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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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파미

0 개 998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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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을 어찌 보냈는지 기억도 없는데 6월이 한 주를 훌쩍 넘어버려 열흘이라는 시간을 삼켜버렸다. 


어제부터 무섭게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과 번개까지 동원이 되어 한껏 겁을 주고 있는 하늘이지만, 나는 그런 변덕스러운 하늘이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비가 오기 전 이틀 동안 아주 즐거운 산책의 시간을 보내면서 처음 파미에 도착했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파미의 공원과 강변 그리고 라군을 걸으면서 천혜의 자연 속에 위치한 파미에 대한 경외감에 흠뻑 빠져 있었다.


개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여자와 남자들, 두 손을 꼭 붙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노부부들,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휙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어느 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중 가장 신기했었던 것은 하늘이었다. 낮고 둥근 하늘이 얼마나 변화무쌍하던지, 구름의 속도는 왜 그렇게 빠른지, 모든 것이 느린 곳에서 하늘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심술 또한 대단했다. 


심술만큼 선물도 잔뜩 안겨 주었다. 매일 보는 무지개, 동쪽 하늘과 서쪽 하늘에 동시에 떠 있는 둥근 달과 해, 낮달, 노을.......등. 하늘을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았던 나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모른다.


아직도 나는 하늘에 감탄을 하면서 살고 있다. 마나와투 강변을 거닐 때도 연신 내 눈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눈부신 겨울 햇볕을 온 몸에 받으면서 강물 흐르는 소리와 새소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년을 넘게 파미에 살았는데도 자연의 소리는 늘 새롭게 다가온다. 며칠 전의 산책에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자연의 소리에 행복이 저절로 일어났다. 자연의 노랫소리는 언제 들어도 신선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지만, 요즘엔 음악을 잘 틀어놓지 않고 지낸다. 정적이 주는 평온함이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이건 나에게 있어서 커다란 변화이다. 음악 없이 무슨 재미로 살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음악 듣기를 좋아했었던 내가 정적에 귀 기울이면서 살게 될 줄이야.


파미에 처음 와서 파미가 푸근하게 느껴졌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음악 덕분이었다. 시내 거리를 걷다가 커피 향기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내가 2~30년 전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한국에 유행했던 팝송들이 방송을 타고 들려오고, 하물며 프라이머리스쿨에 다니고 있는 막내가 음악시간에 배우는 노래마저도 흘러간 팝송들이었다. 막내가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릴 때 나도 옆에서 함께 흥얼거리면서 함께 행복해 했었다.


뉴질랜드 문화가 한국과는 정 반대였지만, 음악에 대한 정서는 내 취향과 많이 비슷하여, 타국생활이지만 크게 외롭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산 세월의 반만큼을 파미에서 살면서 이제는 파미 사람이 다 되어 파미가 가장 편하고 좋다. 나에게 있어서 불편한 것이 거의 없다.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것보다는 한 발 뒤에서 걸어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파미의 속도가 나와 딱 맞는다.


목가적인 분위기 또한 내 정서에 적합하다. 약간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뭔가 매력이 있는 파미. 그러면서도 품위가 있는 파미이다. 지루한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파미 생활에 푹 젖어 있는 내가 참 좋다.


파미 예찬론자가 되어버린 나. 어떤 친구는 내가 과장법이 심하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로 나는 많은 것들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기에, 내가 사는 파미도 그만큼 내 마음에 쏙 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파미가 최고인줄로만 알았던 아이들이 대도시 생활을 하다가 집에 들렀을 때, 파미가 유령도시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내에 사람들이 안 보이고, 건물부터 모든 것들이 죽어 있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돌아오더니, 파미처럼 좋은 곳이 없다고 한다. 인간의 회기본능 때문이 아닐까? 요즘 내가 소박한 한국음식을 먹어야 소화가 제일 잘되고 만족감도 제일 크게 느끼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어제 나한테 동생과도 같은 친구가 전화가 왔다. 나와는 15년 지기 친구인데,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서 스시숍을 한다. 어제나 오늘이나 늘 한결같은 친구인데,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이다.


“언니 내일 시간 좀 있으세요? 시간이 되시면 11시 반부터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 가게에 와서 도와주셨으면 해서요.” 


이 친구가 이렇게 전화를 한 것을 보면 엄청 급했었을 거 같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승낙하고 오늘 그곳에 가서 잠시 도와주고 왔는데, 해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다. 그걸 떠나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해피’라는 이름의 종업원 덕분에 더 행복했다.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듬뿍 담아 있는 점심도 맛있게 먹고, 그녀의 정원에 있는 감나무에서 열린 감도 얻어왔다. 


파미 인심이 이렇듯 따스하고 아름답다. 모두다 파미가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의 일부인 사람들도 파미와 같은 자연이 되어 자연스레 인정이 늘어나나 보다. 잠시 숍에 들러 인사나 나누는 정도였는데, 그곳에서 2시간을 일한 바람에 새로운 인연으로 매우 행복했다.


내가 파미를 사랑하는 것만큼 파미는 나에게 보답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늘 그 보답에 감사하면서 오늘도 나는 파미예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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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파미여!

나 또한 파미의 모든 자연과 하나 되어

내 생을 다하는 그날까지 파미와 함께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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