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파륜(破倫)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지적 파륜(破倫)

0 개 679 명사칼럼

문명은 전체가 다 지적(知的) 산물이다. 문명의 모든 것은, 심지어 예술까지 의도를 가지고 하는 생각의 결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적이라는 말은 감각, 관습, 감정, 습관, 집단 등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숙고에 따르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삶의 높이와 효과가 모두 지적인지의 여부로 결정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숙고하는 일에서 더 큰 효과를 내게 하는 장치로 인간은 ‘논리’를 개발했다. 논리를 따라야 숙고의 효과가 보장된다. 논리를 ‘생각의 규칙’ 혹은 ‘말의 질서’라고 해도 된다. 당연히 논리는 인간이 더 나은 인간이 되느냐 되지 못하느냐를 결정한다. 오죽하면, 인간이 생각의 규칙을 어겼을 때, ‘염치’를 느끼도록 진화했을까. 염치가 인간을 인간으로 살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장치로 언급되는 것도 다 지적인 삶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생각의 규칙을 깨는 염치없는 행위를 ‘파륜’(破倫)이라 한다. 논리가 사람을 윤리적으로 살도록 지킨다.


파륜, 생각규칙 깨는 염치없는 행위

국민을 월북으로 몰았다 분개하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 회피하면 파륜

그 반대도 파륜, 생각규칙 회복해야


‘파륜’, 즉 논리를 깨면, 개인이나 나라나 다 흔들리고 혼란스러우며 효율성이 없다. 효율성이 없으면, 다음을 향해 건너갈 힘을 내지 못한다. 대한민국이 도약하지 못하고 몸을 앞뒤로 흔들고만 있는 이유다. 우리는 지금 정치 혼란이 점점 가중되는 시절을 보내고 있는데, 이는 파륜의 요소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어서이다. 근본적이고 대표적인 몇 개만 보자.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것이 있었다. 북한을 그들의 사정에 따라 이해하자는 것이다. 소위 비판적 지식인들은 김일성에게만 내재적 접근법을 적용하여 미화하고, 박정희에게는 인권, 민주 등 인류 보편의 가치 기준을 적용하여 비판한다. 논리의 기본 가치는 어디에나 적용하는 보편성을 핵심 미덕으로 한다. 논리를 파괴하여 선택적으로 적용하면서도 정의로운 지식인을 자처하였다. 파륜(破倫)의 선택적 정의로는 정치 공학적인 소비만 가능할 뿐, 사회를 정의롭게 진보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파륜의 활동에 빠졌던 사람들이 우리나라 권력 중심부를 차지하기도 했다. 우리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도롱뇽의 생존 환경이 파괴될 것을 우려하여 고속전철 공사까지 막았던 환경운동가들은 새만금이나 수백 년 된 숲을 태양광 패널로 뒤덮어도 말 한마디가 없다. 환경운동도 정권에 따라 논리를 파괴하며 목소리를 달리한다. 결국은 환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을 지키는 수준이었을 뿐이다. ‘환경’의 논리성을 지키지 못하고, 권력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파륜’이다. 반독재 투쟁을 했던 사람들이 북한의 독재에는 그들의 방식이라며 열광한다. ‘반독재 투쟁’이 논리적인 맥락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을 보았을 때, 사실은 반독재 투쟁이 아니었고, 박정희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주류세력에 대한 반대 투쟁이었을 뿐이다. ‘파륜’하느라 독재나 반독재에 대한 지적 인식이 철저하게 배양될 수 없었기 때문에 본인들이 권력을 잡자마자 팬덤을 기반으로 ‘의법 독재’를 행한다. ‘검수완박’이니 공수처니 하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독재적 발상인지를 알기에는 지성이 너무 굳고 얇아져 버렸다. 


d275c1182e57fcd48312edae728a242f_1669064105_8188.png 

▲ 국가정보원이 창설 60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원훈(院訓)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원훈석의 글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신영복체’인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사진 국정원]


민주화 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사는 사람들도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민주적 감수성을 키우지는 못했다. 민주적 감수성을 키우지 못하면 남는 것은 권력욕밖에 없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민주적 감수성을 키우지 못한 이유는 그들에게 ‘민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가 없으니 민주를 논리적으로 지탱하는 힘이 있을 리 만무하다. 결과적으로 볼 때, 1980년대에 들어와 ‘민주’는 그저 간판이었을 뿐, 북한의 논리를 따라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권력 투쟁만 있었을 뿐이다. 종내에는 5·18 왜곡 특별법이 왜 반민주적인지를 알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파륜의 화룡점정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원훈석을 그 기관에서 잡은 반국가사범의 필체로 바꾼 일이다. 우리는 이런 ‘파륜’의 대통령을 가질 정도로 취약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치가 생각하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매우 척박한 토양에 있어서 ‘파륜’적 행위라도, 그것을 정상 정치의 다른 한쪽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민주, 환경, 반독재, 통일, 평화, 다 좋다. 다만, 이제는 알자. 논리적으로 지탱될 때만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논리성으로 지탱되지 않으면, 다 헛것이라는 것을. 이태원 참사의 핵심은 국가가 세금 내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논리 개념은 ‘국가의 국민 보호’이다. 피격된 우리 국민을 월북으로 몰았다는 의심에 대해서만 분개하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회피하려고 한다면, 이는 ‘파륜’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만 분개하고, 피격된 우리 국민을 월북으로 몰았다는 의심에 대해서는 회피하려고 한다면, 이도 ‘파륜’이다. 우선 생각의 규칙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깨지면, 염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의 규칙을 깨고도 염치가 느껴지지 않으면, 알아채야 한다. 자신이 사람 되는 길에서 방향을 잃었음을.


- 출처: <중앙일보>


d275c1182e57fcd48312edae728a242f_1669064159_8257.png
 

■ 최 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새말새몸짓 이사장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07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78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451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77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84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06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85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07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22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8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42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31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07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6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2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75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3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25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99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2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5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35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6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10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8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