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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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4 3,520 왕하지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도 있어 다음에 가자고 했는데 혼자 간다고 한다. 혼자? 파트너인 키위 할머니도 있던데 같이 가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조각가가 배낚시를 가자고 하여 갔는데 조각가의 파트너도 와 있었다. 화장실도 없는 배에 여자랑 같이 낚시를 간다는 것은 정말 난감한 일이다. 나는 특히나 소변을 자주 보는데 술을 마시면 더더욱 그렇고 정말 끔찍한 고생을 했다. 그 뒤로 나는 지인들이 보트를 사려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중고를 사더라도 화장실 있는 배를 사라고, 없으면 만드는데 천 달러 정도래, 싸잖아,”

온종일 비가 주룩 주룩 내렸다. 낚시를 안 가길 잘했지, 엄마참새가 날아왔다. 내 무르팍에 빵조각을 하나 올려놓으면 얼른 날아와 물고 발밑으로 내려가 맛있게 먹는다. 새끼들은 다 분가 시켰는지 요즘은 혼자 와서 배가 빵빵하도록 먹고 날아간다. 다른 참새들은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멀리서 부러운 눈초리로 힐끔 힐끔 바라만 본다. 불쌍해서 빵조각을 던져주면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고 모두 도망가 버린다. 쯧쯔, 저런 바보참새들,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먹는 것은 걱정 없을 텐데... 비는 주룩주룩 내리지, 새끼들은 배고프다고 짹짹거리지, 온종일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온몸이 비에 흠뻑 젖었으니 부모참새들은 꼴이 말이 아니다. 용기도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캄보디아에서 이민 와서 빵집을 하는 해인은 키위 할아버지를 잘 사귀어 유산까지 물려받는다고 한다.

기계 엔지니어 출신인 엘렌은 해인의 빵집에 기계가 고장 나면 고쳐주는데 몇 시간씩이나 고쳐도 수리비는 고작 10달러만 받는다고 한다. 지난번 우리도 임대 준 집을 고칠 때 은퇴한 노인을 시켜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었다. 노인연금을 받고 사니 많은 돈은 필요도 없고 소일거리가 생겨 심심하지도 않고 서로 좋은 것이다. 엘렌은 그야말로 해인의 든든한 친구인 셈이다. 팔순이 가까운 엘렌은 젊은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려서 좋고 또한 해인의 아들하고 배낚시를 자주 가니 온 가족이 친구인 것이다.

해인이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우리가족을 초대하였다. 양 한 마리와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바비큐를 한다는 것이다. 해인의 집에 가보니 이웃들과 친구들을 초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국의 잔치 집 같았다. 솜씨가 좋은 엘렌이 고기를 맛있게 구웠다. 빵집의 팔고 남는 빵들을 가져가는 목장에서 양과 돼지도 싸게 주었다고 한다. 몇 백 달러로 이렇게 푸짐하고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잔치를 할 수 있다니 해인이 기특하기도 하고 배가 빵빵해진 사람들도 흐뭇해 했다.

엘렌은 마치 집주인처럼 사람들에게 술과 고기를 권하면서 부산하게 움직이다가 많은 사람 앞에서 해인에게 물려줄 유산을 공표하겠다고 말하였다.

“내가 아직은 팔팔하지만 언젠가 갈 때가 되면 내 보트는 해인의 아들에게 물려준다.”

우와~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이건 오래전에 2000달러 주고 한 건데 해인에게 물려준다.”

엘렌은 입을 크게 벌리더니 위아래 틀니 2개를 뽑아들고 두루 보여주었다. 그러자 키위 노인들이 함성을 질렀다. 어떤 노인은 자기가 먼저 필요하니 사용한 후 주면 안 되겠냐고 묻자 해인이 노~~라고 소리를 질렀다. 해인은 키위할아버지 하나 제대로 사귀어 귀한 것을 물려받게 되어 엄청 기쁜지 얼굴이 불거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파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엘렌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데 집에 들어오라고 하였다. 할아버지 혼자 사는 집이 잘 정돈 되어 있고 구석구석 모두 깨끗했다. 해인은 연못이며 정원 열매들을 보여주고 주방으로 오라더니 담아놓은 과일주를 이것저것 한잔씩 맛을 보라고 하였다. 입에 짝 달라붙는 게 맛이 기가 막혔다. 나는 엘렌에게 과일주를 많이 담아 쟁여놓으라고 하였다. 혹시, 갈 때가 되면 나에게 물려주면 된다고 했더니 엘렌은 너무 기뻐하면서 오케이~라고 말했다.

아, 나도 유산을 물려받게 생겼어, 과일주라는 달콤한 유산을...
elle
할아버지 하나 라구요????? 한 분이 아니구요?
개굴개굴
하지님 글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위 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그림을 팔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서 한 의견을 드립니다.
www.ebay.com라는 세계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가셔서 art로 검색하시면 많은 그림들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가격이 높고 bid(구입희망자)가 가장 많은 그림들을 많이 눈여겨 보시면, 사람들이 어떤 그림을 선호하는지 아시게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그림 많이 그리셔서 번창하시기 바랍니다.
왕하지
elle님 말씀대로 요즘은 참새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할아버지 한분 사귀면 빵 얻어먹고 좋단다."

개굴개굴님 의견 너무 감사합니다.
ebay에 들어가서 그림 선호도를 자세히 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hey
하지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 하세요.
그런데 왜 다음글이 안 올라오나요? 휴가 가셨나요?
아뭏든 올해도 하지님 가정에 사랑과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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