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굄대

0 개 635 수필기행

■ 최 현숙 


군불 지핀 방안이 후끈하다. 퀴퀴한 냄새가 훈기를 더하는 아랫목에 두레상이 놓여 있다. 갓 지은 햅쌀밥에 김장김치와 청국장. 농사철이면 동동걸음을 쳐도 겨울이면 여유로운 그이 덕에 나는 가끔 이런 호사를 한다.


빈 그릇만 남은 밥상에 기분이 좋았던가. 상을 물리던 그이가 새해에도 된장 맛이 좋을 거라며 윗목에 자리 잡은 메주를 가리켰다. 그 손길을 따르던 내 눈이 어느 순간 놀라움으로 멈췄다. 곰팡이가 꽃처럼 피어있는 메주를 달고 선 긴 나무틀, 그것을 기울지 않게 받치고 있는 것은 거듭 보아도 글 친구 넷이서 쓴 우리 수필집이었다. 놀란 마음을 숨기며 시선을 돌려봐도 속에서는 쿵쿵 천둥소리가 났다.


그이와는 농장이웃으로 만났다. 농사초보인 우리는 알짜농부인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았다. 농장도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고 서로를 추어가며 십여 년을 가까이 지냈다. 농사 외에는 딴전 필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을 준 것은 그들 부부 얘기가 거기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는 갈 때마다 책에 눈이 갔고 볼 때마다 좋았다. 두툼한 족보 몇 권이 전부인 키 낮은 책꽂이에서 우리 책은 겨울옷만 입던 사람이 새로 산 봄옷을 걸친 듯 화사해보였다. 그렇게 폼 나는 자태로 기쁨을 주던 책이 엉뚱한 곳에 짓눌려 있는 것이다.


슬며시 책꽂이를 훔쳐보았다.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잠깐 서운했지만 화나지는 않았다. 원망의 마음도 없었다. 책을 의식했다면 밥 먹자 부르지도 않았을 무구한 사람 아닌가. 어쩌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그랬다면 책 주인에게 미안할 까닭도 없이 메주 틀의 균형을 잡아줄 맞춤한 책이 그저 반가웠을 것이다. 아침저녁 군불 지필 때 불쏘시개로 재가 되었다 해도 몰랐을 일이다. 뜨거운 냄비를 받치다가 태워버렸다 한들 알았겠는가. 몇 해가 지난 책을 보관하고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 여기며 놀란 속을 가라앉혔다.


오래전 어느 강좌에서였다. 강사인 시인이 자신의 책이 냄비받침으로라도 쓰였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그 말은 공감하는 쪽과 분개하는 부류로 나뉘었는데 나는 분노하는 의견에 화를 보탰다. 그런데 배달되어 오는 책을 포장지도 뜯지 않고 쟁여놓는다는 작가들의 고충을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인들 읽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무엇으로든 쓰인다는 것은 관심 밖에서 정물로 놓여 있던 책이 새로 생명을 찾는 일이 아닐까. 잊히는 것보다는 요긴하게 사용되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 책이 그러기를 바란 적도 없다. 그러니 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은 것에 서운해 할 일은 아니다. 거기에 새로 맡은 일의 무게가 어디 냄비받침에 비할 것인가. 한 끼 찌개 냄비를 받치는 일이 한 해 식탁을 책임지는 메주의 위상을 넘볼 수는 없는 일이다. 작은 몸피로 큰일을 감당하는 야무진 자태에 서운하던 마음도, 짧은 순간 널뛰듯 오르내린 유치한 속내도 차츰 누그러졌다. 읽히는 책과 받침대가 되어주는 책, 어느 쪽이든 누군가의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책이 많았다. 책장이나 책상 위 방바닥에까지 널려있었다. 그것은 익숙한 풍경이었을 뿐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리 집에 오는 책들은 가엾기도 하지.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할머니는 펼치지 않은 책들을 볼 때마다 넋두리 하셨다. 그러나 책에 묻혀 살지는 않았다 해도 그 언저리에서 자라온 덕에 여러 형제가 작으나마 제 몫을 하고 사는 게 아닐까. 할머니 눈에 들 만큼은 아니었어도 그것이 마음의 틀을 잡아준 굄대였다는 걸 이제 알겠다. 메주 틀을 받쳐 장맛을 달게 할 우리 책처럼.


그이는 해마다 메주를 쑨다. 내년에도 훈훈한 방에 메주를 띄우고 기분 좋은 날 전화를 걸어올 게다. 그때도 메주 틀을 받치고 있는 우리 책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도 누군가에게 굄대가 되어보렴. 큰 무게에 눌려 있는 책이 은근히 부추기는 것 같다.


■ 최 현숙 


750498fc9d63d35baa05e147722a9c8f_1663106825_6429.jpg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16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86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488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89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92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18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87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20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27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9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53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33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09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9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3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83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5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33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205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5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70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42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32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14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91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