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하는 인간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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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는 인간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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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졸업하면 취업할 것이라고 믿었던 아들, 꼬박꼬박 학교에 나가주니 고맙기도 하고 이제 목돈 부담되는 등록금 안 내도 되니 한 숨 펴겠다 싶었던 엄마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찾아 왔다. 잘못되면 네 탓이라는 말 맞다. 대학에 있으면서 수고하셨다고, 고맙다고 찾아오는 학부모는 없었다. 그런데 학생을 어떻게 지도했느냐 한다. 우리 대학에서는 과목마다 장기결석생을 챙긴다. 상담을 하도록 하고 기록을 남긴다. 교수별로 학생을 나누어 상담과 진로지도를 맡는다. 학기말에 집으로 등록금 고지서와 성적표가 간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학사경고장이 따라간다. 물론 상담을 한다. 이 학생을 만나보았더니 큰 맘 먹고 학교로 오는데 교문 앞에 오면 절벽 앞에 선 느낌이란다. 군에 갔다 와서 복학을 했더니 아는 친구가 없고 소심하여 말을 걸고 같이 밥 먹자 소리도 못하는 샌님이다. 자연이 게임방으로 가면 훌쩍 해가 진단다. 상담을 하고는 매일 아침에 내 방으로 와서 차 한 잔 하고 가라했는데 한 번 오더니 다시는 안 온다, 이게 중독 증세다.


하루도 도박관련 보도가 끊이질 않는다. 횡령이나 도둑질을 하면 그 돈을 유흥과 도박에다 썼단다. 또 도박을 하기 위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돈을 훔치거나 못된 짓을 하기도 한다. 주식에 빠진 것은 중독이니 큰 병이다. 최근에 업무협의차 강원랜드를 다녀왔다. 바이러스 때문에 내장객 수를 조절한단다. 아침에 ARS로 신청하여 당첨(허락)이 되어야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선에 와서 기다리며 자는 사람이 빈방이 없을 정도란다. 머신배당률이 96.7%라는데 강원랜드가 먹고사는 것을 보면 그동안 내장객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겠다. 그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중독관리센터(KLACC)를 두고 있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한도관)는 정선지역센터를 두어 서로 돕고 있다. 이제 정선에서 패가망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놀이하는 인간은 모든 일이 그냥은 재미없다. 내기가 붙어야 이기려 하고, 판돈이 커야 더 승부욕이 불붙는다. 놀이는 순전이 확률인 것이 있고 머리를 써야 유리한 것이 있다. 상대편의 심리를 이용해야 하는 것도 있고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도 있다. 속임수를 쓸 수 있다면 순진한 초보일수록 당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놀이에는 기구나 매개체가 있다. 그리고 놀이의 규칙이 있다. 공으로 하는 놀이는 기술이 필요하니 많은 연습을 해야 되고 그래서 구기(球技)라 한다. 데이비드 G. 슈워츠 네바다 대학 교수는 ‘도박의 역사’라는 책에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도박을 인문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7,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양의 발목뼈를 가지고 주사위처럼 도박을 했던 유물이 발견됐고, 고대 중국에서는 오늘날 카드놀이의 원조 격인 도박이 행해졌다고 한다. 적어도 7,000년의 도박 역사는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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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관리하는 사행산업(놀이)은 경마, 경륜, 경정, 로또복권, 소싸움, 체육진흥투표권, 그리고 강원랜드의 카지노 등이다. 대부분의 카지노는 외국인만 입장할 수 있지만 정선의 강원랜드는 내국인에게 허용한다. 100년쯤 전, 네바다 주의 황무지에 그 인근으로 흐르는 콜로라도 강을 막아 후버댐을 건설하고 발전을 하였다. 풍부한 물과 전기로 도시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재미나는 놀이(도박)로 유혹한 것이 성공했다. 놀이와 편의시설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이 놀고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고 형편껏 소비하면 다른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먹고 사는 것이다. 나쁠 것 없는 분배와 생산구조다. 이제 라스베이거스는 주위의 자연환경을 포함하여 각 호텔마다 볼거리를 갖추어 가족이 함께 와서 도박보다 여가를 즐기는 문화적인 휴양지로 발전하고 있다. 


사행산업의 총량을 규제하고 적절한 관리를 하기 위해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일을 한다. 사감위는 불법카지노, 불법경마·경륜·경정, 불법스포츠도박, 불법복권, 불법소싸움경기, 사행성게임물, 불법온라인 도박 등 총 9종의 불법사행산업을 단속하고 있다. 그 중에 도박의 중독을 예방하고 중독자를 상담하며 치료하기 위한 일을 ‘한도관’에 위임하고 있다. 불법도 사행산업도 아니지만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의 투자에 중독되어 있다면 어찌할까? 엄청난 빚을 지고는 한방에 회복해야 한다고 헤쳐 나오지 못하는 것은 심한 중독현상이다.



오래전에 비상근이지만 한도관의 이사장을 맡았던 적이 있다. 2월에 새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원장을 맡았다. 바이러스는 더 심해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퍼지자 비대면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따로 나가서 만나고 즐길 사정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넘쳐나는 곳은 병원뿐이다. 문제는 비대면으로 하는 새로운 놀이를 찾다보니 온라인 불법게임과 주식투자 등이 그 규모를 잠작하기도 어렵게 늘고 있다. 이용자는 청소년에서 초등학생까지 퍼졌다. 분별력이 약한데다 마땅한 즐길 거리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밀한 곳에서 온라인(스마트폰)으로 청소년이 즐기는 불법게임과 불법도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돈은 검어 들이고 세금은 떼어먹고 이용자는 병들게 하는 이들, 서버가 외국에 있거나 여차하면 서버의 위치를 옮기니 단속은 ‘칼로 물 베기’같고 한여름에 잡초 뽑기 같다. 남의 일이 아니다. 기관이, 사회가, 부모가 다 나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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