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설거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인생은 설거지

0 개 1,447 조기조

평생을 피할 수 없는 일이 먹고 치우는 것이다. 먹기 위해서 요리를 하고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요리도 설거지도 안하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간혹 요리가 즐겁고 재미있다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가족을 위해 맛있고 영양 많은 요리를 한다는 즐거움은 느껴본 사람만이 아는 일일 것이나 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설거지가 즐거운 사람이 있을까? 명절을 앞두고 며느리들이 스트레스 받는 일은 하루에도 몇 번을 해야 하는 설거지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잘 하다가도 간혹 그릇을 깨면 조심 없고 아낄 줄 모르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8973e4b57fa35d3f745e9e772b8c24ff_1637633698_307.png
 

설거지 보다 더 싫은 것 중의 하나가 쓰레기를 비우는 것이다. 물이 질질 흐르는데다 파리 떼가 달려들고 냄새까지 고약하기도 하다. 음식은 내가 장만해도 설거지와 쓰레기 버리기는 당신이 한다는 가정도 있다. 사랑하는 아내가 고생하는데 그까짓 설거지와 쓰레기 비우는 일쯤이야! 어깨도 다리도 주물러 주는 남편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설거지를 하려면 수세미와 ‘퐁퐁’이 필수다. 세제라는 말 보다는 퐁퐁이라야 어울린다. 수세미 말고 뒷면에 까끄러운 깔깔이가 붙은 스펀지를 쓰기도 한다. 세제로 거품을 일으켜 거기에 식기들을 담가 불려두었다가 기름기가 다 분해되면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구는 것이다. 미끄러운 그릇을 떨어뜨리지 않는 재주가 필요하다. 식기 세척기가 있어서 그걸로 하기도 하지만 꼭 손으로 씻어야 시원하다는 사람도 있다. 뜨거운 물에 담갔다 들어내면 마르기도 잘 한다. 고무장갑 안에 실장갑을 끼면 뜨거운 물에 씻는 것도 쉽다. 냄비나 프라이팬은 반드시 물을 붓고 끓여서 혹시나 싶은 세제를 깔끔히 없앤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가는 가을이 아쉬워서 편한 자리에 술 한 잔 하자기에 집에서 밥 먹으며 반주를 하자고 했다. 햇굴을 사와서 어리굴젓을 담았다. 매워야 제 맛이다. 약간은 짜야 반찬이 된다. 꽈리고추에 밀가루 묻혀 쪄서 마늘 양념장을 얹으니 매콤하다. 두부를 한 입 크기로 썰어 기름 붓고 살큼 노릇하게 구웠다. 거기다 김치를 볶아 얹으니 돼지고기가 없어도 맛만 좋다. 비결은 매실효소를 ‘쬐끔’ 넣은 것이다. 하나 더, 꿀을 조금 넣은 것은 영업비밀. 한 친구가 문어를 삶아 왔다. 간간한 문어다리를 참기름 장에 찍어 먹는 맛! 술은 이래서 더 맛있다. 주문을 해 온 회는 가지런해서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곱다. 잘 씻어 물기를 빼고 깔끔히 싸 준 야채와 회 초장. 하나 더 있다. 멸치로 다싯물을 내서 콩나물을 삶았다. 대파와 버섯을 넣고 끓인 콩나물국은 술자리에선 차나 커피보다도 더 어울린다.


하룻밤을 즐기고 나니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하는 일이 기다린다. 즐겁게 하기로 했다. 쉬엄쉬엄 하는 것이다. 잘 씻어 말린 그릇들을 제자리에 얹어 놓으려니 빨래를 개면서 양말을 벗을 때 뒤집어 놓지 않은 남편이 얼마나 미웠을까 싶다. 


이런 설거지도 있다. 한 여름에 소나기가 자주 온다. 부모님이 들에 나가시고 안계시면 비설거지를 해야 했다. 빨래를 걷고 장독 뚜껑을 닫고 부엌에 땔감과 불쏘시개를 들여놓아야 했다. 널어 말리는 것이 있으면 걷어 들이고 덮을 것은 덮는 것이다. 헛간에 이런 저런 것들을 다 들여 놓고 나면 밥값을 했다는 기분이다. 이게 비설거지다. 재난에 대비하는 지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경제적 안정이 되는 가정을 갖는 것이다. 어느 여고 교실에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남편이 바뀐다!’는 급훈이 있었더랬다. 좋은 남편이란 돈 잘 버는 남편, 높은 자리로 올라갈 가능성이 많은 남편인가 보다. 4당5락이라 매일 20시간을 공부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러느니 신나게 놀고 즐기다가 잘난 그 순진한 남자를 꼬시는 것이 쉬운 일이라는 사람이 있는가보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안방을 차지하면 되는데 왜 죽도록 힘든 공부를 하겠는가 말이다. 학창 시절에 연애한번 못해보고 공부만 해 고소득 직장을 얻은 남성들이, 젊어서 성적으로 문란한 시절을 보낸 여성(남자를 꿰뚫고 있는 여우?)들에 꼬여 결혼하는 수가 많단다. 여성을 그릇에 빗대어 음식은 다른 사람이 먹고 순진한 남성들이 그 빈 그릇을 설거지한다는 ‘설거지 이론’으로 대학가가 떠들썩하다. 서로 설거지나 하는 놈이 많은 학교라며 놀리는 모양이다. 참으로 할 일 없다.


세상에 버릴 것이 너무 많다. 계륵 같아 먹지도 못하고 버리기도 주저스런 것이 많다. 결국에 쓰레긴데 설거지감만 늘고 있다. 고개를 들면 눈이 시리게 맑은 가을하늘 아래 바람도 따사롭다. 사과 하나를 깎고 포도 알 몇 개에 김밥 한 줄로 원족(遠足)을 나서면 쓰레기나 설거지 걱정은 없다. 인생도 아름답게 마무리를 해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 어찌 보면 그것도 설거지다. 설거지를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은 설거지다!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26 | 20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78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5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2 | 7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41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4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4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1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4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3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