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민족/국민주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인터넷과 민족/국민주의

0 개 710 명사칼럼

저는 인터넷을 1997년부터 정기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1990년대 중반, 박사 학위 논문 자료를 수집했을 때에는, 인터넷 사용법을 아직 몰라서 가야사 관련의 일체 논문들을 국립 중앙 도서관에서 하나 하나 일일이 찾아내서 제 손으로 복사하는 등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던 것이죠. 요즘 같아서는, 2-3시간 내에 데이타베이스에서 다 내려 받아 챙길 수 있는데, 그 때 논문 자료 수집은 5개월 걸렸습니다. 인터넷이 삶을 바꾼 많은 사례 중의 하나죠. 


06dfbc8ed538c44a24684554c41c3f9c_1676427609_1484.png
 

​인터넷의 어린 시절이라고 할 1990년대를 생각해보면, 그 때만 해도 인터넷을 “세계화” 담론과 대개 결부지어 논했던 것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네티즌”, “누리꾼”들에게는 어떤 “세계성”, “탈영토성” 등을 기대했던 것이고, 그걸 그 당시에 유행했던 “유목” 담론과 또 연결시키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새 세대가 특정 국가나 민족에 속하지 않는, 각종의 경계선들을 자유자재로 월경할 수 있는 “보편인”이 될 것을,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이건 “탈민족”, “탈국가” 등과 궤를 같이 하는 걸로 이해되며, 종합적으로 “탈근대”로 개념화되곤 했습니다. “국경 없는 인터넷”은 그 “탈근대”의 상징 그 자체이었죠. 


러시아라는 초대형 근대 국가가 그 이웃나라에 대해 18세기나 19세기에 있었을 법한 “영토적 침략”을 벌이고, 그 이웃나라에서는 전형적인 “애국적 국민 동원”이 이루어지고, 서방의 국민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들을 최소화하면서 그 이웃나라를 지원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그 “탈근대”에 관한 그 당시의 기대들은 그야말로 “春夢”, 아름답지만 아무런 현실성이 없었던 일개의 “꿈”으로 느껴집니다. 1990년대 대기업 위주의 세계화 와중에서 좀 다르게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는 자본주의적, 국가적 “근대”를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저처럼 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타고, 제3의 곳에서 일하는 자의 내지 타의의 “월경인”들은 물론 존재하지만 예외적 경우에 속합니다. 우리 동시대인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국민”들이고 네이션, 국가에 대한 비교적 확고한 소속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그 의식을 강화시킬 뿐이죠. 


일단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진 않죠. 한국 네티즘은 원칙상 국내에서 북한 사이트를 접근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아예 다수의 네티즌들이 국내망인 광명망만을 접속할 수 있으며, 중국에서는 상당수의 외국 사이트와 SNS 등이 차단돼 있습니다. 러시아도 페북을 접근 차단시키며, 요즘 유튜브 접근 차단 등을 논의하는 중입니다. 서방에서는 중-러-북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지만 예컨대 페북에서 공유하려 하면, “이 사이트는 .....의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꼬리표가 붙을 겁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신뢰하지 말란 이야기죠. 반대로 CNN이나 BBC 기사를 공유하면 아무런 꼬리표가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신뢰해도 된단 무언의 표시인 셈이죠. 그러니 인터넷이 전혀 영토성이나 국경이 없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미 가상 공간도 다 영토화돼 있죠. 



그 영토화는, 그 이용 패턴들이 국적별로 다르다는 것에서 나타납니다. 한국 네티즌이 네이버 같은 국내 포탈이나 카카오, 아니면 페북의 한글 내용 위주로 온라인 생활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중국이나 러시아 네티즌 중에서는 페북 이용자들은 극소수 (주로 재외 체류자)입니다. 중국인이라면 微信, 그리고 https://us.weibo.com/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가 하면, 러시아인들은 vk.com이나 ok.ru로 갈 겁니다. 그러니 페북 등 서방 SNS을 중심으로 해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판하는 여론의 폭풍이 일어나도, 서방 SNS 자체에 노출되어 있지도 않은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vk.com이나 ok.ru의 내용이야 당국의 “관리”를 계속 받는 것이지요. SNS 아닌, 일반 뉴스 포탈로도, 대개의 러시아인들이 dzen.ru 처럼 당국의 촘촘한 통제를 받는, 한데 이와 동시에 러시아 국내 사용자들의 구미에 최적화돼 있는 포탈로 가는 것이지, news.google.com으로 가지 않습니다. “국내인 구미에 최적화돼 있는”가의 여부 이외에 중요한 부분은 “언어”가 차지합니다. 러시아의 인구 중에서 영어 능통자들은 약 5%에 불과합니다. 한데 러시아보다 훨씬 더 미국 언어나 문화에 노출돼 있는 한국이라 해도, 별 불편없이 영문 등 해외 포탈이나 SNS 등을 한글이 아닌 영어 등 외국어로 할 수 있는 인구는 과연 전체의 10%를 넘을 수 있을까요? 결국 “언어”야말로 인터넷에 새겨진 가장 넘기 힘든 “국경”으로 기능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 인터넷이란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네이션, 내지 국민에의 소속 의식을 차라리 강화시키면 강화시키지,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말기의 위기가 깊어질수록 각종의 퇴영적인 군사적 애국주의, 국민주의 등등이 계속 더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인터넷은 오히려 그 애국주의의 만연을 더 도와주고 있을 겁니다. 인터넷 이상으로 더 큰 문제는, 민족/국민주의를 상대화시킬 수 있는 “계급” 담론이 너무나 약화됐다는 사실이죠. 사실 단순한 “매체”인 인터넷보다는 이 사실이야말로 제일 큰 문제입니다....


06dfbc8ed538c44a24684554c41c3f9c_1676427645_1027.png
 

■ 박 노자


오슬로대학교수, 한국학자, 칼럼니스트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 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 으로 주목받았으며,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전환의 시대』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러시아 혁명사 강의』 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다

댓글 0 | 조회 375 | 2일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맨발걷기에 좋은 계절인 4-5월을 맞아 전국 …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48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306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560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521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617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31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99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47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39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36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70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42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18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511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87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96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52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46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226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83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78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55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44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21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