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전 유튜브로 공부하고 싶어요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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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 유튜브로 공부하고 싶어요 - 1편

0 개 1,556 김준

정비소에서 거의 두 달동안 수리를 받은 자동차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정비소에서 빌려준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보니 제 차가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할 지경에 다다랐습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떨어져있던 절친을 만난듯한 반가움이 무척 컷는데요. 거기에 더해 평소에 쿨럭거리고 골골대던 증상들이 거의 다 사라져서 되돌아왔으니 반가움이 더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즐거움도 잠시.. 


이번엔 에어콘이 작동을 하지 않는겁니다. 이 더운 여름 땡볕에 에어콘이 안 돌아가는 차라니요. 어불성설이고 언어도단입니다. 이건 잘 하면 생존의 문제일수도 있겠다 싶어 다시 되짚어 정비소로 돌아갔습니다. 혹시나 정비 도중에 냉매가스가 새어나갔으면 그 정도야 가볍게 수리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니겠지.. 하며 도착했는데 기사님의 말은 에어콘 압축기가 고장난거 같다고 합니다. 세상에... 두 달만에 다시 만난 차를 몇 시간만에 다시 입고시켜야 할 상황이 된거죠.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정말로 받아들일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수리비용도 차값의 절반에 다 차오르는데다가 손만 댔다 하면 새로운 문제가 튀어나오는 자동차에 조금은 정도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에어콘이 없는 차로 여름을 나기도 그렇고... 결국 자가수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갑자기 웬 쌩뚱맞은 자가수리? 라며 놀랄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젊은시절 나름 자동차 동호회의 1등 정비사였고 실제로 제차의 자잘한 수리는 알아서 했던 경험이 있으니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라는게 정비메뉴얼도 필요하고 그간의 경험도 필요하고 순간순간 위기를 벗어나는 꿀팁도 필요할텐데.. 그건 어쩔까요? 


솔직히 염려가 안되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믿을만한 구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 입니다. 누군가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세상의 모든 전문성은 유튜브에 다 있다구요. 그래서 그 전문성의 보고 유튜브를 믿어보기로 한겁니다.

아직 작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으니 일이 어찔 흘러갈런지 알수는 없지만 ‘A/C compressor issue’ 를 검색하기만 해도 몇 백개의 비디오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적어도 자료가 없어서 정비를 못하지는 않을듯 합니다. 역시 예전 인터넷 검색엔진을 평정했던 야후의 CEO가 했던 말이 틀린말은 아니었던거 같습니다. 


‘인터넷의 활용으로 전 세계인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준전문가의 지식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유명한 예언 말입니다.

 

인터넷은 개인의 삶에 실로 어마어마한 변혁을 일으켰습니다. 당연히 개인의 군집인 사회도 적잖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러잖아도 급격한 정보화로 혼란스러운 세상에 최근 가히 혁명이라 불리울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의 상용화입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선전하며 세계 바둑계에 식은땀을 선사했을 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은 아주 특별한 목적을 위해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기술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전화기에 실린 인공지능이 점점 더 똑똑해지는가 싶더니만 금세 인간의 상반신을 한 로봇에 탑재되어 질문에 답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더니 심지어는 남녀의 모습을 한 두 상반신 로봇들이 서로의 질문에 답을하며 토론을 하기도 했지요. 


물론 그 사이사이에 자잘한 에피소드도 많이 있었습니다. 구글이 제작했던 ‘소피아’라는 인공지능 로봇이 ‘기회가 된다면 인류를 멸망시키겠다’고 말해 난리가 났던 것과 같은.. 그리고 2023년, 현재까지의 인공지능 역사상 가장 발전했다 평가받는 ChatGPT가 등장했습니다. 



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평가해 본 세계의 유수한 학자들과 유명인들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예를들어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이신 조던 피터슨 교수님은 자신의 저서인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이은 후속작을 ChatGPT에게 의뢰했고 인공지능은 불과 3분만에 교수님의 저서에 버금가는 분량의 ‘13가지 인생의 법칙’을 완성했습니다. 고작 3분이라니... 너무나 놀랍고도 한편으론 두려운 이야기입니다만 더 충격적인 사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쓴 글을 읽어보신 교수님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하십니다. ‘이건.. 마치... 아니 확실하게 내가 쓴 글이군요.’ 


