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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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영감

0 개 1,667 오클랜드 문학회

시인 고은


철새 댕기 물새 가지에 앉는다

새도 남이 아니라고 말하는 영감

비록 옷소매 땟국은 잘잘 흐를지라도

노여울 때도 씁스레 그냥 넘긴다

제 아들

깻묵같은 아들 둘 잃고 나서

하나는 호열자로

하나는 물에 빠져 죽어서

이 세상 살 생각 통 없다가

한 숨도 못 쉬다가

마흔 살 넘어

여남은 살 쯤 되는 아이

조실부모 아이

이놈 저놈 수양아들로 삼았다

집에 두기도 하고

다 친자식 만들어 사정 따라 떠나보내기도 하고

추석 무렵 다가오면

햇대추 후려쳐 한 됫박씩 손수 가져다 주는 영감

동네사람들 괜히 비아냥거리기를

웬놈의 수양아들 그리들 많이 두노

그러나 그 영감 차락차락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람이 귀한 줄 알면 다 자식같고 다 부모같지 않은가

그 영감 중뜸 비알밭 콩밭두렁 풀 깍다가

산등성이 쭈뼛이 오르는 바람에

일제히 뒤집어진 하얀 콩잎 돌아보더니

참 내일이 그 놈 생일이지

이따가 중병아리 한 놈

구럭에 넣고 다녀와야지

크는 놈이라 속이 허하면 안되지 안되구말구

 

                                      - <만인보> 1권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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