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베티의 웃음소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294] 베티의 웃음소리

0 개 2,849 코리아타임즈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털이개로 그것을 쓸어 내리는데 옆집의 캔 노인이 보더니 그게 바로 키위 스노우가 아니겠느냐며 너스레를 떤다.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그렇게 보이더니 너무나 멋진 비유다. 눈 구경을 못하고 사는 여기 사람들에겐 얼마나 멋져보였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들이 앉았다 날아가며 오물세례를 퍼부어 차가 엉망일 때는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쏘는 시늉도 잘한다.

  그가 갑자기 털이개를 빼앗아 자기 겨드랑이를 문지르는 시늉을 하며 나를 웃긴다. 뒤에서 지켜보던 그의 아내 베티가 코미디언, 코미디언 하면서 자즈러지게 웃는다. 그의 끼가 발동이 걸린 것을 우리는 함께 알고 있다. 그와 마주치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캔노인. 사십팔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스기사로 일했다고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엉덩이를 약간 뒤로 빼고 걷는 걸음걸이가 처음에는 보기에 좀 이상했다. 칠십이 넘었어도 기운이 젊은이처럼 펄펄하고 박력이 넘친다. 혈색 좋은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환하고 화낸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혼자 밥 먹는게 심심하지” 몸짓 손짓으로 말을 나누어도 서로 알아듣고 재미있게 나를 웃긴다. 자주 외롭지 않느냐고 물어주는 자상함에 문득 내 외할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허우대 좋았던 할아버지를 그가 닮았나?

지금 이 나이에 어렸을적 외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는 것은 나를 아이로 돌아 가겠끔 따뜻한 인정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아내 베티는 육십육세라는데 뚱뚱보다. 나이답지 않게 가느다란 목소리를 가진 아주 상냥하고 아기처럼 천진스럽다. 그것은 든든한 남편이 그렇게 아내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마치 아이들 장난치는 것처럼 순수함을 느낀다. 천박하거나 점잖지 못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온 그들의 문화 때문일까.

  어느 날인가 내 창가에 일렁이는 아름답지 못한 나무 한 그루를 컷팅하던 때다. 나를 도와주려 달려들어 나무가지를 꺾다가 손등에 피를 흘렸다. 깜짝 놀래는 내게 괜찮다며 혀로 쓱 핥아 버린다. 베티가 보았으면 얼마나 속 아파할까. 얼른 약을 내다 발라주고 테잎으로 감아주었다. “땡 큐”내가 할 말을 그가 먼저한다.

  언제나 머슴처럼 쇼핑해서 양손에 잔뜩 들고 오는 남편 앞에 여왕처럼 곱게 차려 입은 베티가 불뚝 튀어나온 배를 안고 귀엽게 뒤뚱거리며 들어온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울까. 가느다란 쇳소리의 베티 웃음소리가 항상 밖으로 흘러나온다. 천길 물 속같이 조용한 이웃에 사람 사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들의 집. 그들 인생에도 화려한 꽃만 피우고 살지는 않았을 테지. 삼남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호젓이 둘이만 남아 그렇게 산다. 언제인가 그들도 어느 쪽이든 혼자가 된다는걸 모를리 없건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에 참 아름답다.

  작은 텃밭에 계절 바뀔 때마다 꽃 바꿔 심으며 아직도 남은 기운으로 아내 뒷바라지가 그렇게나 즐거운 것인지? 매일매일 너무나 행복하단다.
  머지않아 시원하게 열어 젖힌 창 밖으로 베티의 웃음소리를 또 들을 것이다.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998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3,188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3,371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현재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850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3,303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3,164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천백만 불의 집!

댓글 0 | 조회 2,925 | 2013.11.27
人生(인생)에 있어서 좋은 친구와 함께 사는 것이 개인의 기쁨이라면, 좋은 이웃과 사는 것은 가족의 행복입니다. 좋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은 마치 꽃향기 가득한 … 더보기

가난을 팔고 부자 되세요!

