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고물상

6 3,982 왕하지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도 TV는 이미 꺼져있다. 뉴질랜드 의대를 나온 본은 왕가레이 병원에 근무를 하는데 본의 어머니가 이 곳에 여행 왔을 때 성당에서 아내와 만나 친구가 되었다. 본의 어머니는 세이셸이라는 작은 섬나라의 선생님이다. 본은 세이셸정부로부터 20만 달러를 빌려 오타고 의대에 다녔다고 한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온 본이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전화를 받고 와보니 TV가 꺼져있었다. TV를 키고 보다가 또 전화가 와서 받고 와보니 아예 리모컨까지 없어져 버렸다. 리모컨이 없어졌다고 본이 나에게 왔다. 어머니 방에 가보니 어머니가 리모컨을 꼭 쥐고 계셨다. 어머니는 사람이 없는데 TV가 계속 켜져 있어 리모컨을 가져가신 것이다. TV를 켜놔도 전기세 많이 안 나오니까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다.

착하고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본 또한 대책이 없을 때가 많다. 본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세일하는 보트가 있어 보트를 샀다며 같이 낚시를 가자고 하였다.

“너 트레일러 차에 달고 운전 해봤어? 후진할 수 있어?”

본은 트레일러 운전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한다. 그런데 보트를 사다니... 나는 본에게 충분한 운전 연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나가면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왕가레이 병원에서 계약기간이 끝난 본은 타 지역 병원으로 옮기면서 집을 구하지 못해 이삿짐을 우리 집에 맡기고 갔다. 혼자 살면서 온갖 잡동사니가 얼마나 많은지 커다란 차고에 꽉 찼다. 게다가 보트까지 갖다 놓았으니 어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셨다.

“차고에 발 디딜 틈이 없어, 어디 다닐 수가 있어야지... 네 형은 아파트 분양받고 이사하는데 아파트 공사가 안 끝나 이삿짐을 맡겼는데 이백만원이나 줬어,”

우리도 돈 받고 맡아주는 거라고 말씀 드렸더니 어머니의 불평은 잠잠해졌다. 그 후 본은 이삿짐을 가져가면서 고물이 된 보트를 헐값으로 팔았는데 결국 한 번도 바다에 띄워보지도 못하고 수천달러를 날린 셈이었다.
본이 며칠간 홀리데이라고 왕가레이에 왔다. 이번에는 며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 있기가 미안했던지 백패커를 예약했다고 밤에 간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그냥 자면 되지 왜 백패커로 간다는 거야?”아내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집이 바로 백패커인데 왜 다른 백패커로 간다는 거야, 라운지 2층 침대가 모두 비어 있는데...”

아내는 내 말이 만족스러운지 깔깔 웃으면서 본은 우리가족 같으니 왕가레이에 오면 우리 집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올 때마다 남편이 좋아하는 술도 사오는데 그것도 감사하다고 말하여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근데, 쟤 술 한 병 사오면 지가 다 먹고 가, 그러니 네가 먹을 술은 따로 사오라고 해.”

다음날 본은 길거리에서 세일하는 차가 마음에 든다고 덥석 샀는데 차 한 대를 우리 집에 두고 갔다. 어머니는 차는 있는데 사람이 없으니 그게 무척이나 궁금하셨다.

“차는 있는데 사람은 없고... 의사가 간 거야 안 간 거야?”

이번에 우리 집에 온 본은 오클랜드에다 집을 사고 싶은데 집은 작아도 땅이 넓은 집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고물차에 낡은 보트가 즐비한 쓰레기장 같은 집이 연상되었다. 본이 넓은 땅을 갖는다면 필경 뉴질랜드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물상 같은 집으로 변할게 뻔하다. 나는 폭탄주를 만들어 본에게 권하면서 말했다.

“너는 의사야, 의사가 폭탄주는 자주 마셔야 되지만 집에서 잔디 깎고 정원 정리할 여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땅은 좁아도 집이 넓은 게 좋다. 땅 넓은 우리 집 좀 봐라, 이게 집이냐 고물상이지, 잡초는 계속 자라고 태풍한번 지나가면 나무는 고꾸라지고... 나는 몸이 안 따라줘 일도 못하고 애들은 밖에 나와 보질 않고... 힘들어, 너는 돈을 더 모으면 시내에 근사한 집을 사서 커다란 내 그림을 걸어놓으면 얼마나 멋지겠나, 그렇다고 내가 그림 값을 비싸게 받느냐하면 그것도 아니지 암,”
달중이
왕하지님의 글은 항상 재미있습니다. 일부러 찾아와서 읽고 가곤 합니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여유로와지는 왕가레이의 일상을 오랫동안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
왕하지
재미있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 모처럼 따뜻한 햇빛이 이제 여름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창밖풍경
왕하지님,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을 따뜻하고 재미나게 글로 옮겨주셔서, 그 글을 읽는 저는 무척 행복하답니다. 감사합니다!
왕하지
무심히 지나치시지 않고 꼭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재미로 행복하시다는 말씀에 더 재밌게 서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군요. 감사합니다.
대신맨
가장관심있는페이지입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훈훈한 이야기 오랫동안 읽을수있는행운이 주어지면 하는 바램입니다!!!!!
왕하지
대신맨님 관심을 갖고 이페이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한낮은 좀 더웠습니다. 더운 날씨에 으시시하라고 이번호는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무서운 글을 썼습니다. 근데, 밤이되니까 도로 춥군요. 덜덜덜~~~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8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3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3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41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