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꿍은 하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까꿍은 하고

0 개 652 조기조

1월 30일,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거나 말거나 웬 참견이냐고 하는 말이 있는데 국가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고 마스크를 안 쓰고는 나다닐 수 없는 세월을 오래도록 보냈다. 불가피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 부작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한 겨울이라 마스크를 쓰면 방한 효과도 있지만 한 여름에 마스크를 쓰면 더워서 정말 힘들었다. 대중교통이나 병원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안 써도 좋다는 것이니 이제 마스크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모두가 다 좋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지난 구정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떠났다. 조상님께 모시는 차례는 간소화라는 이름으로 정말 간소해졌고 성균관에서도 차례(茶禮)는 말 그대로 차 한 잔 올리면 되는 것이라 하니 차례 때문에 못 떠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쉽게 되었다. 요즈음은 따끈한 커피를 올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녹차나 커피나 숭늉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사람들은 짧은 연휴라 가까운 이웃 나라를 많이 찾았다. 듣자하니 일본에는 한국 사람들로 밀려다닌다는 것이다. 일본에 왔는데 보이고 들리는 것이 한국사람, 한국말이니 휴가가 제대로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일본식 건물, 일본 음식, 일본의 자연은 즐겼으리라.


몇 년 전에 태국을 여행하면서 시내에 있는 어느 절을 둘러보았다. 밀랍으로 만들었는지 무얼로 만들었는지 오래전에 입적하신 큰 스님들의 인형이 살아 계신 것만 같아 눈을 마주치고는 흠칫 놀랐다. 살고 죽는 것이 무엇일까? 나이가 지긋하게 들어가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기둥에 있는 숫자판을 보고 나자빠질 뻔 했다. 당신에게 남은 날짜이다. 인생을 70년으로 보고 지금 나이를 찾아보면 그 옆에 남은 날짜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조견표(早見表)하고 한다. 69세는 기껏해야 1년인 365일이 남은 것이다.


물론 70을 넘어 사는 사람들이 많다. 태국에서는 오래 살아야 70이었던 오래전의 통계로 만든 표였을 것이다. 80, 90을 산다고 치자. 살아도 건강하게 살아야 할 것이 아니던가? 제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 축복 아니던가. 그것만으로도 즐기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더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제 발로, 제 정신에, 제 지갑으로 산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여력이 있으면 베풀고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후회 없는 마무리가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이다.


31ac25fe44076f131dff7376dabb344a_1676405286_7394.png
 

친구들 보다는 많이 늦게 외손녀가 태어났다. 주말이면 손녀를 본다. 이제 200일 정도 되었으니 겨우 옹알이를 하는 수준이나 눈을 마주치며 웃는 모습에 내가 웃을 일이 생겼다. 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느냐고 하더니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금세 내리고 눈을 마주치며 ‘까꿍’을 한다. 웃는다. 눈 맞춤이란 놀라운 것이다. 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이 눈알, 즉 시선인 것이다. 얼이 드나드는 길인 동굴(洞窟)을 얼굴이라 하더니만 시선을 마주쳐야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면 무언가 감추고 회피하는 것이 틀림없다. 당당하다면 무엇이 두려워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는가?


갓난아이는 무엇이건 잡으면 입으로 가져간다. 먹고살아야 하기에 본능적인 행동일 것이다. 젖병을 빨아먹는 것이 신기하고 불편하면 울음으로 표현을 한다. 위험이나 공포를 잘 모르니 부럽기는 하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도리도리’를 한다. 내가 해 보니 어지럽다. 도리도리를 할 일이 없지 않은가?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의 기억은 없으니 동생이나 조카들을 보며 도리도리와 까꿍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져서 까꿍을 찾아보았다. ‘도리도리, 짝짜꿍, 건지곤지, 잼잼’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 ‘단동10훈(檀童十訓)’에 있다. 단동10훈은 ‘단동치기 십계훈(檀童治基 十戒訓)’의 줄임말로 ‘단군 자손인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가르침’이란 뜻이란다. 놀랍다. 읽어보니 과학과 철학이 어우러져 있다. 수천년 전에 어찌 그런 위대한 가르침을 알았을까? 그런데 까꿍은 여기에 없다.



어떤 사람이 단동10훈의 세 번째가 도리도리(道理道理)인데 도리를 알자는 것이고 이는 도리도리 까꿍(각궁; 覺窮)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까꿍”은 “각궁”에서 유래되었으리라는 유추를 하는 것이다. 각(覺)은 깨닫다(오; 寤), 깨우치다, 곧다(직; 直)의 의미이고 궁(窮)은 다하다(극; 極), 마치다(경; 竟), 궁구하다(구; 究)는 뜻으로, 어떤 과정의 마지막이나 끝의 경지를 깨닫거나 깨우침을 말한단다. 사람이 태어나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이라고 할 때, 부모가 그러한 소망을 담아 그 뜻을 아기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라 하니 단연 배달의 자손인 우리가 자랑스럽다. 늦게라도 알았으니 까꿍은 하고 떠난다면 좋겠다. 아가야 까꿍하자!


아가가 잠들고 조용한 밤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것도 시가 될는지요?


제목: 까꾸웅


까꿍을 한다. 

까꿍하며 숨으시곤 아직 안 보이신다. 

우리 어머니. 

나는 하염없이 기다리네. 

나도 까꿍을 한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손바닥을 내리며 까꾸웅. 

환하게 웃는 한 살 짜리 손녀. 

언젠가는 나도 그러겠지요. 

까꿍해 놓고는.


31ac25fe44076f131dff7376dabb344a_1676405253_4056.jpg
 

■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다

댓글 0 | 조회 375 | 2일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맨발걷기에 좋은 계절인 4-5월을 맞아 전국 …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48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306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559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521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617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31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98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46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39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36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70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42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18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511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87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96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52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46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226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83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78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55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44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21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