그렇습니다. 인공지능은 그 짧은 시간에 교수님의 필력을 파악해 그대로 베껴냈고 그래서 원래 책의 저자조차도 자신의 흔적을 인공지능의 결과물에서 찾아 볼 수가 있었던 겁니다. 이쯤되면 인공지능이 맘만 먹는다면 세상 누구의 흔적이라도 갈취해서 대역을 할 수 있을듯 합니다. 정말로 피터슨 교수님의 표현처럼 ‘선을 넘은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른들의 세계로 표현되는 사회산업의 영역에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아닙니다. 예상하셨듯이 우리 아이들의 학습형태와 자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니 ‘많은 영향’ 정도가 아니라 전적으로 온라인 매체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학습의 편의성을 위한 개선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뉴질랜드의 대부분 대학교에선 ‘Paperless education (종이없는 교육체제)’을 지향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과제가 주어지고 컴퓨터파일에 직접 필기를 해서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더불어 환경 친화적이지만 그 많은 컴퓨터와 태블릿들이 생산되는 과정과 폐기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공해를 유발할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지금은 학습의 편의성에 대해 논하는 자리인만큼 환경적인 폐해는 다른 기회에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제한적인 온라인 통신기술의 활용은 아이들의 학습형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학부모로서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는 아이들이 자신의 스승으로 인터넷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엄마, 나 이제부터 유튜브로 공부할래요!!’


처음 들으시면 놀랍고 당황스러우실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아이들의 설명을 듣고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 시작하실거고 시험삼아 한 두달정도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도록 말미를 주실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몇 개월뒤엔 아이의 말을 들어주길 정말 잘했다면서 쾌재를 부르실 겁니다. 결과가 이렇게 좋을지 몰랐다며 주변에 마구마구 소문을 내실수도 있습니다. 


제가 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의아하게 보실분도 계시겠는데요.. ^^ 김원장이라는 이 사람은 자기 밥줄이 위태해질 소리를 제 입으로 하고있구만.. 하고 말이지요.. 솔직히 그런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세상 누구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는 없는 법이니 때로는 변화에 순응할 방법을 찾는 것이 나을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보아도 이제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교육자료의 질과 양은 전통적인 학교, 학원 교육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우월한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급격한 수준향상이 지난 3년간의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눈치 채셨을수도 있겠지만 이 3년은 코비드 펜데믹 기간과 동일합니다. 학교 대면수업이 어려워진 시간동안 온라인 대체교육 플랫폼이 대거 개발되었고, 멍석이 깔아지자 온 세상 교육사업자들이 떼로 몰려와 판을 벌려놓은 겁니다. 자연적으로 시장경쟁이 발생했으며 그 안에서 시장우위를 획득한 업체들과 개인들은 펜데믹 이후 자신들의 사업영역이 축소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교육자료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몇 년의 변혁기가 지나고 난 2023년 각종 인터넷 교육플랫폼은 넘쳐나는 교육정보로인해 오히려 선택장애를 유발하는 정도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것은 대세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과거로부터 유전해 온 전통적인 학교, 학원 교육을 벗어날 시점이 되었다는 흐름이고 우리가 정작 중요하게 결정할 문제는 학교와 인터넷 중의 선택이 아니라 넘쳐나는 인터넷 자료 중 양질의 것을 선별하는 선택이라는 흐름입니다. 그러나 대세가 그렇다하여 모두가 가는대로 휩쓸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학생의 입장과 능력과 목표에 따라 아주 개별적이고 섬세하게 디자인된 교육과정을 따라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많은 학생들 가운데에는 특별한 재능이나 제한을 지닌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이고, 인터넷 상의 교육자료들이 대부분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가 되겠습니다. 



온라인에 넘쳐나다 못해 어지럽기까지 한 교육 자료들.. 


대면학습보다는 온라인 학습을 더 선호하는 아이들.. 


선생님과의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만남을 바탕으로 학습하기보다는 필요한 때에 몇 번만 도움을 받기 원하는 아이들.. 


자신의 학습량을 스스로 조절할수 있는 온라인 교육의 편의성.. 


