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어이가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그대 어이가리

0 개 1,183 조기조

내가 안 할 걱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영화 시사회를 한다기에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보았다. ‘그대 어이가리’라는 영화인데 사전 정보 없이 보다가 서서히 이건 내 인생인데 싶다. 누가 피해가겠는가? 한 때 건배사로 인기였던 ‘99 88 234’는 99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을 앓고는 죽자는 염원이었다. 고통 없이 살다 가는 죽음의 복을 소망하는 것이다. 큰 복이겠다.


a2440304f65412dc3d8b2453f9667691_1678737301_043.png
 

노연희씨는 건망증이 있다. 아니 치매 초기다. 노망이라고도 했고 알츠하이머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정확히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제정신으로 살고 싶다. 딸을 결혼시킨 뒤 부부가 조용한 시골에 와서 지내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한 때, 어린 아들을 잃고 힘들어했었지만 그런대로 잘 참고 살아왔다. 재능이 있는 남편이 바깥 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아내와 함께 지내고자 하는 것은 아내의 건강이 걱정돼서다. 여기까지는 참 보기 좋다. 누구나 안 좋은 일은 빨리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잘 안 되는 것 같다. 반면에 무엇인가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도 잘 안 된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숙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대충 듣고 넘기는 버릇 때문에 기억하는 기능이 퇴화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듣거나 관심 있는 것만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다고 기억이 망가질까?


나는 자녀들에게 말했다. 살만큼 산 나이가 되면 아플 때 연명치료는 않겠다고. 병원 말고 집에서 조용히 쉬다 가겠다고 했다. 자녀들에게 간병의 부담은 주고 싶지 않으니 시간제라도 요양보호사나 간병사를 둘 형편은 되면 좋겠다. 제 발로 화장실 가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많이 들어 알고 있다. 그러니 몸을 아끼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운동이지 싶다. 이른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웰 비잉 못지않게 웰 다잉을 생각한다. 죽음이란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불편한 사실이다. 밥을 먹고 살면 다른 욕심은 말고 건강하게는 살다 가고 싶다.


주인공 연희씨는 기억이 이상하다는 것을 안다. 깜빡깜빡 한다는 것을 알고 메모 같은 일기를 적는다. 불편한 진실을 알고 존엄하게 죽는 것을 원한다. 당신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할 때 어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불안한 일이다. 그래서 그때가 되면 안락사를 시켜달라지만 가족들은 쓸데없는 말 말라고, 말도 안 된다고 펄쩍뛴다. 그러나 현실은 고통이다. 벽에 0칠을 할 때 까지 살라고 하지만 당해보면 못할 일이다. 건강은 점점 더 나빠져 간다.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요양병원에 보냈다가 퇴짜를 맞은 연희씨는 중증이다. 끝까지 아내를 집에서 돌보겠다는 남편도 지쳐간다. 거들어 줄 딸은 결혼을 했고 임신을 했다. 왜 금세 먹고 또 먹으려 할까? 냄새나는 빨래와 목욕은 감당한다고 해도 불을 내거나 가출을 하는 것은 힘들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서로 손을 묶고 잔다. 죽일 수는 없으니 죽어주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면제를 먹여서 계속 재워야 할까? 벽에 0칠을 하는 환자는 원쑤다. 의사는 정신병동에 가두라고 조언한다. 이를 어찌할꼬?


‘그대 어이가리’는 일찌감치 제 50회 남부 영화 예술 아카데미 영화제 6관왕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51관왕이 되었다. 특히 제42회 파이브 콘티넨츠 국제영화제에서는 단일 영화 최초로 11개 전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또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사운드 디자인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만큼 ‘그대 어이가리’는 완성도가 높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남편 동혁은 소리꾼 같다. 국내에서는 22년 4월에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제 3월 8일 개봉한다. 오랜만에 피해갈 수 없는 우리들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안락사, 존엄사에 대한 많은 논의를 하게 될 것 같다.


남편은 아내를 정갈하게 고운 한복으로 차려 입히고 휠체어를 밀며 마지막 여행을 한다. 들꽃들이 다투어 핀 어느 호숫가, 아내는 후련했을 것이다. 속이 탁 트이는 너른 호수. 시원한 바람. 기억을 못해도 느꼈을 것이다. 혹시, 이런 곳이라면 죽어도 한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휠체어를 탄 채로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 하다. 물이 깊지 않기를 바랐다. 낭떠러지가 아니어서 안심이다. 진도 씻김굿의 길 닦음 대목을 부르면서 ‘민살풀이춤’을 추는 남편은 애절하기만 하다. 아니 간절했을까? 살기라고는 느끼지 못했다. 우리가 많이도 들어서 아는, 한을 느끼게 하는 우리 소리다. “간다간다 나는 간다. 북망산천 나는 간다~”는 구슬픈 곡 소리에 묻히는 장면 하나. 


맛있게 먹으라고 아내에게 건네준 찹쌀떡. 기도하듯이 온 힘으로 진혼곡을 부르는 남편은 못 들었을 것이다. 찹쌀떡이 목에 걸려 켁켁거리다가 부들부들 떨며 이내 조용해 진 시간은 30초나 될까? 빌어먹을! 인생이 이건 아니잖아. 뜨거운 눈물은 왜 쏟아지는 거야. 안락사를 바라던 아내는 고마워했을까? 찹쌀떡으로 ‘미필적 고의’의 살인을 했다고 말할 사람 누군가요? 이게 남의 일인가요?


a2440304f65412dc3d8b2453f9667691_1678737368_8979.jpg
 

■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6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2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3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5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9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