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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나무

0 개 1,272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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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누군가가 나에게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가기 싫다고 말할 것이다. 지금의 내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숙제를 마친 후의 편안하고 시원한 감정이랄까? 그렇다고 이룬 것도 없다. 그냥 일상이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할 따름이다. 그런데다 자유롭기까지 하다. 


성인이 된 자식들이 각자의 삶을 알아서 살 것이니, 나는 그저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훨훨 날아다니기만 하면 된다.


내 비록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고 있지만, 숨 쉬기 곤란하지 않고 입을 옷 충분하고 잠자리 편안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지낸다. 거울에 비친 이런 내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시력이 좋지 않으니 더 내 마음에 들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나 자신에 만족하면 그만 아닌가? 남이야 뭐라고 하든 말든 내가 나에게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못난 점들만 자꾸 들춰내면서 우울해 하고 자신감 없어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이 유별나게 남의 눈을 의식하며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그만큼 시기와 질투가 심하며 자학적인 면도 강하단다. 그 덕분에 발전이 빨랐겠지만. 나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생활해 온 한국인이니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아직도 무의식 속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이 희석이 되어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상황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살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모난 곳이 많이 부드러워졌을 테니까.


이렇게 부드러워지고 나니까 모든 것들이 쉽게 술술 풀려나가는 것 같다. 그 언젠가 잠시 꿨다가 잊어버리고 난 꿈이 요즘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그만큼 부드러워진 것은 아닐지.


그동안 이뤄진 꿈들 대부분은 그 언젠가의 잊고 지냈던 꿈이었으며, 이번에 다가오는 둘째의 결혼식 역시 그런 꿈들 중의 하나에 속한다. 둘째가 한창 많이 아팠을 때, 둘째가 빨리 건강해져서 좋은 짝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두 가지 소원이 이번에 이뤄지는 것이다.


신부와 들러리들의 부케와 코사지들, 그리고 예식장의 꽃 장식을 부탁받았다. 내 꿈들 중의 하나가 내 딸의 부케와 꽃 장식을 내가 직접 해주는 것이었는데, 헛꿈이 되지 않았음에 감사하다.


꽃 장식 때문에 어제 둘째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둘째가 이미 많은 정보를 입수해 놓은 상태였다. 



1년 전에 세 자매가 꽃 도매점에 들려서 찍어둔 꽃 사진들, 예식장의 실내 사진들과 함께 오아시스 판매가격.......등 그동안 모아 둔 정보들을 보여주었다. 그저 나는 예능기부만 하라고 하였다. 어떤 꽃이라도 상관없고 어떻게 해도 좋다고 했다. 이 얼마나 신이 나는 일인가?


한국은 꽃 도매시장이 일주일 내내 문을 여는데, 오클랜드는 그렇지가 않았다. 주말은 쉰다고 한다. 결혼식은 월요일에 하는데, 꽃은 금요일에 사야 한다. 월요일에도 문을 열지만, 신부 엄마가 그날 꽃을 사서 준비를 하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 


신부 부케 하나와 코사지들 만 준비한다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들러리들의 부케에 꽃 장식까지 하는 것은 큰 무리이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꽃 수명이 긴 것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사태로 결혼식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못한다고 해도 그렇게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 날짜의 변경도 없이 편안하게 식을 올릴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포도 넝쿨의 푸른 잎들이 천장을 장식하는 피로연 장소가 눈에 어른거린다. 기다란 메인테이블 앞부분의 꽃 장식과 하객 테이블마다 올려놓을 간단한 유리병 꽃꽂이가 포도 넝쿨과 함께 얼마나 싱그러울까.


실내 예식장은 예식장대로 꽃 장식을 할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되살려서 공간과 어울리게 계획을 세웠다. 그 생각은 작은 용지에 스케치 되었으며, 필요한 소재들에 대해서도 메모가 끝났다.


여리고 약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강하고 오래가는 스위트피를 소재로 한 부케를 만들 계획인데, 코로나의 영향을 꽃 농장도 피할 수 없다고 하니, 8월 말이 되어야 꽃 소재가 확실하게 결정이 날 것 같다. 담쟁이넝쿨도 구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고생을 했는데, 대상포진이 떠나면서 체기를 데리고 간 거 같다. 올해 내내 릴레이로 병이 지나갔지만, 병 하나가 떠날 때마다 평소 나를 힘들게 했었던 자잘한 것들까지 따라갔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오십견도 많이 풀려서 통증은 없다.


결혼식을 위해 먹는 것도 조심하고 산책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체력이 좋아야 무사히 식을 끝낼 것이며, 내 꿈 역시 이뤄질 것이기에, 하루하루가 조심스럽다.


첫째 커플과 막내가 밴드 구성을 해서 축가를 불러줄 거라고 한다. 신부의 피아노 연주와 신랑의 노래도 합세하여 즐거운 파티가 될 거 같다. 집에 있는 악기와 장비들을 챙겨가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모두들 신이 난 모양새다. 신랑 어머니의 피아노 연주도 기획에 들어가면 좋겠다.


아이들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다. 내가 꿈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꿈나무인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꿈나무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고, 새로운 꿈을 꾸게 해주었다.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곧바로 잊어버릴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은 언젠가는 꼭 이뤄지는 꿈이다. 나의 꿈나무들도 그들의 꿈을 꿀 것이며 그들의 꿈나무를 키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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