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碑木)을 노래하며,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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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碑木)을 노래하며,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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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167 오소영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녁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되어 쌓였네>

 

이 노래를 듣거나 부를때면 늘 가슴이 짠해진다.


벌써 칠십여년 훌쩍지난 오래전의 옛 일이건만 마치 어제일인듯 한결같은 아픔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한참 예민했을 사춘기 때의 일이라 머리속에 깊이 각인되어있어 더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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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전선에서 싸우다 낙엽처럼 흩어져 간 희생양들. 새파랗게 어린 넋들이 묻혀잠든 슬픔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도 찾는이 없는 이름모를 깊은 계곡에 쓸쓸히 버려진 영혼들.


같은 민족이라는 말로는 너무 멀다. 그들은 모두 내 오라비 삼촌 들이었다.


전쟁이 무엇인지? 미쳐 깨닫기도 전에 씩씩하게 청춘을 맞았던 미래의 꿈나무가 그들이었다. 느닷없는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려 죽음을 당했던 불쌍한 영혼들. 꽃도 피워보기 전에 봉오리로 스러져간 젊은이들 이었다.


6.25란 전쟁 포화속에서 함께 치르고 살아남은 내 부모님 세대의 사랑하는 아들들.



이웃 소꼽동무 기순이의 오빠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전사자 통고를 받았다.


그는 집 안에 대를 이어갈 삼대독자 외아들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몸부림을 치던 그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내 아들은 살아 돌아올 것이라며 미친듯이 길을 헤집고 다니던 여인.


박수 무당집을 찾아다니며 혼백의 넋두리 라도 들어야 한다며 광기를 부렸다. 그녀의 아픔이 어디 그 혼자만의 것이겠는가.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려도 맨발로 뛰쳐나갔다. 아들이 돌아온다고 좋아하는 여인을 식구들이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밤마다 마루에 나앉아 무심한 달 을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목으로 차오르는 슬픔을 참지못해 꺽꺽 숨죽여 울었다.


춥고 배고픈 세월, 배부르게 못먹인 후회로 가슴이 아렸다. 명절날 아들 젯상에 고봉밥 올려놓고 망연자실 또 울었다.


어찌 죽었을까? 어디에 묻혔을까? 죽은 모습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무당을 불러다가 제를 지냈다. 혼을 달래고 좋은데 가라는 천도제라고 했다. 아들 영혼이 들어와 무당 입을 통해 넋두리를 들었다. 혼이 정말 있을까? 엄마를 부르는 아들의 애절한 소리에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엄마 내가왔어 보고싶어서 왔어” 하면서 어머니의 손을 덥썩 잡았다.


 “너 어디있니 거기가 어디야?”   어머니가 다급하게 물었다.


“엄마 나도몰라 깜깜해, 답답해서 나가고 싶어...”


가족들은 오열했다. 무당을 아들인듯 정신없이 끌어안았다. 구경꾼들도 모두 울었다. 구구절절 기순의 오빠가 하는 말들이어서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그 밤에 무서워서 나는 잠을 설쳤다.


기순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아들의 결혼이었다. 총각을 그냥 보낼수 없으니 영혼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처녀 혼을 불러다가 혼례 예식을 치르게하는 의식이었다. 그래야 뒷탈이 없어 안심을 한다고 했다.


전쟁 후의 혼란스럽던 시대에는 독버섯처럼 무당들이 활개를 쳤다. 여기저기 넋거지를 한다며 굿판을 벌였다.


장구 피리소리에 신명이들은 무당은 춤을 추고 아이들은 울고 웃으며 따라다녔다. 상에 차려진 떡 이며 과일들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가끔씩 나눠주는 음식들 받아먹는 재미가 좋기도 했던 그 때.


어른들은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라도 위로가 된다면 기댈수 밖에 없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 . .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까지 아리송하게 의문으로 남아있는 옛날 이야기다.



사실 그 때는 그 절절한 아픔을 깊이 깨닫지 못했다. 어른되어 자식 낳아보니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게 어떤 슬픔일지 알것 같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되는 내 자식. 금쪽같은 자식이란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새 싹으로 한참 싱그럽던 자식을 나라에 바치고 남은건 오직 슬픔뿐. 가슴에 묻은채 평생을 살았을 부모 마음을 . . .

          

부모님들 가슴속에 응어리를 남기고 산화해버린 그들은 시대를 잘못만난 죄밖에 없는 젊은이들이었다.


지금까지 그 찾을길 없이 묻혀버린 영혼들 숫자가 십 이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낯선 나라에 파병되어 죽음으로 묻힌 외국 군인들은 또 어떤가. 이국땅에 뼈를 묻고 잠들지 못하는 영령들. . . .


무심한 세월은 흘러 금년 정전 70주년을 맞게 되었다. 감회가 더욱 새롭다.


참전했던 나라 중  22개국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했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동안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


지금 젊은 세대는 비목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낯선 단어일 것이다.


전투중 죽어간 사람들에게 묘지인들 있을까?. 방금 옆에서 함께있던 전우다. 피흘리며 숨진 그를 차마 그냥 돌아설수없어 나무막대기 하나 꽂아놓고 표식을 했을 것이다. 차라리 버젓한 비목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애달픈 영혼을 달래며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쳤을 그들. 긴세월 비바람에 지금은 그 흔적조차 사라졌을 비목들이다.


노래가 말한다. 이끼되고 돌이되어 켜켜이 쌓였을 것이라고 . . . 


그 어떤 노래도 나름의 의미가 담겨있어 사람들 심금을 울린다.


갖가지 사랑의 애절함을 호소하는 노래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깔려있지만 가슴속까지 파고들지 않는다. 이미 열정의 시대를 다 살아왔으니 마냥 무디어진 감정 탓일까? 그럼에도 비목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아리다. 


그 절절한 가사에 절로 숙연해진다. 목이 메어오고 가슴이 아프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앞으로 앞으로. . . . 우리는 전진한다.

. . . 달빛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먹던 

화랑담배 연기속에 사라진 전우야.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 가거라.

힘차게 전진하다가 옆에서 소리없이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소리쳤을 그들. . . .


오직 나라를 지킨다는 일념만으로 몸을 맡겼을 그 시대 젊은이들 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 였다. 


오늘의 번영을 선물로 안겨준 희생양들. 후손들은 그 뜻을 헤아려 알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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