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미래와 돈키호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평미래와 돈키호테

dovejoanna
0 개 1,644 여실지

쌀이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쌀을 쉽게 간편하게 구할 수 있는 경험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사/오십년전만 해도 동네마다 쌀 가게가 있었고 한가마니, 10KG, 20KG 단위로 파는 것보다 한되, 두되씩 됫박으로 사고 파는 것이 다반사였다.


단단해 보이는 참나무로 만든 한되짜리 됫박에 쌀을 담아서 종이 봉투에 담아 건네준다.

쌀을 됫박에 담으면 밥공기처럼 위로 올라오는 볼록한 부분이 생기는데 이를 고봉이라 한다.

주인이 되질을 할때 쌀 됫박 위의 고봉을 깍아내리는데 고봉을 깍는 막대기를 평미래라 불렀다.

되질을 할때 양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원통형 막대를 평미래, 평자, 개자 라고도 한다.


어려웠던 그 시절 하루벌어 하루 살아가던 서민가장들은 퇴근할 때 한 손에 쌀봉다리 다른 한손에는 연탄 2장을 새끼에 꿰어서 들고 집으로 가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었다.

형편이 좋아 고기한근, 과자한봉지라도 들고 가는 날이면 온 식구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던 시절이었다.


개념(槪念) 이라는 말은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던 현대적인 용어이다.

槪(개)는 평평하게 밀어버린다는 평미래 "개" 자다.

念(념)은 우리의 생각, 의식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나의 생각속의 볼록한 고봉을 평자로 싹 밀어버리고

일정한 한됫박짜리로 만든다는 말이다..

한되짜리 됫박속에 남아있는 양은 똑 같다. 

여분의 것을 깍아내고 공통의 형태로 말끔하게 모양을 만든다.

한되라는 정해진 틀속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보편적 용량을 만들어내는 것이 槪念(개념)이다.

우리의 언어가 대개 개념의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편리하고 누구나 동의하는 개념의 동일성에 별 저항감없이 살다가 

가끔 사라져 버린 자신의

고봉을 생각하고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는 돈키호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의 테두리에 미세한 틈을 만든다.

유리잔에 조그만 틈이 생기면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균열의 공간이 커지고 갈라지듯이 

그는 자신의 고봉을 찾기위해 끝없이 균열의 영역을 확장한다.


커져가는 틈은 단순히 파괴하고 해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힘을 제공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why! what! 이라는 질문울 던지기도 한다.



균열의 시작은 불안과 불만에서 일어난다.

원인과 결과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의 빤한 루틴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닫혀진 튜브속에서 작은 구멍을 발견하고

그 간격을 점점 확장시켜 자신의 몸이 빠져 나올만한 공간을 만들고

튜브밖으로 나와서 자신이 속해있던  

그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서 새로운 경험의 세계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균열은 모여있는 질서를 해체하고 파괴하는 부정적인 모습인 동시에 새로운 공간을 통해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시원한 빛을 보고 신선한 공기를 맛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오염되고 무겁게 가라앉던 몸이 오랫만에 생동하는 에너지를 만난다.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나의 뺨을 스치고 

들판의 이름모를 꽃은 스스로 그렇게 피고 진다.

인간들과 상관없이 수백만년, 수천만년동안 그렇게 흘러가고 그렇게 왔다가 간다.

개념은 그 흐름을 막아 수로를 차단하고 댐을 만들어 저장하고 멈추게 하여 인간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유용하게 쓸수있는 대상으로 바꾸어 버린다.

이 모든 복잡한 공정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것이 언어고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 명사다.


나무, 안경 , 가방, 새, 매미, 꽃... 딱 떨어진다.

한 생명이 한 단어에 쑥 들어가버린다. 

눈앞의 거대한 산이 말 한마디에 꼼짝 못하고 갇혀버린다.

언어는 이 세상 어떤것도 표상으로 만들어서 눈앞에 즉시 가져다 놓는다.

신통도 이런 신통이 있겠는가?

한마디면 충분하다.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이유도 없다.

모든 것이 대상화되고 언제든 쓸 수 있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인간은 이제 사물들 /생명체들의 주인이고 

그들은 5분 대기조처럼 항상 인간의 기호에 따라 처분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인간의 고통은 대개 서로의 관계속에서 일어난다.

수많은 정보와 개념으로 무장한 그들은 서로서로 실타래처럼 얽혀서 살아간다.

인드라망 처름 촘촘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은 점점 두터워져간다.