같은 과목 같은 내용이라도 내 맘에 드는 선생님의 수업을 비디오로 보며 공부할 수 있는 학습 플랫폼..  


이 모든 상황과 흐름을 바탕으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은 무엇일까.. 깊이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분들의 견해는 되도록 지양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되풀이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러잖아도 세상 복잡한데 말입니다. 아! 하지만 전문가 한 분의 조언은 수렴을 했는데 그게 누구신지는 컬럼의 끝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생각해 볼 문제는 인터넷상의 자료들이 가진 가치입니다. 작금의 인터넷 교육자료들이 얼마나 정확하고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먼저 확인해봐야 합니다. 거두절미하고 엄청난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저야 오로지 과학과목을 중심으로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만 아마 전과목에 걸쳐 이러한 가치는 거의 동일하리라 여겨집니다. 과학 세과목을 중심으로 본다면 생물이 가장 효과적이고 물리, 화학순으로 ‘학습기여도’가 낮아진다고 봅니다. 


여기서 학습기여도라는 것은 인터넷 자료를 통해 공부한 내용이 최종적인 성적향상에, 다시말해 시험점수에 어느 정도나 기여하는지를 파악한 수준을 의미합니다. 정확하게 %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자료나 비디오의 내용과 그에 연관된 시험문제를 비교해보면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기여도의 편차는 학생이 마주할 시험문제의 형식이 상대적으로 간단한 암기내용의 테스트인가, 아니면 단편적인 지식을 취합해서 하나의 인과관계를 만들어 내는 종합사고력의 테스트인가에 따라 발생한다고 생각됩니다. 생물과목은 주로 화학지식을 바탕으로 한 생명작용의 이해, 환경관련 현상의 이해와 통계적 접근 그리고 매우 많은 용어의 이해와 암기로 구성됩니다. 그렇다보니 읽고 듣고 배운내용을 그대로 시험지에 옮겨적으면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 자료의 학습기여도가 높을수 있습니다. 물리는 약간 의외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실 고등학생이 배우는 물리는 기초과정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다루고 있는 자연현상들이 특정한 영역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각각의 챕터들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서로간에 중요한 상관관계가 없는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전자기학’과 ‘에너지역학’이 별 관계가 없고 ‘고전역학’과 ‘파동’의 관계가 그리 밀접하지 않습니다. 물론 더 높은 수준에서는 이들의 연계가 분명히 드러나지만 고등학교 과정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단편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짤막한 자료와 동영상들이 문제풀이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학의 경우는 조금 양상이 다릅니다. 비록 고등학교 과정 화학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긴 하지만 화학문제들은 좀 더 포괄적이고 상호연계적인 문제로 구성됩니다. 


뉴질랜드의 교육과정 중엔 NCEA가 가장 지협적인 성향을 보이고 캠브리지가 하나의 문제에 가장 넓은 범위의 내용을 포함합니다. 때로는 4개 이상의 챕터에서 개념을 추출해 서로 엮어서 문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대개 15분 정도로 구성된 학습비디오로는 수없이 많은 개념간의 연결고리를 다 설명 할 수가 없습니다. 단지 기출시험문제를 설명하면서 언급할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학습비디오보다는 고전적인 학습법이 더 적합한 과목이라 말할수 있겠습니다. 


이런식으로 생각해보면 유튜브 비디오를 포함한 인터넷의 교육자료들은 생물, 물리, 화학의 순으로 성적기여도가 높으며 내용 구성이 단편적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학생이 각 과목의 전체적인 흐름을 숙지하고 있다면 매우 효과적으로 학습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과학교육에 이렇한 자료들이 가지는 매우 중요한 장점이 또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간접적으로 실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학교 교육에서도 좀 위험하거나 강의 중간에 진행되어야 하는 실험의 경우는 Demonstration이라고 해서 선생님이 앞에서 보여주시는 걸로 대체하곤 합니다. 그러니 유튜브 비디오로 실험의 세팅과 진행과 결과를 원할 때마다 접할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라 아니할수 없겠습니다. 


1편에 이어 다음편에는 인터넷자료로 공부할 때의 장단점과 유의사항, 우량한 자료를 선별해내는 방법, 고전적인 학습과 인터넷 학습을 상호보완하는 방법에 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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