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짜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나는 가짜다

0 개 1,496 수필기행

나는 젊었을 때 제법 많은 레코드를 갖고 있었는데 거의 복사판이었다. 진품은 헤리 베라폰테Herry Berrafonte의 <카네기홀 공연실황> 음반과 빌헬름 박하우스Wilhelm Bachaus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등 몇 곡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너희들이 음악을 아느냐.’ 면서 약간 뻐기고 다니며 이런저런 자리에 음악 이야기가 나오면 꽤 알은 척을 했다. 오디오도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할 형편이 못 돼 방송국 엔지니어에게 부탁해 세운상가에서 부품을 구입해 조립해 들었다. 테니스가 유행하던 시절, 나는 라켓부터 샀다. 그리고 서예를 배우기도 전에 벼루부터 장만했다.


이런 나의 천성을 두고 아내는 폼부터 잡는다고 흉을 봤다. 그런데 나는 1970년대 중반부터 매달 10만원 정도의 책을 샀다. 지금은 별 돈 아닐지 모르지만 당시에도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로 인해 아내와 많이 다투기도 했다. 문학잡지 2권 정도는 정기 구독을 했고,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세계사상대전집>> 50권짜리도 월부로 샀다. 당시 빠듯한 살림에 무리가 가는 건 사실이었다. 아내는 읽지도 않는 책을 산다며, ‘선비도 아니면서 선비인 척하고, 학자도 아니면서 학자인 척하는 못 말리는 ‘폼생폼사’라고 비난했고, 이사할 때마다 책 좀 버리자고, 읽지도 않는 책들을 왜 끌고 다녀야 하느냐며 지청구를 주었다. 


사이비라는 이야기이고 가짜라는 말이다. 나는 ‘진짜 같은 가짜’도 있고 ‘가짜 같은 진짜’도 있는 거라며 책은 당장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고 언젠가는 쓸데가 있는 거라며 기어이 끌고 다녔다. 그런데 느지막하게 그런 책들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책도 내고 대학 강의도 나가고 하니까 요즘 별 말이 없다.  


내가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도 아내는 “허름한 잡문이나 쓰는 주제에 마치 대단한 작가인 양 폼 잡으며 하얀 모시적삼 입고 부채 들고 헛기침하며 거드름 피우려고 가려는 거지? 안 봐도 비디오야!” 하며 몹시 못마땅한 듯 비아냥거렸고, “노벨문학상만 못 받아봐라. 머리를 다 뜯어버릴 거야(필자는 대머리다).”하며 으르르 딱딱거렸다.


확실히 나는 폼 잡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 시골로 이사 가서는 내가 간직하고 있었던, 평소 좋아하는 그림 몇 점을 표구해 걸어놓았다. 진품이 몇 점 있긴 하지만 대개가 영인본이다. 오원吾園 정승업의 <호취도豪鷲圖>, 석파 石坡 대원군의 <묵난墨蘭>, 추사가 “압수 이동 以東에 이런 그림은 絶無” 하다고 칭찬한 소치小癡의 그림 등이다. 


나는 그들 그림을 볼 때마다 무릎을 친다. 오원의 <호취도>에서는 그의 불우한 환경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는 호방한 기개를, 양광 洋狂의 파격에도 석파의 난은 오히려 고아高雅하다. 중국 작가 자유푸의 그림 <무제>에서는 우리네 인생을 본다. 깊은 산중, 해는 산중턱에 걸렸는데 한 남자가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내려온다. 명암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화면 전체를 차지한 검은 사과 그 하단에 무거움 짐을 진 한 남자를 배치한 이 기이한 구도는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비는 오는데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이 적막할 때나, 바람 불어 그리운 이가 못 견디게 보고 싶을 때 나는 그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쳐다본다. ‘그렇구나. 우리네 삶이란 결국 해질녘에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내려오는 거구나.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면서 위안을 받는다. 오원의 그림에서도 나의 불우한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서 그의 호방함을 배우고, 석파의 난에서는 젊은 시절에서도 지혜롭게 품격을 유지한 그의 인내를 배운다.