점점 복잡해지는 네트웤의 실선을 처리하기 위해 보다 더 정밀하고 간결한 개념과 은유들이 인간의 등뒤로

겹겹이 둘러지고 있다.

두꺼운 실선은  끌어당기는 힘이 점점 강해져 간다.

실선은 틈이 없다. 

그리고 직진한다. 


점선은 모든 구간에 빈 곳이 있다. 

그 사이로 바람이 들고 햇살 속에 자욱한 먼지들이 춤을 추고

창밖의 새소리도 스며든다.

자유롭다.

열려있다 .

그리고 일방적으로 끌어당기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점선들 스스로 뭉쳐서 가느다란 실선을 이루어낸다.

간섭할 일이 없다.

다툴일도 없다.


점선과 실선의 양면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의 출발을 위해

첫 걸음을 내딛는것도 균열을 통해서 일까?

처음 내딛는 걸음은 두렵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이때 기재의 관성이 다시 나를 제자리로 제자리로 잡아당긴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인들은 그 출발을 우려하고 위험에 대한 경고의 한마디를 던진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레임/ 기대 보다는 눈앞에 있음과 손안의 소유를 상실할 위험/ 파괴를 일러준다.


그러나 몇몇 돈키호테들은 기어이 로시난테 등에 오른다.

중력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심연에서 밀려오는 질문의 경로를 따라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그길로 묵연히 나아간다.

오로지 성현들의 등불과 내면에서 치고 올라오는 그 알수없는 화두! 그리고 간절함을 손에 움켜쥐고

기어코 자신의 경계 가장자리에서 균열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돈키호테는 짜라투스트라와의 만남을 확신하고


로시난테, 산초와 함께 숲으로 향해간다..



- SOUNDS OF SLIENCE-


돌고 돌아서 바라보니 내 방안이로다!


다만 보는 마음만 예전의 모습이 아닐뿐!

(행행본처 지지발처 行行本處 至至發處)



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즉시공 공즉시색)


무위(無爲)의 유위(有爲)!


색은 구하고 소유하는 상(相)!


색(色)은 얻는바 없는 얻음이고 구한바 없는 “상”이다



수행은 언어의 한계속에 갇히지 않는 것!


동시에 그곳의 심연으로 한없이 들어간다



그후 禪定(선정)은  침묵의 소리를 듣는다




* 본문의 평미래에 관한 글은 최진석교수의 논문을 참조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행복 찾기

댓글 0 | 조회 785 | 5일전
우리는 보다 행복한 삶을 향해서 한 반도의 반대편인 뉴질랜드에까지 이주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더보기

호흡으로 명이 길어질 수 있어

댓글 0 | 조회 384 | 5일전
호흡의 길이와 명(命)의 길이는 관계가 있습니다. 요즘 호흡과 수명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연구에 따르면 호흡의 길이와 동물의 수명은 상… 더보기

이 한 그릇의 마음으로 쉬어가기를

댓글 0 | 조회 283 | 5일전
세종 전통문화체험관에서 듣는동화 스님의 행복한 사찰음식 이야기‘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동화 스님의 수업을 듣고 있자면 불가의 격언이 떠오른다… 더보기

2024 예산의 새로운 세율 기준

댓글 0 | 조회 1,232 | 6일전
뉴질랜드 정부는 2024 예산을 발표하면서 소득 구간을 조정하여 $25.7억 뉴질랜드 달러의 세율 감면에 관한 핵심 선거 약속을 이행했습니다.소득 구간을 조정하여…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댓글 0 | 조회 344 | 6일전
지난 한 달 동안, 리커넥트는 Henderson High School 에서 “Care to Self-care?” 프로젝트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리커넥트는 주기적으… 더보기

비 오는 날 이성계 능 앞에서

댓글 0 | 조회 245 | 6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비 오는 날동구릉 이성계 능 앞에 섰다능 위로 무성한 억새는아직도 그대의 뛰는 심장 소리를허공에 흩 뿌리고한 나라를 뒤엎은 결기새로운 나라를… 더보기

8. 설탕과 술이 지닌 위대한 마력들

댓글 0 | 조회 386 | 7일전
원래 사람은 씨 맺는 모든 채소(허브 또는 푸성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식량으로 주셨다고 성경에는 적혀있다. 씨맺는 채소류, 허브류, 더 나아가 곡… 더보기

‘큰 북한’으로 변해가는 러시아

댓글 0 | 조회 366 | 7일전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페이스북은 북한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차단돼 있지만,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여전히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한다. 이 계정을 오랫동안 열심히 보면서… 더보기

