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사진첩

0 개 1,473 수필기행

■ 최 현숙


‘똑똑, 택배입니다.’


아들이 보냈군요. 큼지막한 두 개의 상자가 사진첩으로 빼곡하네요. 웬만한 것은 버린다더니 추억까지 버릴 수는 없었던 모양이지요. 며칠 뒤면 아들은 가족이 있는 뉴질랜드로 떠납니다.


포장을 열어 첫손에 잡히는 앨범을 펼쳤어요. 어린 시절 사진이군요. 금방이라도 엄마를 부르며 달려 나올 것 같은 모습이 반가워 한참을 눈 맞추며 놀았습니다. 할머니와 찍은 졸업사진, 운동회 날 도우미 아줌마와 손잡고 달리는 장면에선 울컥했네요. 무슨 큰일을 한다고 아이를 외롭게 했는지. 느릿느릿 한 권을 떼고 다음 것을 뒤적이는데 포개진 앨범 사이로 낯선 사진첩이 보입니다. 잡았던 것을 밀어두고 그것 먼저 꺼내 들었어요.


그 앨범의 주인공도 꼬마입니다. 알록달록 반짝이 선물을 안고 산타 품에 안겨 있어요. 유치원 때인가. 무대에서 춤추는 사진에 또래들과 물장구치는 모습이 귀엽군요. 자그만 얼굴에 동그란 눈, 입매가 야무진 증명사진도 예쁘고요. 교복 차림의 초등학생을 보니 며늘애의 어린 날이 분명하네요. 소풍이나 학예발표회 같은 특별한 날의 밝은 얼굴들. 그 해맑은 표정이 눈을 돌릴 수 없게 합니다.


중학생이 된 날도 있어요. 그날의 앳된 얼굴은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부쩍부쩍 잘도 자라는군요. 사진 사이 끼워놓은 메모장 읽는 재미도 여간 쏠쏠하지 않고요. 고교시절은 제법 의젓합니다. 저 교복을 입기 위해 중학교 3년은 마음 놓고 놀지도 못했겠지요. 그리고 대학교정과 여행지에서의 어울림. 아이의 성장이 한눈에 보이는 학창시절을 나는 한달음에 건넙니다. 내색은 않았지만 며늘애의 어릴 적 모습이 궁금했던 터에 아들네의 해외 이주로 그 원을 이루게 되었네요. 찬찬히 들여다보는 반가운 얼굴 뒤로 내 젊은 날이 겹쳐 보입니다.


나도 사진첩이 여러 권이었지요. 코흘리개 시절 가족사진을 시작으로 여러 남매가 옹기종기 끼어 앉은 촌티 나는 흑백사진들. 학생이던 때와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이 갈무리된 추억의 저장고. 나는 그것들을 혼수 트럭에 실었고 시댁에 머무는 동안 저녁마다 꺼내어 설명을 했답니다. 그것은 시집살이 중 가장 힘든 일이었지만 마다할 수가 없었어요. 아버님이 바라시기 때문이었죠. 그 불편한 관심에서 멀어지고만 싶었던 며느리는 며느리를 얻고서야 그것이 사랑임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이제 사진 속 그 아이가 아닙니다. 그때의 꼿꼿했을 자신감은 어디 두고 제가 바라는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잊은 사람 같아요. 둘째아이를 가지면서 직장보다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 했지요. 내 아이보다 남의 자녀 가르치느라 분주했던 엄마를 가진 아들부부. 그들의 결단이 고맙고도 미안하더군요. 고교와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하고 패기 넘치게 일하던 아이는 그렇게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가족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그토록 예뻐 보인 것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요. 먼 곳에서 홀로 두 아이를 돌보며 편히 쉴 틈도 없었을 며늘애의 헛되지 않았을 2년을 믿고 응원합니다.


사진첩은 흔적입니다. 나와 가족의 삶이 새겨진 공간이지요. 그러나 이제 간편한 휴대폰의 등장으로 퇴물이 되어 나에게는 아들이 보내온 것밖에 남은 것이 별로 없네요. 아이들 것은 주인 따라 떠나고 짐스럽던 우리 것은 일찌감치 정리했거든요. 그런데 뒤늦게 앨범 속의 사진에 더 정이 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일없이 허전하거나 그리울 때면 아들이 보낸 사진첩을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보는 횟수가 늘어갈 때마다 내 속의 그리움도 커가겠지요.


보름 뒤면 아들이 가족 곁으로 가는군요. 간절한 그날이 며늘애에게 꿈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하여 새로이 만들어갈 사진첩은 그 꿈을 이루는 모습으로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유능한 선장은 험한 바다가 만든다고 했으니까요.


■ 최 현숙 

acddc034cbbabbfdef67a334f543b1d5_1620791999_4992.jpg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490 | 3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75 | 4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1 | 5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72 | 5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28 | 5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478 | 5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0 | 5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22 | 5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62 | 5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49 | 6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489 | 6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00 | 6일전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145 | 6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97 | 6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12 | 6일전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32 | 6일전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00 | 6일전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298 | 8일전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73 | 9일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1 | 9일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9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33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1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2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24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