나는 그림을 그림 그 자체로 본다. 그것이 ‘진품이냐, 아니냐.’로 판단하지 않는다. 복사판으로 음악을 들었다 해서 그 음악이 편하되거나 손상되지 않듯이 그림 역시 그 안에 담겨진 뜻이 격조가 있으면 그만이지, 그것이 영인본이라 해서 그런 뜻이 왜곡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른바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림이나 수십억을 호가하는 그림에 대해서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가.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이라는 그림이 세간의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재벌가의 부인들이 운영하는 이름있는 화랑에서 그런 유의  그림들을 탈세나 치부의 목적으로 사 두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올랐고 수십 억을 호가하는 그림값에 모두들 말을 잃었다.  그런 그림들이 값이 나갈지는 모르지만 나의 무식한 감상법으로 보면 그 가치에 회의한다. 


그러나 나는 피카소나 뭉크, 그리고 고흐의 몇몇 그림에서는 다른 서양화와는 다른 무언가 가슴을 치는 메타포가 있다고 느낀다. 그림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름답다거나 뜻이 그렇듯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피카소의 그림을 본 관객이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뭐가 아름다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새 울음소리는 아름답습니까.” “그렇죠.” “거기에 무슨 뜻이 있는가요?” “글쎄요.” “새소리가 아무 의미 없이 아름답듯이 그림도 그렇게 보면 됩니다.” 해석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보라는 것이다.


의미는 그림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감상자의 가슴에 존재한다는 말이다.


나의 시골집을 방문한 한 지인이 오원의 그림을 보고 물었다.


“이거 진짜가?”


“진짜면 수십억은 될걸. 영인본이다.”


그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가짜구나.”하고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에게 그랬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라.”


그는 아무 대꾸도 안 했다. 그러나 그의 태도로 보아 가짜 그림을 걸어놓은 나를 ‘가짜’로 보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나는 폼만 잡는 ‘가짜’다. 나를 ‘가짜’라고 비웃는 그대는 ‘진짜’인가?”


갈대 구멍으로 하늘을 봐라. 하늘이 갈대 구멍만 하게 보인다.  


■ 장 기오 작가 

d7a710125ed103527728bbc7b4169372_1610402832_1008.jpg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637 | 11시간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359 | 12시간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00 | 12시간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73 | 14시간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15 | 14시간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94 | 14시간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0 | 14시간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187 | 19시간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76 | 4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36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78 | 8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07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4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6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69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1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726 | 2026.03.11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인해 뉴스가 떠뜰썩 했었지요. 그것과 관련해서, 혹은 집 구매와 관련하여 사기를 당한 뉴스에서도, ‘한국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71 | 2026.03.11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빈손밖에 없다 할지라도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나 무엇 하나부러운 것이 없습니다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떨리는 내 손을 …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42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46 | 2026.03.11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지금의 네이피어 해안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신성한 울림의 장소로 여겨졌다. 그곳에는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마음으…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70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건강 상태와 신원에 대한 확인은 이민 심사의 기본 요건입니다. 대체로 1년을 넘는 체류를 계획하는 경우에는 신체검사가 요청되는…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73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야트막한 언덕에 집을 짓고 있었다. 그 땐 꽤 외진 곳으로 주변엔 박석처럼 인분이 말라붙어 있는 시금치 밭과, 여러 종류의 채… 더보기

5편 – MK-울트라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203 | 2026.03.10
“지워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주인을 기다릴 뿐이다.”프롤로그 - 2030년 3월 1일, 네바다 사막 ‘구(舊) 블랙사이트’모래폭풍이 지나가자 … 더보기

SMC 문턱이 나를 위해 낮아지나?

댓글 0 | 조회 617 | 2026.03.10
(부제 : 8월, 신규 영주권 카테고리 도입과 중간시급 완화 대환영)뉴질랜드 이민부는 지난해부터 드문드문 소식을 전하면서 2026년 8월 시행될 SMC기술이민에 … 더보기

오늘 해야 할 일

댓글 0 | 조회 272 | 2026.03.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점심은 누룽지 섞인 쌀 밥에찬물 말아 오이지 한 조각씩밥 숟가락에 얹어 먹을 수 있기를아내 손끝으로잘 펴서 널어놓은 청바지 걷어 입고햇볕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