고 운동으로 폐암을 이겨 낸 분이 강연을 하는 동영상을 보았다. 운동하기 싫어하는 나는 108배로 심신을 다지려 했었으나, 이번에 한국에 가는 바람에 중도하차를 해버렸다.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 거 같다.


나는 이제껏 내 버킷리스트를 머릿속에만 저장하고 글로 적어본 적이 없다. 오늘부터 버킷리스트를 생각이 날 때마다 적어야겠다. 될 수 있으면 많이 적고 그 모든 버킷리스트를 매일 들여다봐야겠다.


과연 내 버킷리스트는 몇 개나 될까?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을 거 같다. 언제든 생각이 날 때마다 첨가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즐거움에 빠지리라. 어제 생각한 것이 오늘 이뤄지는 것들도 많다. 요즘엔 특히 더 그러하다.


예전부터 매일 내 생각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었지만, 그걸 눈치 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린 것들이 많을 것이다. 눈 뜨고 걸었지만, 잠자면서 걸은 것과 같았다. 요즘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내게 일어난 일들이 모두 다 내 생각의 결과라는 걸 알 수 있다.


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차려진다. 몸의 근육은 시원찮아도 마음의 근육은 많이 단련이 된 거 같다. 앞으로 마음의 근육만큼 몸의 근육도 단단해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는 걸 즐겨야 하겠다. 


될 수 있으면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자. 


한국에 있을 때, 뉴질랜드 한글학교 협의회 회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 한글학교 말하기 대회를 파미에서 한다고 하면서 심사의원이 되어달라고 했다. 흔쾌히 승낙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 다 가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오클랜드에서 일차적으로 만나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같은 장소에 함께 간 적도 있었고, 생각보다 인연이 깊은 사이였다. 말하기 대회 때 만날 반가운 얼굴들도 많다. 그들 모두와 만나 회포를 풀 생각을 하니, 그 또한 즐거움을 더해 준다. 


이 글이 칼럼으로 나갔을 땐, 이미 말하기 대회는 끝이 났을 것이다. 그리고 내 버킷 리스트 중 몇 개도 지워져 있을 것이다. 다 이룬 포만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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