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0 개 2,276 새움터

며칠 전이 추석이었다. 모처럼 캄캄한 밤하늘에 걸린 쟁반같이 둥근 달을 새삼 올려다 보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 이곳 뉴질랜드에 정착하여 20년 넘게 살다보니 추석이라는데도 정서적으로 그닥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아닌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 추석 명절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풍성함이다. 차례상에 올려진 음식도 넉넉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하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함께 하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오랜 만에 만나다 보니 반가움의 크기만큼 자연스레 수많은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 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절은 피하고 싶은 자리일 수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특히 한국에서 미혼이거나 미취업 중인 젊은 세대에게 결혼이나 취업에 대한 질문들은 어머어마한 스트레스를 가져다 준다. 모처럼 만나서 보인 단순한 관심이 종종 예기치 못하게 쓸데없는 간섭으로 이어져 상대방의 감정을 거슬리고 상처를 주게 된다. 처음 한 두번이야 일가 친척의 관심이나 덕담이라는 생각하고 넘어간다 해도 매번 반복되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기 위해선 차라리 가족모임을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유고슬라비아 출신 마리나 아브로모비치는 행위 예술가의 대모로 불리운다. 다양한 퍼포먼스로 관객들과 소통해 온 마리나는 2010년 뉴욕미술관에서 ‘예술가가 여기있다’ 라는 또 하나의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침묵 속에서 관객과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1분간 바라보는 퍼포먼스 였다. 바쁜 뉴요커들이 과연 얼마나 참여할까라는 의구심으로 시작하였으나 736시간 동안 진행된 퍼포먼스에 총 850만의 관람객이 미술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긴 기다림 끝에 자발적으로 마리나 앞에 앉은 관람객들은 그녀의 깊은 눈빛과 예술적 에너지에 형용하기 힘든 감정에 사로잡혀 어쩔줄 몰라 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리나의 표정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은 관람객 속에서 22년 전 헤어진 사랑했던 연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울라이가 그녀 앞에 앉았을 때 였다. 10년 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며 뜨겁게 사랑도 했지만 끊임없이 예술적 견해 차이로 부딪히고 대립을 했으며 결국 이별을 한 두 사람이었다. 여느 관람객에게 하듯 침묵 속에 눈을 떠 상대방을 확인한 그녀. 눈앞에 앉은 남자가 세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그녀의 옛사랑임을 알고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녀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국 눈시울을 붉히며 작품의 규칙을 깨고 마리나는 옛 연인에게 손을 내밀어 눈맞춤과 마주 잡은 손으로 서로의 교감을 나누었다. 옛 연인과 1분동안의 눈맞춤은 이렇게 끝이 났다. 



마리나의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이와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에 시작되었다. 평소 무슨 이유에서건 불편한 관계인 사람들을 마주 앉혀 눈맞춤을 유도하고 이를 지켜보는 관찰 예능이다. 어디서 어긋난 것인지 그리고 과연 감정의 앙금을 털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눈맞춤의 대상은 소원해진 오랜 동료이기도 하고 부모, 자식 또는 형제 자매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침묵속에 눈맞춤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워 보인다. 세월에 먼지 쌓이 듯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 두었을까? 둘 만이 공유하는 시간 속에 자라고 추억 속에 간직 되었던 사랑, 미움, 서운함, 고마움… 짧은 순간에 동시에 밀려 대부분 뭔가 불편해 하면서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의 시간에서 어긋난 부분을 찾으려 시도를 한다. 각자 다른 사연을 지닌 다양한 관계의 출연자들임에도 대부분의 경우 원인은 관심과 간섭의 경계선을 지키지 못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이고, 간섭은 ‘직접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부당하게 참견함’이라 돼 있다. ‘정신경영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문요한 원장은 관심과 간섭을 이렇게 구분한다. 관심은 연민, 호감, 호기심이라는 감정의 토대 위에 대상에 대한 ‘판단 이전의 이끌림’이며 간섭은 감정보다 이성의 토대 위에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려는 ‘판단적 개입’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관심의 목적은 상대방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 데 있지만 간섭의 목적은 상대방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자 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가족 안에서, 학교, 직장, 각종 모임이나 단체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확장 발전시켜 나간다. 하지만 때론 타인과의 인간관계가 고차원 수학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다양한 인간 관계속에서 관심과 간섭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 간섭은 대개 관심에서 비롯된다. 무관심하다면 간섭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나는 평소 무의식 중에라도 관심과 간섭의 이상적 거리를 잘 설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부모로써 자녀에 대한 관심이 그들에게 간섭으로 받아들여진 경우는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기회가 되어 내 아이들과 침묵 속에 눈맞춤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편안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새움터 장요셉>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34 | 21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82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7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4 | 8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45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6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6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1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6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