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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열 살

4 3,361 왕하지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한다. 일요일이니 친구들과 놀고 싶어 아침 일찍부터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낸도가 우리 집에 오고 싶다고 했단다. 손자 샘은 친구가 참 많다. 샘의 친구들은 마당이 넓은 시골 우리 집에 놀러오기를 좋아한다. 트리하우스에서 놀고 닭장에 가서 놀고 풀밭을 뛰어다니며 활을 쏘고 토끼몰이도 하고...

샘은 한국 아이들 하고도 잘 노는데 아보카도 농장을 하는 한인 집 손자 케이든하고도 잘 놀아준다. 샘이 아빠 집에 갔을 때 케이든은 샘이 언제 오냐고 몇 번이고 전화를 했다.

“케이든, 샘이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니까 형이야, 형 하고 불러봐,”

주위에 형들이 없는 케이든은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하고 샘도 머리를 흔든다.

“하지, 내가 왜 형이야, 그냥 친구하면 되지,”

한국에서는 나이가 적은 애가 맞먹으면 줘 패면서‘내가 네 친구냐 이놈아,’하고 싸우는데... 손자 말이 맞는 말이다. 친하게 지내면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인 거지,

손자가 어릴 때는 친구들하고 놀다가 욕심 부리며 싸우기도 했는데 요즘은 결코 싸우는 일이 없다. 이젠 친구에게 양보할 줄도 알고 맛있는 것을 주기도 하고 같이 재미있게 노는 일밖에 없다. 커가면서 성격이 너무 좋아지는 것 같다. 말투도 부드럽고 어른들 말도 잘 듣고 너무 착하다. 밥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볼록 나온 것을 빼면 나무랄 때가 한 군대도 없다.

학교 갔다 오면 밥부터 찾는데 오후에 서너 번은 먹어도 배가 고프다고 한다. 손자 몸무게가 엄마랑 똑같다. 좀 뚱보면 어떠랴, 밥 잘 먹고 건강하면 되지,

한국에서 친구가 보내준 가을 추리닝바지가 바지통이 좁은 쫄쫄이 추리닝이다. 요즘같이 찬바람이 부는 날 입으면 따뜻하고 좋은데 아내가 참견을 한다.

“당신 배는 볼록 나와서 쫄쫄이 바지를 입고 있으니 이상해, 당장 벗어~”

“아빠가 뭐가 이상해 우리 집에서 아빠 배가 가장 안 나왔는데,”

딸 얘기가 맞는 얘기다. 아들도 배꼴이 큰데다 손자까지 배꼴이 커버렸으니 남자 중에서는 내가 제일 날씬한 셈이다.

샘이 가장 신통한 것은 요즘은 혼자 잔다는 것이다. 증조할머니가 한국 가셨으니 예전의 손자 방이 돌아온 셈이지만 손자는 내가 만들어준 이층침대가 있는 넓은 라운지가 좋다고 거기서 잔다. 자동차 침대를 개조해서 이층침대를 만들었을 때 처음에는 이층에서 할미랑 같이 자면서 밤마다 할아버지를 불렀었다.

“하지~ 불꺼줘,”

내가 무슨 소방수냐, 불 꺼달라고 부르게, 불 끄면 깜깜해서 이층 침대에 올라가기 힘드니 불을 꺼 달라고 할아버지를 부르는데 그것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이층에 선반을 만들고 전기스탠드를 설치해 주었다. 그런데 또 아침마다 할아버지를 불러 댔다.

“하지~ 나 내려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사다리로 내려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 이층침대에 슬라이더 만들어줘, 사다리로 내려오기 힘들어, 늦게 내려와 학교 지각하면 어떻게 해, 슬라이더 있으면 슁~ 내려와 학교 빨리 갈 수 있잖아,”

“아이고, 우리 손자 학교 지각하면 안 되지~ 근데 무엇으로 미끄럼틀을 만드나?”

게으른 것도 때론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손자가 어릴 때 집안에서 타던 미끄럼틀이 다 부서져 아직까지 버리지 못했는데 미끄럼틀의 판은 멀쩡했다. 나무로 틀을 만들어 판을 조립하고 몇 번 실험을 거쳐 미끄럼틀을 완성했더니 손자는 아침 일찍 일어나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 학교에 항상 1등으로 가곤 했었다. 그것도 한때,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자 라운지에서 놀다가 밤만 되면 엄마 방으로 가서 자는 게 아닌가,

“샘, 너 아직도 엄마 젖 먹어?”

“하지, 침대에 불빛 들어오니까 커튼 만들어줘, 그럼 깜깜해서 잠 잘~ 잘 수 있어.”

그래서 또 커튼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제는 정말 혼자서 잘도 잔다.

올해 손자나이가 벌써 열 살이 된다. 참 잘 자라 주었으니 뉴질랜드에 와서 사는 보람은 하나 있는 셈이다. 이제 철없는 아빠의 꼬임에 넘어가거나 엄마 속 썩이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만 같다.
달중이
ㅎㅎ 난 왕하지님 글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요 ~!!  감사해요 ^^
왕하지
달중이님 그게 정말입니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달중이
코리아포스트 올때마다 일부러 찾아 읽고 있습니다 ^^
은하수별
'하지' 는 할아버지의 약자인가요? 왕하지님? 그럼 왕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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