댓글 0 | 조회 2,707 | 2013.11.12
사람들은 모두 잘 살려고 한다. 더 많이 얻고, 더 높이 오르고, 더 유명해 지고, 더 행복해 지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삶의 길을 걸어가고 문을 두드린다. 어떤 … 더보기

때론 거북이가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2,245 | 2013.10.22
현대 문화를 한마디의 말로 표현하라면 속도의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나 정보화 시대를 지향하는 지금, 속도는 누구에게나 풀어야 할 과제이며 화두로… 더보기

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동물 - 인간

댓글 0 | 조회 5,415 | 2013.10.09
우리의 옛날 속담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조금 어려운 말로는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사자성어로 쓴다. 우리의 이기적인… 더보기

번뇌와 수행

댓글 0 | 조회 2,399 | 2013.09.24
절에 있다 보면 가끔씩 평일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나 절에 업무적으로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오는 경우를 말… 더보기

나는 착한 사람인가?

댓글 1 | 조회 2,402 | 2013.09.11
우리는 살아 가면서 아주 당연하고 자명한 것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거나 무시하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초등학생이나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 조차 아무런 이유를 대지… 더보기

절(寺)과 절(拜) 그리고 참회

댓글 0 | 조회 2,614 | 2013.08.27
“절”이라고 하면 두 가지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하나는 불교의 종교적 공간(寺刹)으로서의 그것과 또 하나는 불교의 종교적 행위(拜)로서의… 더보기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

댓글 0 | 조회 2,224 | 2013.08.14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이념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단순한 이념간의 대결구도를 뛰어 넘어 세대… 더보기

화엄(華嚴)의 세계=우리는 하나다.

댓글 0 | 조회 2,628 | 2013.07.24
한국의 현대사 중 가장 가슴 뜨거웠던 때를 떠올리라면 나이 든 성인들은 대부분 88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첫 번째로 꼽으리라 짐작된다. 숨가쁘게 몰아치던 개발독재와… 더보기

죽음, 그 피할 수 없는 운명

댓글 0 | 조회 2,455 | 2013.07.09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 더보기

행복하십니까?

댓글 0 | 조회 2,414 | 2013.06.25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하게 “예”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는 주… 더보기

우리는 정말 깨어 있는가?

댓글 0 | 조회 2,620 | 2013.06.11
절에서 있다 보면 불교를 처음 찾는 예비신도들이나 타종교인들의 방문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이때 이들이 가장 흔하게 묻는 질문이 “불교는 간단하게 한마… 더보기

모란과 연꽃의 상징적 의미?

댓글 2 | 조회 12,787 | 2013.05.29
연꽃은 불교에서는 깨달음과 지고지순의 상징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꽃이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연꽃과 모란을 대조적인 의미로도 표현한다. 모란은 겉은 화려하지만, 향기… 더보기

세상에 희망을....

댓글 0 | 조회 2,070 | 2013.05.15
불기 2557년 5월 17일 오늘은 우리들의 스승이요 인류의 성자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경건한 신심으로 두 손 모으고 환희로운 마음으로… 더보기

행복의 조건!

댓글 0 | 조회 2,127 | 2013.04.24
행복의 조건 중에 하나가 검소함이다. 지금 훌륭한 집,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차에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한다고 해서 절약하지 않고 함부로 낭비와 허영과 사… 더보기

임자 없는 돈!

댓글 0 | 조회 2,549 | 2013.04.10
세간에 이런 유머가 있습니다. 사랑을 나누며 산 사람은 금메달, 사랑을 받으며 산 사람은 은메달, 사랑을 기다리며 산 사람은 동메달, 사랑을 잊어버리며 산 사람은… 더보기

인생에 시작점은 어디일까?

댓글 0 | 조회 2,124 | 2013.03.27
인간은 세상을 살면서 언제나 시작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봄을 맞이한 자연은 각각의 역량에 의해 물오름이 다르다. 먼 산에 아지랑이 피는 봄날을 … 더보기

권력을 다 사용 하지 말라!

댓글 0 | 조회 3,154 | 2013.03.12
불완전한 세상을 사는 지혜로 법연사계(法演四戒:법연 선사의 네 가지 경책)가 있다. 1. 세불가사진 (歲不可使盡) 권력을 다 쓰지 말라. 2. 복불가수진 (福不可… 더보기

기도의 응답

댓글 0 | 조회 2,582 | 2013.02.26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울산 동광병원의 이사장으로 있던 박영철 선생을 아들로 둔 김보운화(金寶雲華)라는 불자님이 계셨습니다. 불교에 대한 믿음이 독실하였던 보운화불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