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냉담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0 개 2,004 명사칼럼


법(法)의 옛글자는 灋(법)이다. 이 글자는 물을 의미하는 水(수)와 상상의 동물인 廌(태), 그리고 물러남을 의미하는 去(거)가 결합한 것이다. 해태 또는 해치라고도 하는 廌는 옛 문헌인 '이물지(異物志)'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뿔달린 짐승으로 기록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法은 본래의 형태에서 廌가 빠져 있는 셈인데, 필자에게는 마치 法이 상상 속의 짐승을 통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주술적 관점을 벗어나 근대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노력으로 읽힌다.

실상 법의 근대성은 개인이 자신의 판단하에 행위를 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게 함으로써 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핵심으로 한다. 칸트는 실천이성 개념을 통해 자기입법의 의지로서 도덕법칙과 보편 입법의 원리를 강조함으로써 근대적 개인의 철학적 토대를 정립하였다. 여기에 사회계약이라는 이론을 통해 근대적 개인의 생명, 신체, 자유, 재산이 보호된다. 특히 부르주아적 시민의 등장으로 개인의 재산권이 강조됨에 따라 재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는 민사 분쟁을 넘어 국가의 형벌을 통해 처벌되는 범죄가 되었다. 절도(竊盜)는 소유권자의 동의 없는 재산의 불법적 이전이고, 여기에 폭행과 협박을 수단으로 하면 강도(强盜)가, 기망 내지 위계를 수단으로 하면 사기(詐欺)가 성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이, 재산에 대한 자기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촘촘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성(性)은 국가나 사회의 것, 이른바 풍속(風俗)으로 다루어지면서 자기결정의 영역 밖으로 밀려났다. 엄밀히 말하자면, 모든 성이 그렇게 취급된 것은 아니다. 여성의 성만이 국가나 사회의 것으로 취급되었을 뿐, 남성의 성은 철저하게 자기결정의 영역으로 강조되었고, 심지어 가부장의 권리로서 엄격하게 보호되었다. 

우리 법의 사정도 다르지 않아서, 입법을 통해 형법 제32장이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뀐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96년부터다. 이때부터 형법은 여성(부녀)의 ‘정조’가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수 있었다. 이후 성적 자기결정권은 빠르게 법적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성폭력 범죄의 객체를 ‘부녀’에 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 규정함으로써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동등하게 보호받게 되었다. 친고죄 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피해자가,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가해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자기결정권의 관점에서 타당한 변화였다.  

올해부터는 강간 등의 예비ㆍ음모를 처벌하는 조문이 신설되었고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기준이 13세에서 16세로 상향됨으로써,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될 여지가 마련되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해석을 통해서도 지속되었다. 부부 강간을 처벌함으로써 부부 사이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함을 확인했고, ‘성인지 감수성’ 이라는 개념을 통해 통상 여성인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이 수용될 여지가 확보되었다. 이른바 ‘기습추행’ 처럼 폭행 자체가 추행인 경우 폭행의 정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임을 요하지 않고 그 의사에 반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힘의 대소강약은 불문’ 함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폭넓게 인정할 수 있었다. 

이에 더 나아가 ‘비동의 간음죄’의 신설이 논의되고 있다. 폭행과 협박을 수단으로 하지 않더라도 ‘동의가 없거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간음을 처벌하자는 것이다. 동의없이 이루어지는 재산 침해를 절도나 횡령으로 구성함으로써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처럼, 동의없는 성적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성적 자기결정권을‘온전히’보호하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발의되는 비동의 간음죄의 경우, 법정형 등이 기존 강간 및 강제추행과 정합적이지 않고, 법문언으로서 ‘동의’ 개념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성을 개인의 선택과 결정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산물로 보아온 그동안의 문화 또한 비동의 간음죄의 도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반사회적인 것이 아닌 한, 자기의 선택과 결정은 온전하게 존중받고 끝까지 보호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주체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언젠가 우리가 도달해야 할 미래이기에, 이 노력은 미완의 프로젝트로서 계속되어야 한다. “Ne pas se refroidir, Ne pas se lasser” (냉담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 중에서)  

출처 : 한국일보 <형형색색>

■ 김대근

한국 형사 정책 연구원 & 경제범죄 연구실장

553c429a7b8aff1d211c5dc35aa7101b_1598418531_3229.jpg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331 | 1일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와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신장(腎…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51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71 | 2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32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50 | 9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23 | 2026.01.28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17 | 2026.0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12 | 2026.01.28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7 | 2026.01.28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96 | 2026.01.28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12 | 2026.01.28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32 | 2026.01.28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1.28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6 | 2026.01.28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20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25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52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37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13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70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97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84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90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303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