낙타와 낙타풀

댓글 0 | 조회 103 | 7일전
시인: 송 재학세상의 모든 낙타들은 다 길들여졌으나고비 사막 어딘가야생 낙타가 남아 있다고 한다신기루 따라 걷는 야생 낙타는 타박타박,그 소리는 사막아래의 지하수… 더보기

AEWV 소지자가 알아야 할 6가지 구구절절

댓글 0 | 조회 675 | 7일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승인한 비자가 바로 워크비자(work visa)입니다. 워크비자의 타입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오늘의 칼럼은 오로지 AE… 더보기

Incredible Years Program

댓글 0 | 조회 228 | 7일전
결혼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대학교에서 결혼생활을 준비하는 교과목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나, 아이를 낳아 모유수유를 시작하면서 왜 이런 과목을… 더보기

순간의 선택이

댓글 0 | 조회 224 | 7일전
싸이(PSY)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Gangnam Style)이 2012년 7월 15일, 유투브에 올랐으니 22년이 되었다. 오늘 조회해 보니 51억 5천만 여… 더보기

오미크론 변종 FLiRT

댓글 0 | 조회 1,975 | 2024.06.08
신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의 하위 변종 ‘FLiRT’이 올여름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시카고트리뷴(Chicago T… 더보기

'2025 한국대학 입시 분석 및 대응 전략'

댓글 0 | 조회 541 | 2024.06.07
드디어 한국대학들이 각 대학별로 2025학년도 특별전형과 수시모집요강을 5월 말과 6월초에 발표 하였다. 사실 특별전형은 7월 접수이기 때문에 대부분 4월이면 발… 더보기

7. 오토파지 디톡스가 이런 일까지도 한다

댓글 0 | 조회 451 | 2024.06.03
오토파지와 디톡스는 살아 있는 세포로 구성된 우리의 몸의 고유의 기능이다. 우리가 우리 몸에 잠재되어 있는 이런 탁월한 기능을 잘 사용한다면 불필요한 것들에서 해… 더보기

남북, ‘동족’은 아니라 해도 적이 될 필요야…

댓글 0 | 조회 833 | 2024.05.29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며 ‘해상 주권’을 무력 행사로 지켜야 … 더보기

가정용 온수 시스템 비교

댓글 0 | 조회 851 | 2024.05.29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요즘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생필품뿐만 아니라 물값, 전기값 모두가 올라서 난방비도 큰 걱정거리가 되었죠. 여러분… 더보기

유학후 이민과정 활용 가이드

댓글 0 | 조회 775 | 2024.05.29
뉴질랜드 영주권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제한적이지요. 과거에는 심지어 “형제초청이민”이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할 정도로 다양한 루트가 있어서 … 더보기

포기를 포기하라

댓글 0 | 조회 289 | 2024.05.29
5월이 끝나갑니다.벌써 2024년의 1/3를 넘겼고 이제 얼마지나지 않아 올해의 한 가운데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뭐 한 일이 있다고 이렇게 시간이 … 더보기

이만큼의 은혜

댓글 0 | 조회 210 | 2024.05.29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내가 지닌 능력에 비해 이렇게까지 나를 높여 주신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작은 교회 목사 아들로 태어나 … 더보기

청춘

댓글 0 | 조회 140 | 2024.05.28
시인 사뮤엘 울만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마음가짐을 뜻하나니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그리고… 더보기

창 밖은 아파트

댓글 0 | 조회 635 | 2024.05.28
지금도 변함없지만 이 집에 처음 입주했을 당시 뒷편 큰 도로 주변은 어수선했다. 주유소부터 목공소, 침대공장, 무슨무슨 모터스며 공구상, 자동차 판매점까지 무질서… 더보기

숲의 성장 소설을 읽다

댓글 0 | 조회 205 | 2024.05.28
인제 백담사 숲 명상숲으로 난 길을 걸어가며마음을 찾는 아이가 되어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숲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으면나무들과 나뭇잎과 이끼와 양치류가,새들이 풀…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2)

댓글 0 | 조회 218 | 2024.05.28
한방에서 말하는 간장과 심장은 간과 콩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기 계통과 비뇨기 계통을 지칭한다. 간장과 신장이 약한 어린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할… 더보기

임시직 피고용인

댓글 0 | 조회 465 | 2024.05.28
고용계약에는 정규직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임시직 피고용인으로 고용관계법에 정의되어 있는 개념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에게 보장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